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우주의 무게를 재는 일이 가능할까? 일단 우주보다 큰 저울이 있어야 하고 우주를 저울에 들어 올릴 수 있는 특별한 기중기도 필요하다. 이는 생각만 해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세계에선 가능한 일이다.
여름 방학을 맞아 고등과학원은 과학캠프 행사의 일환으로 26일(목) 고등과학원 국제회의실에 서울시 교육청 산하의 강동 및 서부영재원 소속 중3 학생 80여 명을 초청, ‘과학영재를 위한 과학명사특강’을 펼쳤다. 이날 강사로 초빙된 김정욱 고등과학원 물리학부 명예교수는 ‘우주와 그 무게’란 주제로 이론만으로 지구의 무게를 재는 법을 강연했다.
김 교수는 강의에 앞서 넌지시 학생들에게 “공기 전체와 벽돌 한 장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무거울까?”라고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일제히 “공기가 더 무거워요”라고 대답했다. 학생들의 과학지식을 은근히 떠본 김 교수는 “아! 역시 영재학생들이라 다르군요. 그러면 본격적인 우주여행에 들어갑시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공기 전체와 벽돌 한 장을 비교하면 당연히 공기가 무겁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벽돌이 무거워 보이는 이유는 밀도 때문이다. 이렇듯, 물질을 구성하는 것에는 원자, 분자, 소립자 등 작은 것들이 있고 이것들이 무한한 우주를 이룬다. 오늘은 큰 것들부터 생각해봅시다.”
먼저, 김 교수는 미국의 시카고를 찍은 가로 세로 1m 크기의 한 장으로 된 사진을 보여줬다.
“자, 1m 크기의 이 사진을 계속 확대하면 어떻게 변할까요? 우선 10배를 해봅시다. 그러면 지구의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다시 10배를 해서 10의 13승이 되면 태양계, 목성, 명왕성 등이 지속적으로 보일 것이다. 그리고 다시 10배를 계속해서 10의 18승이 되면 어떻게 될까요?”
학생들은 언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우주는 너무 작아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10배를 하면 10의 20승이 된다. 그러면 은하수가 보이기 시작하고 10의 21승이 되면 블랙홀이 나온다. 이 정도 거리는 지구로부터 10만 광년이나 떨어진 거리다.”
김 교수의 10m의 10배로 이어지는 우주여행은 계속됐다. 10의 22승(거리로 백만 광년)에선 은하수 주위에 별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10의 24승 즉, 1억 광년이 되면 은하수들이 별처럼 모여 있게 된다. 10의 25승(10억 광년)에서 김 교수의 우주여행은 끝났다.
“10의 25승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우주의 모습이다. 여러분 우주가 생각보다 굉장히 크지요. 우주는 거의 무한대처럼 펼쳐져 있지만 사실은 빈공간이다. 그러나 우주는 중력이 작용하므로 무게를 잴 수 있다. 자! 이제 우주의 무게를 측정해봅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우주의 나이를 알아야 한다.”
우주의 시작이 빅뱅(대폭발)이라는 사실은 과학계에선 이미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실.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은 우주의 발견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이다. 허블은 빅뱅 이후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을 망원경으로 측정하여 허블상수, 즉 우주팽창계수를 세웠다. 일정한 거리에 떨어진 은하의 거리와 후퇴속도와의 관계를 나타내는 허블상수를 통해 한 은하가 우리로부터 멀어지는 속도와 그 사이의 거리를 알면 우주의 나이를 계산할 수 있다. 그 결과, 우주의 나이는 오차를 계산해서 137억 광년이고 크기는 10의 28승cm이다.”
크기를 통해 부피를 측정하면 부피는 10의 85승㎤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제 밀도만 알면 무게를 잴 수 있다.
“우리 은하계에는 1,000억 개의 은하수가 있고 은하수 하나엔 1,000억 개의 별이 있다. 1,000억×1,000억 개를 하면 별의 숫자가 나온다. 또 별은 양성자, 중성자, 전자와 같은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우주 안에 들어 있는 입자의 수를 계산하면 중성자, 양자, 전자는 10의 80승개, 광자는 10의 90승개가 있다.”
이를 총 계산해보면 우주의 밀도는 10의 마이너스 29승g/㎤이고 이를 통해 우주의 질량은 10의 56승g이란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오늘날 과학계에선 이 이론들도 틀린 것으로 본다. 이는 과학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니다. 결국, 과학은 발견에 의해서 고쳐지는 것이다. 과학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나머지는 여러분의 몫이다.”
이날 고등과학원에 찾아온 새내기 영재들은 원로 물리학자 김정욱 고등과학원 명예교수로부터 우주의 무게를 재는 법을 특별한 저울 없이 배웠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이 배운 것은 단순히 지구의 무게를 재는 일이 아니라 과학의 역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우주의 무게를 재는 일은 우주 탄생과 그 비밀을 밝히려는 과학자들의 노력을 아는 것이었다.
- 조행만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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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7-07-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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