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섭 독일 HERE Technologies 프로덕트 오너
독일의 취업 사이트인 스텝스톤(Stepstone)이 최근 이직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다음 직장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조사한 설문은 다소 흥미롭다. 우리의 상식과 달리 급여 인상보다 유연근무 가능 여부가 가장 중요하게 꼽혔다. 연봉인상, 보다 많은 권한, 모던한 근무환경, 회사 위치가 그 뒤를 이었으며, 회사의 대외적 명성은 가장 덜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소였다. 개인적인 가치와 실용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국민성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실제로 팬데믹 이후 독일 취업 시장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구직자들이 재택근무를 보다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는 전문직에서 보다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인재 유치가 절실한 기업일수록 이러한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이다.
엄밀히 말하면 “유연근무”로 통칭되지만, ‘9 to 6’ 같은 정해진 시간 대신 필요에 따라 출근시간을 앞당기거나 늦추는 탄력근무제,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하는 재택근무, 더 과감하게 공간적인 제약을 사실상 없앤 원격근무 등 그 형태는 다양하다. 이러한 유연성 제공의 근거는 자녀 육아, 가족 돌봄, 워라밸 추구 등과 같은 목소리에 보다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시도일 수 있겠다.
이미 워라밸로는 세계 수준에 있는 독일이지만,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독일 상장기업(DAX 및 TechDAX) 대부분이 발빠르게 출근과 재택근무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방식을 제도화하였다. 회사 전체에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힘든 회사들은 사업부별로 개별적으로 시행하였다.
상대적으로 전통 기업에 속하는 도이체 방크(금융)과 인피니언(반도체)도 재택근무일 비중을 40%로 조정하였지만, 이는 다른 기업들보다 오히려 유연근무 비중이 낮은 편에 속한다.
독일 주요 기업의 2022년 9월 현재 유연 근무 도입 현황 (자료원: 스타티스타)
Ifo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IT 직종 근로자의 72%가 재택근무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 수치는 서비스업 평균의 2배를 훨씬 넘는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만족도 향상을 위한 시도가 아니다. 일하고 싶은 기업에 대한 구직자들의 평가가 코로나 팬데믹을 거쳐 보다 입체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유럽 최대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는 올해부터 금요일에는 화상회의를 포함한 모든 회의나 업무용 전화를 지양할 전사적 방침으로 정했다. 주말을 앞둔 직원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자동차 산업도 크게 다르지 않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보다 많은 IT 전문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수차례 밝혔으며, R&D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센터의 직원 협의회와 사측은 최근 새로운 근로시간 모델에 합의하였다. 소위 ‘신뢰 근무시간(Vertrauensarbeitszeit)’으로 불리는 방식에 따라 개발자는 오전에 집에서 일하고 필요한 일을 하다가 다시 오후에 사무실로 복귀하여 일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별도의 승인이나 결재가 의무사항은 아니다.
완전 원격근무를 제공하는 회사도 많아져 취업과 이직 시장에서 구인 입장에서는 전통적인 업무 형태를 고집해야 이유가 희미해지고 있다. 이외에도 반려동물 동반 출근, 탁아시설 제공 또는 지원 등도 젊은 구직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외국인 직원에게는 독일어 학원 수업료를 제공해 주는 기업이 많아지는 것도 더 이상 새로운 일도 아니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30년까지 독일은 약 300만 명에 달하는 젊은 인재를 필요로 하며, 이 구인 수요를 채우지 못할 경우 경제 전반에 큰 위협이 될 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제조업과 지식기반 산업의 비중이 높은 독일의 기민한 대응은, 혁신의 동력인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만 한국에도 중요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물론 연구개발 및 기업 문화 전반에 이를 위한 보편적인 신뢰 문화 토양 구축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안현섭 독일 HERE Technologies 프로덕트 오너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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