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계동 방사능 ‘안전’ 평가 근거는

▲ 이정훈 기자 = 원자력안전위원회 손재영(왼쪽) 사무처장과 원자력안전기술원 조건우 방사선규제부장이 8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노원구 일부도로 방사성 물질 분석 결과와 향후 대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위원회는 노원구 월계동 지역 도로의 방사선 준위와 관련해 ⓒ연합뉴스


최근 평범한 서울시내 주택가 도로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은 방사선이 확인됨에 따라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일단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전혀 지장이 없는 상황”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이같은 위원회의 평가 방법과 근거는 무엇일까.

◇ 매일 1시간씩 1년 동안 도로에 머문 경우 가정 = 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의 현장 정밀 조사 결과, 월계2동 주택가 도로와 학교 주변 도로 위 1m 높이에서 측정된 최대 방사선량은 각각 1.4, 1.9 마이크로시버트(μSv/h)였다.

이 주택가 도로와 학교 주변 도로에서 성인이 하루 1시간씩, 1년 동안 머물 경우 총 방사선 피폭량은 0.51, 0.69 밀리시버트(mSv)로 계산됐다. 1mSv는 1천μSv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KINS는 이같은 방사선량이 자연 상태에서 일반인이 받는 연간 평균 방사선량(3mSv)의 6분의 1~4분의 1 수준이며, 원자력안전법에서 정한 연간 방사선 허용량(1mSv)보다 낮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브라질 등 일부 지역의 자연 방사선 피폭량이 연간 10mSv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적은 양이고, 흉부 X선 사진을 대여섯 차례 찍는 것과 비슷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방사능에 오염된 도로 주변 건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방사선 영향 역시 미미하다는 게 위원회측의 주장이다.

미국 환경방호청(EPA)의 피폭선량 평가 프로그램(SDCC)에 이번 측정 결과를 대입한 결과, 월계2동 오염 도로 인근 주택과 상가 내 주민들은 1년에 각각 2.9, 0.86 마이크로시버트(μSv/h)의 방사선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방사선 허용량(1mSv)의 최대 1천분의 3에 불과한 수준이다.

◇ “10년전 방사선량, 아이들 영향도 미미” = 도로가 처음 깔린 10년 전 방사선량이 더 많았을 것이라는 지적, 어른이 아닌 아이들은 방사선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우려 등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은 일단 “괜찮다”는 입장이다.

이번에 도로 포장재인 아스콘에서 발견된 세슘(Cs-137)의 반감기가 30년인만큼, 도로가 덮일 당시인 10년 전에는 지금보다 방사선량이 30~40% 정도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현재 확인된 방사선량이 워낙 낮은 수준이라 30~40%를 덧붙여 감안해도 여전히 자연 방사선량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또 어린 아이들이 세포 분화가 더 활발하기 때문에 방사선에 보다 민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이건 어른이건 세포의 변화 등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정도의 피폭량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당국은 강조하고 있다.

국제 관련 학계에서 세포 변화를 일으키는 방사선량의 최소 수준을 100mSv 정도로 보는데, 이번에 계산된 월계동의 연간 피폭량 추정치는 100mSv의 200분의 1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 세슘 농도 10 Bq/g 초과 아스콘은 방사능 폐기물 처리 = 그렇다고 정부로서는 무조건 “안전하다”며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처지다.

우선 문제의 도로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 세슘(Cs-137)이 발견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도로 포장 재료(아스콘)에 섞여 있는 세슘의 농도는 1.82~35.4 베크렐(Bq)/g였다.

현행 원자력안전법상 세슘을 방사성 동위원소로 간주하는 최소 농도는 10 Bq/g이므로, 분명히 기준을 넘어 ‘방사성 물질’에 해당하는 셈이다.

▲ 박영석 기자 =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최근 문제가 된 서울시 노원구 월계동 지역 도로의 방사선 준위와 관련, ⓒ연합뉴스


이에 따라 위원회는 해당 지역 도로 아스콘 가운데 세슘 농도 기준을 초과한 부분에 대해서는 원자력안전법에 따라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로 처리할 방침이다. 현재 월계동 현장에는 많은 부분의 도로가 파해쳐지고 포장재가 별다른 조치없이 그대로 쌓여있는 상황이다.

또 위원회는 원인 추적과 재발 방지 차원에서 연말까지 국내외 모든 정유사, 철강사, 아스콘 제조업체 등에 대한 총체적 실태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아스콘의 재료로 정유사에서 생산되는 아스팔트(피치), 철강회사에서 나오는 철스크랩(고철) 등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KINS에 ‘생활방사선 기술 지원센터’를 설치, 생활 주변에서 정상 수준보다 높은 방사선이 발견되는 경우 신속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보다 본질적 대책으로는,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한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생활방사선법)’을 토대로 관련 기준과 관리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 법안의 뼈대는 방사성 물질(핵종)이 포함된 원광석 등 원료물질, 이를 사용한 음이온 건강보조제품 및 건축자재 등 가공제품, 재활용 고철 등에서 나오는 방사선이나 항공 승무원들이 접하는 우주방사선 등에 대한 안전관리 절차와 제도를 만드는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우선 모나자이트(음이온 제품 원료), 인산 석고 및 인광석(비료 원료), 보크사이트(알루미늄 원광), 금홍석(티타늄 원광), 폐고철 등 방사선을 내뿜는 원료물질을 생산·수입하는 자는 모두 교과부에 등록하고 수출입 때마다 신고해야 한다.

또 이 원료 물질을 사용해 음이온 건강보조제품, 비료, 철 등을 만들거나 수출입하는 경우에도 방사선 안전 기준을 지켜야 하고, 기준을 초과하면 교과부가 직접 시정명령을 내리거나 회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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