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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4-01-02

원샷 원킬의 K-14 한국형 저격소총 볼트액션, 특수탄약, 야간조준경 등 국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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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28월 초순 불길과 연기가 가득한 라투우르(Latur) 화학공장 지대. 여기 저기 발 디딜 틈도 없이 커다란 철 구조물과 쇳조각 파편들이 나뒹군다.

 

공장지대 내에는 코를 찌르는 약품 냄새, 포탄의 화약 냄새 그리고 시체 썩는 냄새들이 어우러져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다. 밤이 되면 암흑지대가 되지만 살기는 더욱 등등해진다. 그 이유는 바로 저격수(Sniper)들의 세상이 되기 때문이다


 

▲ 볼트액션, 야간조준경으로 무장한 K-14 한국형 저격소총. ⓒ연합뉴스

칠흑같이 어둔 밤의 야음을 틈타 소련군 저격수들이 공장 지대내의 그들만 아는 장소에 자리를 잡고 매복에 들어갔다. 잠시 후, 독일군 정찰 소대가 야간 수색을 위해 공장 옆을 지나갔다. 이때 갑자기 정적을 깨트리는 한 발의 총성과 동시에 인솔하던 독일군 소대장의 정수리 한 가운데서 선지피가 샘솟듯이 뿜어져 나왔다. 공포에 질린 독일군들은 임무도 망각한 채, 뿔뿔이 도망치기에 바빴다.

소련군 사령부는 고착된 스탈린그라드 전선을 뚫기 위해 저격여단을 투입했다. 이들 중에 는 우랄산맥의 사냥꾼 출신 바실리 자이체프(Vasili Zaitsev)’가 있었다. 그의 출현으로 독일 제 6군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다. 실제로 그는 총 243발에 독일군 242명을 사살99% 이상의 임무를 완수했다. 이 공로로 레닌 훈장을 받은 바실리는 역사에 남는 전설적 스나이퍼가 됐다.

 

그는 현역 시절에 모신나강(Винтовка Мосина) M1981이란 뛰어난 저격소총을 사용했다. 1891년 제정러시아 육군 제식소총으로 태어난 모신나강 소총은 한국전쟁, 베트남의 울창한 정글에서도 사용됐다. 가히 공산권에서는 최고의 저격소총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사격시 발생하는 큰 소음과 엄청난 반동으로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오늘날 저격수들은 훨씬 줄어든 반동과 고배율의 조준경 그리고 특수한 탄약과 편리한 손잡이 그리고 야간조준경에 의존한 저격술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유능한 저격수는 타고난 능력과 뛰어난 저격소총으로 이뤄진다. ⓒ연합뉴스

지난 24일 한국형 저격소총으로 전력화된 K-14 저격용 소총은 뛰어난 첨단 기술로 원샷 원킬(One shot, one kill)’의 명성을 이을 저격소총의 기대주로 꼽히고 있다.

원샷 원킬의 볼트 액션 방식

 

1975년 미국 텍사스의 대중 레스토랑. 베트남 참전 용사로 알려진 정체불명의 한 사나이가 대낮에 레스토랑으로 뛰어 들어와 안팎으로 총을 난사, 여러 명이 숨졌고, 인질들마저 잡혀있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그는 경찰에게 계속 인질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무심한 시간이 흐르는 가운데 드디어 그가 총을 들고 인질에게 다가섰다. 그때 한 발의 총성이 먼 건물 옥상에서 울려 퍼졌다. 동시에 총을 든 그 사나이는 맥없이 고목나무처럼 앞으로 꺼꾸러졌다. 맞은 편 옥상 건물에 자리를 잡은 저격수의 총이 그가 일어선 순간, 빈틈을 발견하고 불을 뿜은 것.

전문가들은 오늘날 총이 흔한 미국에선 경찰 저격수의 활약도 군대 못지않게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대도시 건물의 옥상이나 수풀이 우거진 숲속에서 길리 슈트(Ghillie suit: 몸을 은신시키기 위해 나뭇잎 등을 옷에 붙여 만든 저격수용 위장복)를 입고 단 한 발로 적을 쓰러뜨리는 원샷 원킬의 명수 저격수들의 능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사격능력은 선천성에 크게 기인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핀란드의 전설적 저격수 시모 헤이헤(Simo Hayha)’의 경우, 조준경이 햇빛에 반사돼 자신의 위치가 드러날 것을 염려해 조준경을 사용하지 않을 정도로 타고난 저격수이었다.

전문가들은 저격수의 생명은 바로 정확성이며, 이에 대부분의 저격총은 오작동이나 오차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수동식 노리쇠 작동(볼트액션: Bolt Action) 방식이다고 말한다.

 

볼트액션 방식은 장전과 노리쇠 잠금, 사격 후, 노리쇠 해체, 탄피 배출 등의 모든 과정을 손으로 직접, 노리쇠(Bolt)를 전·후진시켜서 행한다. 이와 달리 반자동 방식의 경우, 잠금 장치가 없어서 사격 후, 탄피 배출과 다음 탄의 일발 장전이 가스와 스프링의 힘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진다.

 

전문가들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저격총은 볼트액션과 반자동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누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구경 7.62mm 탄을 유효사거리 800m까지 사격할 수 있는 K-14 저격총의 경우, 볼트액션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타고난 사격능력과 단발 사격의 볼트액션 방식의 합작품이 바로 원샷 원킬의 비결이다.

  

K-14 한국형 저격소총의 비밀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된 K-14 저격용소총은 지난 2012년 시험평가에서 100야드(91.4m)에 떨어진 1인치(2.54cm) 원안의 표적을 정확히 명중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 조준경은 저격능력을 좌우하는 중요한 장비가 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위해 K-14 저격소총은 어깨받침을 조절할 수 있는 유연한 개머리판 구조, 4방향으로 갈라진 소염기(Muzzle brake: 발사 후, 가스가 소염기의 네군데의 갈라진 틈으로 새어나오면서 총열이 오른쪽 뒤로 후퇴하는 힘(우력)을 상쇄시켜 반동을 줄임), 일반 탄종에 비해 정확도가 증대된 특수탄약 등도 K-14의 원거리 명중률을 높이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야간에도 원샷 원킬이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저격소총은 원거리 사격을 위해 고배율에 의한 조준경이 필수이며, 특히 야간 저격이 중요해진 오늘날 야간 조준경은 매우 중요한 장비다고 강조한다. K-14의 경우, 주간조준경 3~10배율, 여기에다 4배율의 야간조준경을 장착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빛이 부딪히면 가시광선을 내는 형광물질에 근적외선과 음극을 이용한 적외선 영상변환기가 저격소총의 야간조준경이었다. 문제는 장비가 너무 컸다는 점이다. 이후 야간관측기술이 발전하면서 크기와 성능이 향상된 야간조준경이 나왔다.

 

우선, 열영상장비는 특수렌즈를 통해 물체가 내는 적외선을 모아 적외선 센서에 보낸다. 이 센서에는 열의 중량을 감지하는 수천 개의 소자가 있고, 매우 빠른 시간에 소자가 나타내는 열중량의 기록을 데이터로 만들어 전자 펄스로 변환시킨다. 이 정보는 다시 신호처리장치에 의해 영상화된다.

 

또 영상증폭기술은 대물렌즈에 수집된 빛의 정보를 광전음극장치를 통해 전자로 변환시키고,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유지한 이 전자들은 TV 브라운관처럼 형광물질이 코팅된 스크린에 부딪혀 최종적으로 증폭된 영상으로 만드는 것.

 

현재 야간조준경은 열 영상과 영상증폭기술이 통합되면서 야간에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보는 조준경이 나오고 있다. 첨단 기술은 야간에도 원샷 원킬을 가능케하고 있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4-01-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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