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과학자들은 왜 사람이 동시에 두 가지 일을 못하는지 밝혀냈다.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할 때 뇌 속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힌 것. 이번 연구는 첫 번째 일을 처리한 후, 두 번째 일에 착수하기 위해서는 300밀리초(1밀리초는 1천분의 1초)의 지연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보였다.
과학 전문잡지 ‘뉴런’(Neuron) 최신호에 소개된 이번 결과는 운전 중 휴대폰 통화를 엄격히 금하고 있는 법규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미 밴더빌트 대학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로 하여금 여덟 개의 각기 다른 소리를 듣고 이에 해당하는 컴퓨터 자판을 누르도록 시켰다. 이와 동시에 여덟 개의 다른 이미지를 보여주고 역시 이에 해당하는 음절을 말하도록 시켰다. 즉 듣고 누르는 동작과 보고 말하는 임무를 동시에 부여한 것.
연구팀은 이 모든 과정에서 일어나는 실험 참가자들의 뇌의 활동 모습을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를 통해 분석했다. 특히 두뇌의 서로 다른 영역이 어떻게 활성화되는지를 밝히기 위해 옥시네이트된 혈액(oxygenated blood)의 흐름을 집중 분석했다.
분석 결과, 뇌의 외측 전두엽(lateral frontal cortex)과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그리고 상측 전두엽(superior frontal cortex)은 동시에 두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없음이 밝혀졌다. 이른바 ‘병목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줄서기 현상 발생해 두 번째는 기다려야
이번 연구를 이끌었던 폴 덕스(Paul Dux) 박사는 “이번에 조사한 두뇌 부위는 서로 상관없는 감각을 담당하는데, 두 가지 임무가 주어졌을 때 뇌 속에는 신호전달 체계에 ‘줄서기’ 현상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즉 첫 번째 임무에 대한 신호가 해당 두뇌 부위에 전달되기 전에 또 다른 신호가 들어오기 때문에 이 서로 다른 신호 사이에 줄서기, 즉 병목현상이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덕스 박사는 “이 같은 이유로 첫 번째 임무가 완수될 때까지 두 번째 임무를 지시하는 신경세포의 반응은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르네 마로이즈(Rene Marois) 박사는 “이번 연구는 왜 뇌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없는지에 대한 신경학적 증거”라며 “사람들은 운전 중에 헤드셋을 이용해 통화하면 안전할 것이라고 믿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 역시 뇌는 여전히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런던 로얄 할로웨이 대학의 인지 신경정신과 나렌더 램나니(Narender Ramnani) 교수는 “우리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지만, 이번 연구는 뇌의 어느 부위에서 병목현상이 일어나는지를 매우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그는 “일반적으로 동시에 두 가지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데, 이번 연구는 뇌의 가장 복잡한 부위인 전전두엽조차 한 번에 한 가지 일만 처리할 수 있다는, 우리의 한계를 잘 보여준 연구”라고 말했다.
- 김대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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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7-02-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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