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2일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CISAC) 지그프리드 해커(Siegfried Hecker) 소장이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에 대해 밝혀 큰 파장이 일었다.
이후 북한의 연평도 포격으로 잠시 가라앉은 핵 위기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지난 30일 북한이 노동신문을 통해 “수천 대의 원심분리기를 갖춘 현대식 우라늄 농축공장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노동신문은 또 “경수로 건설이 활발히 벌어지고 있으며, 경수로용 연료를 확보하기 위해 공장이 돌아가고 있다”고 보도, 저농축 우라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11월 방북했던 지그프리드 해커 소장이 영변 지역에서 본 원심분리기는 1천개 이상이었다. 해커 소장은 “북한의 주장대로 연간 8천㎏-SWU 규모의 농축 역량이라면 북한은 연간 최대 2t의 저농축 우라늄을 만들 수 있다”며 “시설을 전환하면 최대 40㎏의 고농축 우라늄을 제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국제사회를 핵위협으로 몰아넣는 고농축 우라늄과 원심분리기의 실체는 무엇일까.
국제사회가 감시하는 고농축 실험 지난 2004년 국내 과학자들의 한 실험 내용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에 큰 의혹과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우리나라 정부는 과학기술부를 주축으로 빠르게 진화에 나섰지만 미국을 비롯한 일본 등 전통적 우방 국가들도 매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국내 과학자들이 한 실험은 도대체 무슨 실험이었을까?
당시 과기부의 조청원 원자력국장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2000년 1~2월 사이에 대덕 원자력연구소에서 핵연료 국산화를 위해 소수의 한국 과학자들이 극소량인 0.2g의 우라늄(235) 분리 실험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이 사실을 보고하고 현재 IAEA 관계자가 방한해 사실을 확인중이다”고 밝힌 적이 있다.
국내 과학자들은 레이저 분리장치 실험을 통해 우라늄-235를 0.2g추출했던 것. 당시 과기부의 발표대로 이 우라늄 추출 사건은 국내 연구진이 학술적 호기심에 의해 일회성 실험을 한 것이었으며, 핵무기 개발 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반응은 냉담했다.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IAEA가 한국 정부가 우라늄 농축 사실을 고의로 은폐한 정황이 있다”고 보도해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도 이 사실에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리처드 바우처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이 과거에 했던 일은 일어나선 안 될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핵무기는 우라늄 235를 90%로 농축
천연우라늄 광석에는 우라늄-238(99.3%)과 우라늄-235(0.7%)가 섞여있다. 광산에서 채광된 천연 우라늄 광물은 사용 목적을 위해 여러 단계의 공정을 거쳐서 변형된다. 정련-변환-농축-성형가공 등이 바로 그 과정이며, 이를 통틀어 ‘핵연료 주기’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 중에 ‘농축’ 과정이 바로 우라늄-235(U-235)의 비율을 높이는 것”이라며 “핵연료 주기상의 변환 공정에서 우라늄 광석을 기체 상태의 육불화우라늄(UF6)으로 바꾸어 농축시키고, 이를 여러 가지 농축 방법을 이용, U-235의 비율을 높게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우라늄은 무거운 원자핵을 갖고 있어서 외부에서 중성자를 흡수하면 원자핵 분열이 발생한다. 이 때 많은 에너지와 2-3개의 중성자가 함께 나온다. 이 중성자가 다른 원자핵에 흡수되면 또 다시 분열이 일어나고, 결국 핵 연쇄반응(Chain Reaction)이 일어난다.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그의 유명한 공식인 ‘에너지-질량 등가법칙(E=mc2)’을 발표하면서 “핵분열 전후에 발생한 질량 결손만큼 에너지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원자핵에 대한 수많은 진실이 밝혀졌다. 특히 우라늄의 열중성자에 의한 핵분열에서 평균 2.5개의 중성자를 방출하는데, 이 중성자가 다른 우라늄-235 원자를 분열시키면 연쇄반응이 일어나 거대한 에너지가 방출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것이 바로 핵분열 이론이며, 핵분열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우라늄-235(U-235)다.
아인슈타인은 또 “과학기술은 양날의 칼이다”고 말했다. 이는 핵 전문가인 그가 원자핵분열시 발생하는 에너지의 미래를 내다보고 한 말이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의 예언대로 우라늄은 두 가지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핵분열을 일으키는 우라늄-235(U-235)가 2~5% 들어있는 저농축 우라늄은 핵발전의 연료로만 쓰인다. 반면에 우라늄 235를 90% 이상 고농축하면 원자폭탄을 비롯한 핵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가벼운 U-235 분자만 분리 회수 핵물리학자들은 “우라늄과 같은 무거운 원소의 경우, 동위원소 간에 질량차가 매우 작아 통상적인 방법으론 분리가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기체확산법, 기체원심분리법, 레이저법, 플라즈마 분리법, 노즐분리법 등 다양한 농축기법들이 개발돼 사용되고 있다.
기체확산법은 분자량이 다른 기체가 여러 미세한 구멍을 통과할 때, 그 확산 속도에 차이가 있는 것을 이용, 동위원소를 분리하는 방법이다. 이는 전력소모가 많아 비용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에 원심분리법은 질량수가 다른 혼합기체를 원심력을 이용, 분리시키는 방법이다. 고속으로 회전하는 용기(원심분리기)에 우라늄의 기체화합물인 육불화우라늄(UF6)을 넣고, 용기를 회전시키면 안의 기체도 용기와 같은 각속도로 회전하게 된다.
원심분리기의 이중관을 통해 연속적으로 기체화합물을 공급하면, 원심력의 작용으로 가벼운 U-235로 이뤄진 육불화우라늄 분자보다 U-238로 이뤄진 분자가 더 크고 무거우므로, 전자는 원통 안쪽에, 후자는 바깥쪽에 비교적 많이 모인다.
과학자들은 “이것이 바로 원심분리기 안에서 일어나는 동위원소 분리현상이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원심분리기는 RPM 3만 이상의 고속회전이 되어야 한다.
이 때 원심분리기 통의 상단 부를 가열해 대류 현상을 만들면 U-235를 많이 함유하는 기체는 아래쪽 중앙으로부터 회전축인 파이프를 지나 배출된다. 1단의 원심분리로는 농축 정도가 낮아 U-235를 많이 함유한 기체는 다시 그 위로 보내져 연속적으로 분리 농축되고 이를 회수장치로 회수하면 고농축 우라늄을 얻을 수 있다.
- 조행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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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0-12-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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