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외과적 수술 가능할까?

화성 탐사대, 응급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 높아

사람이 우주 공간에서 장기간 체류하면 신체에 다양한 변화가 생긴다.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가 약해지거나, 심하면 시력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 때론 외과적 수술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우주비행사가 수술을 받아야 할 경우, 가까운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달 탐사 임무에서는 조속히 지구로 귀환하는 것이 상책이다. 그러나 장거리 우주 비행에 나선다면 유사시 현지에서 수술해야만 한다.

지난 8일 온라인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앞으로 시도될 유인 화성 탐사에서 필요한 무중력이나 저중력에서의 수술에 관한 기고문을 게재했다. 지구를 떠난 화성 탐사대가 귀환하기까지 2년 넘는 기간 동안 겪게 될 상황을 예견한 내용이다.

무중력, 저중력에서의 수술은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 T. Trapp/BJS Surgery, CC BY-SA

떠다니는 내장, 끈적거리는 혈액

우주 비행은 우주비행사의 세포, 혈압 조절 및 심장 기능에 변화를 초래한다. 신체의 체액 분포에도 영향을 미치며 뼈와 근육을 약화시킨다. 또는 면역력이 저하되어 병원균에 더 쉽게 감염될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 상처를 입거나 건강이 나빠진 우주비행사의 수술은 생리학적으로 매우 불리하다.

무중력 상태를 재현한 수술 실험은 이미 여러 차례 시도됐다. 1998년 미항공우주국(NASA)은 STS-90 우주왕복선 임무에서 생쥐를 대상으로 몇 가지 수술 기법을 시연했고, 항공기를 이용한 무중력 체험을 통해 모의 인체 수술 실험을 하기도 했다.

그때 발생한 여러 문제 중 한 가지는 개복 수술 도중에 내장이 둥둥 떠다니면서 시야를 가리는 것이었다. 이를 극복하려면 내시경 수술과 같은 미세 침습 기술이 필요하다.

출혈도 큰 골칫거리다. 혈액이 표면 장력 때문에 수술 기구에 달라붙거나, 떠다니면서 의사의 시야를 가릴 수 있다. 또한, 밀폐된 공간에서는 순환 공기를 통한 감염 위험성도 증가한다.

ISS에서 우주비행사 크리스 해드필드가 심장 진단 실험을 하고 있다. © NASA

혈액에서 발생할 수 있는 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올해 초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발표된 NASA의 연구 결과는 장기간 우주 체류가 혈전 가능성을 높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ISS에 체류 중인 평균 연령 46세의 남성 9명과 여성 2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6명이 혈류 속도가 느려지거나 역전하는 증상을 경험했고, 한 명은 혈전이 발생했다. 다른 한 명은 잠재적인 부분 혈전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중력에서는 혈액과 체액이 머리 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혈전이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이 커진다. 그렇다고 우주에서 혈액 희석제를 복용하는 예방책도 출혈이 쉽게 멈추지 않는 부작용 때문에 곤란하다. 다행히 우주비행사가 정상 중력으로 돌아오자 혈전은 빠르게 사라졌다.

3D 프린팅과 의료용 포드가 대안

화성 탐사에 나선 우주비행사는 우주 공간에서 최소한 1년 이상, 화성 표면에서 1년 반가량 머물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다양한 수술 상황에 대비해 필요한 의료 물자를 모두 가져가기란 어렵다. 지구를 떠날 때 한정된 중량의 화물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이에 3D 프린팅 기술로 화성 현지에서 의료 기구를 생산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3D 프린팅된 수술 도구를 사용해서 신체와 비슷한 물건을 절단하고 봉합하는 테스트를 수행하기도 했다. 실험 결과는 기존 의료 기구와 큰 차이가 없었다.

미래 화성 정착지에는 의료용 포드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 NASA

과학자들은 미세 중력 환경에서 사용할 수술용 시설도 개발하고 있다. 이미 NASA는 감염 방지를 위해 플라스틱 캐노피가 포함된 폐쇄형 수술 시스템을 테스트했다.

미래에는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트라우마 포드(traumapod)’가 개발될 가능성도 있다. 아직 개념 연구 단계에 불과하지만, 수술용 로봇과 생명유지 장치가 결합한 가상의 첨단 의료용 포드다. 여기에 공기 여과 장치와 진단 및 치료 컴퓨터가 탑재되고, 방사선 차폐 기능까지 있어서 어떠한 우주 환경에서도 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

소수 인원의 화성 탐사대에 의사를 포함하는 것도 문제다. 한 가지 대안은 널리 사용 중인 로봇 수술이지만, 지구와의 통신 지연으로 인해 원격 제어가 어려울 수 있다. 만약 로봇 수술을 도입하려면 자율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화성 탐사대, 2.4년마다 1번씩 수술 상황 겪을지도

미 국립의학도서관 자료에 따르면, 7명의 팀원으로 구성된 화성 탐사대는 2.4년마다 평균 1회의 외과적 응급 상황을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원인으로는 부상, 맹장염, 담낭 염증 또는 암이 있다. 우주비행사는 건강한 사람만 골라 선발한다. 하지만 외과적 응급 상황은 건강한 사람에게도 발생할 수 있고,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화성 임무 중 수술에 관한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진단 및 마취 분야에서 풀어야 할 많은 숙제가 남아있다. 최선의 방법은 수술보다 예방하는 것이다. 따라서 탐사 대원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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