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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4

웰빙의 과학, 자연으로의 발걸음 김수병 한겨레 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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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well being)이 삶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속도감에 취해 고삐를 잡을 수도 없던 사람들이 웰빙을 화두로 내세우며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간편한 일상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이다. 피트니스 클럽이나 명상센터로 발길을 옮기고 화학 조미료에 길들여진 미각을 되살리려 안간힘을 쓰기도 한다.

‘웰빙’이라는 표시가 있는 가전제품은 최상의 품질을 보장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물질적 가치와 편리함만을 생각했던 사람들이 건강한 몸과 마음을 중심에 두는 중이다. 이처럼 웰빙은 새로운 소비문화를 이끌면서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정말로 웰빙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며 과학적인 효력이 있는 것일까.


최근 명상은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관점에 기반한 심신의학으로 자리잡고 있다. 신비로운 동양의 미신이라는 오래된 ‘오해’를 벗고 확실하게 검증되지는 않았지만 무한한 치유효과가 있는 과학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동양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서양인들의 명상이 의학적인 효능을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명상이 흐트러진 마음의 회로를 부분적으로 바로잡으며 질병을 치료하는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명상·요가센터는 피부관리, 유기농 식품전문점, 아로마숍 등과 함께 웰빙 창업 아이템으로 적극 추천되고 있다. 또한 요가는 명상이기도 한다. 내면의 평안을 강조하는 수련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려는 사람들은 명상편의점을 수시로 이용하기도 한다.


명상이 현대의학의 한계를 극복하는 유력한 대안의학으로 주목받기도 한다. 실제로 명상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강력한 무기인 동시에 항노화 효과까지 있는 의미있는 건강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서 명상을 통해 발에서 머리까지 자신의 주의력을 몸 전체로 확산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데 쓰려는 사람도 적지 않다.

명상의 놀라운 효과 가운데 하나는 호르몬의 활동을 통해 혈관을 확장하고 혈압을 낮춘다는 것이다. 또한 명상은 중독성 약물 사용에 대한 예방적, 재활적 치료 전략으로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명상을 하면 뇌파가 낮아져 외부의식의 감각에서 벗어나 피로를 쉽게 극복하고 질병에 대한 예방 능력이 생긴다.


명상의 치유 효과는 우연적인 산물일까. 연구에 따르면 나름의 근거가 있는 게 사실이다. 명상은 깨어는 있지만 아주 고요하고 정적인 특성을 갖는 새로운 의식상태를 만들어 낸다. 이때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적혈구 대사가 느려진다. 동시에 호흡과 맥박수가 감소하고 뇌혈류는 증가하게 된다.

연구자들은 생리적인 변화로 인해 신진대사가 감소하는 이완상태에서 치료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여겼다. 다른 한편에서는 무념무상의 몰입을 통해 둔감화(desensitization) 과정에서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몸이 느리게 움직이면서 괴로운 생각들을 자연스럽게 흘려보내면서 불안을 떨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명상의 의학적 효능을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의사들은 자기 치유(self-healing)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그 자체로는 효험이 없는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효과가 있다 해도 ‘만병통치약’으로 여기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어쩌면 초월적 상태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것 자체가 인간의 욕심인지도 모른다.

명상은 세상 속으로 더욱 깊이 들어가기 위해 마음을 다잡는 의식에 가깝다. 지금으로선 명상의 치료 효과를 입증하는 것은 집중과 무상의 경지에 도달하려는 각자의 몫일 수밖에 없다. 당장의 치유 효과가 아니더라도 마음의 안정을 피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명상을 통한 이완 반응이 스트레스에 의한 유해한 요소를 제거하고 불쾌감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자신의 믿음, 즉 신념요소가 중요하다 어쩌면 명상의 치유력은 영혼의 거울을 바라보려는 간절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명상 연구자들은 이 과정에서 초월적 의식이 인체에 기를 불어넣어 세포가 복원된다고 말한다.

자동차의 배터리를 충전하는 것처럼 인체의 수십억 세포에 활력소를 불어넣어 ‘웰빙 라이프’를 꾀하는 것이다. 명상 과정에서 때 묻은 마음 밭에 단비가 내린다면 심신이 정화되는 건 사실이다. 지금 명상산업은 영혼을 깨워 마음을 비우고 육체를 다지며 머리를 채울 것을 권하고 있다.

명상으로 마음을 다잡는 사람들은 친환경적 먹거리에 대한 관심도 높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유기농산물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살충제와 제초제 등 농약이 없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유기 농산물이 절대적으로 몸에 좋은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유기농 자체에 어떤 이점이 있는지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좋은 먹거리라 해도 함정은 있게 마련이다. 유기농산물에는 과일이나 채소들이 벌레를 쫓으려고 내뿜는 항암성분의 2차 대사산물이 많이 들어 있다. 문제는 2차 대사산물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식생활에서의 웰빙 라이프는 먹거리에 대한 화학물질의 공격에서 탈출하는 것이기도 하다. 건강 유지와 만성질환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식품을 선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웰빙 식단 역시 지방과 기름의 섭취를 최소화하고, 쌀과 빵 등처럼 복합 탄수화물(complex carbohydrate)이 많은 음식을 고루 섭취하고·풍부한 식물성 유지, 과일과 견과류 등을 즐길 것을 권하고 있다.

유기농산물로 식단을 짜더라도 충분히 고려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다. 그 가운데 지방 가운데 특정한 유형은 건강에 필수적이며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줄인다는 것이다. 지방은 무조건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생각하는 웰빙 식단에 몸이 상할 수도 있는 셈이다.


최근 웰빙 라이프를 뒷받침하는 과학기술의 성과물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건강과 환경을 고려해 새로운 기능을 첨가한 제품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공기청정기만 해도 단순히 먼지를 제거하는 기능만 있는 것은 소비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유입되는 공기 중에서 곰팡이와 집먼지를 제거하며 자외선 살균 램프로 살균하고, 오존 발생 장치로 악취 분자를 제거하기도 한다. 냉장고와 세탁기, 냉온방기 등도 본래의 기능에 다양한 기능을 첨가한 웰빙 가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런 복합적 기능을 통해 환경과 삶의 조화로움을 꾀하는 것이다. 웰빙 가전에 과학적 원리가 적용된 극적인 사례를 꼽으라면 ‘조명’을 들 수 있다. 조명의 본래 기능은 ‘밝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 하겠다. 밝기나 디자인을 중시하던 각종 조명기기들이 요즘 웰빙 트렌드에 따라 삶의 질을 높이는 빛을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인 웰빙 램프는 자외광에 의해 촉매 기능을 하는 산화티탄이 표면의 오염물질과 세균 등을 분해하기도 한다. 조명기기가 ‘공기 소독기’구실을 하는 셈이다. 집 안의 환경에 맞게 빛의 밝기와 색온도 등을 조절하거나 태양빛에 가까운 빛을 내는 기능도 첨가되고 있다. 나를 바꾸고 가정을 바꾸는 웰빙 트렌드를 통해 우리는 다시 자연에 다가서고 있다 하겠다.

저작권자 2004-06-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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