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우주에서의 연쇄법칙

[기고] 소행성 충돌과 생명의 향연

2022.06.30 09:00 이영웅

이영웅 한국천문연 명예연구원

자연의 연쇄법칙

연쇄법칙은 영어로는 체인룰(chain rule)이라고 하며, 여러 사회문제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데 자주 등장하는 용어이다. 모든 자연현상도 예외없이 연쇄법칙이 적용된다. 우주의 거대한 시공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우주는 138억년전 빅뱅으로 시작했고, 최초 38만년이내에 수소와 헬륨, 그리고 약간의 리튬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원자번호 1~3번으로 가장 간단한 기본 원소들이다. 수소원자 두 개가 융합하여 이루어진 수소분자들은 현재 우리은하에서만 태양질량의 약 200억배 정도가 기체 상태로 있다. 주로 수소분자로 이루어진 성간분자운속에서 외부압력과 자체중력으로 인해 뭉쳐지면서 원시별들이 만들어졌다. 대부분 집단적으로, 그리고 드물게는 하나씩 만들어진 것이다.

우리은하에 있는 약 2,000억개의 별들도 모두 단 하나의 예외없이 수소분자구름에서 태어났다. 그중 큰 별들의 중심핵에서 핵융합과정을 통해 원자번호 26번인 철까지, 그리고 큰 별의 생명이 다하여 초신성으로 폭발하는 바로 그 순간, 또는 중성자별들이 부딪치며 폭발하는 순간, 원자번호 27번부터 92번인 우라늄까지 만들어졌다. 물론 원자번호 79번인 황금도, 80번인 수은도, 86번인 라돈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큰 별들은 작은 별들(평균수명 백 억년이상)보다 훨씬 짧은 천만년내외의 삶을 살면서 이렇게 다양한 원소들을 우주공간에 흩뿌려 놓았다. 작은 별들은 이러한 핵융합과정이 너무나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중원소들을 형성하는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큰 별의 중심핵에서의 각종 원소들의 생산과정은 우주탄생이후 태양계가 탄생하기까지 무려 92억년이상이나 계속되었으며 최소 1,000번이상이나 탄생과 죽음을 반복하면서 많은 종류의 원소를 만들어 온 것이다. 성간가스에 섞여있던 이렇게 다양한 원소들은 서로 뭉쳐 티끌이 되고 암석이 되었다. 약 45억4천만년전(그냥 46억년이라고 해도 됨) 어느 이름 모를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주위에 모여 있던 성간가스를 압박하여 드디어 태양계가 탄생하게 된다, 중심에는 태양이 탄생하고 주위에 남아있던 가스와 암석들이 뭉치며 수많은 소행성들, 그리고, 행성들로 자라나게 되었다. 그중 하나가 우리의 지구행성인 것이다. 바로 그 이름 모를 초신성에 의해 태양계의 모든 과정이 연쇄적으로 일어난 것이다.

 

지구의 탄생초기

탄생시의 지구는 모든 것이 녹아있는 용융상태로 무거운 철과 니켈과 같은 금속은 지구중심으로 모여들게 되었고, 시간이 흐르며 표면은 서서히 식으며 지각과 암석이 형성되었다. 태양계 끝자락에서 온 혜성들이 날라다 준 얼음물이 더해져 바다가 만들어지고 물이 순환하면서 유해가스가 대부분이고 산소가 거의 없었던 시생대초기의 대기와 함께 지구의 기후를 관장하게 된다. 한편, 지구중심의 외핵의 용융된 철은 강력한 자기장을 생성하여 태양과 우주로부터 날라오는 각종 유해한 우주방사선들을 차단해 주고 있다. 철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유용한 금속일 뿐 아니라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보호막을 만들어 주고 있으니 이중, 삼중으로 고마운 금속이다.

탄생초기의 지구에는 암석만 있었고 땅과 흙은 없었다. 태양의 활동이 약해지고 태양에너지가 얼마간 줄어드는 순간 지구에서는 빙하기가 시작되어 암석과 바다가 얼어붙고 다시 해빙이 되는 것을 반복하며, 또한 달이 가까워 생기는 강력한 조석작용으로 암석 부스러기와 흙이 생기기 시작하였으며, 약 37억년전 스트로마톨라이트로 대표되는 광합성 남조류가 탄생하여 점차 대기에는 산소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수십억 년 동안 광합성작용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생명의 공기인 산소를 만들었으며 대기에 산소가 꽤나 많아진 5억4천만 년 전쯤 동물들이 갑자기 많이 태어나는 캠브리언 대폭발(Cambrian Explosion)이 일어났다. 태초의 생명은 바다에서 만들어지고 이들이 점차 진화해서 바다에는 각종 생명이 넘치게 된 것이다.

 

소행성충돌과 생명의 향연

약 4억년 전까지는 땅위에는 동물들이 거의 살 수 없었는데, 이유는 달이 가까워 조석의 차가 컸기 때문에 바다동물이 땅으로 올라올 기회가 적었고, 대기중의 산소양이 충분치 않아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의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땅위에서는 동물들이 살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달이 점차 멀어져 조석의 차가 완만해지고, 대기상층부에 오존층이 생겨 땅위에서도 동물들이 살 수 있게 되어 드디어 바다와 육지와 공중에는 생명의 향연이 넘치게 되었다. 거대동물이 번성했던 시기는 백악기와 쥬라기시대이며 공룡들은 약 2억2천만 년 전에 태어나 6천5백만 년 전에 갑자기 멸종했다. 공룡들은 지구상에 무려 1억5천만년동안이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며 살았는데, 지름 10여km 짜리 소행성 한방에 이들 거대동물 100%를 포함하여 모든 개체수의 50%가 멸종한 것이다.

지구로 소행성이 떨어지는 것은 필연이다. 지구가 만들어진 이유는 이러한 소행성들이 서로 뭉쳐져서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도 날마다 떨어지고 있다. 유성우, 또는 별똥별의 형태로 날마다 하루에 백여 톤씩 떨어지고 있는 중이다. 현시대에는 다행히 대체로 작은 것들이고 큰 것은 아주 드물게 떨어지니 천만다행이다. 1908년 6월30일 아침 러시아의 퉁구스카에 거대한 혜성형 운석이 충돌하여 대기중에서 폭발했으며 서울의 약 3배 면적을 초토화 시켰다. 몇 년 전에 진주에도, 러시아에도 상당히 큰 것이 떨어져 화제가 되었다. 6천5백만 년 전 소행성이 빗겨나가 지구와 충돌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공룡들은 아마도 더 오랜 세월 살아남아 계속 지구를 지배하고 있을지 모른다. 후일 유인원을 포함한 작은 동물들이 태어나 함께 살았다면 이들은 공룡들의 먹잇감이 되거나, 유인원이 아예 태어나지도 못했을지 모른다. 혹 태어났더라도 현생인류로 진화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작은 동물들 입장에서 보면 소행성에 의한 대충돌은 매우 고마운 사건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후일 빙하기가 여러 번 찾아왔기 때문에 거대동물들은 결국은 추위를 참지 못하고 멸종을 했을 것이다. 거대 소행성충돌이 고마운 것처럼 빙하시대도 인류에게는 고마운 과정이다. 이 빙하시대의 최대의 승자가 바로 인류의 조상인 유인원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추위를 이겨내고 생존하기 위해서 몸부림치며 적응해 나갔기 때문에 두뇌의 역할이 점점 발전한 것이리라. 그리스 신화 속 영웅, 필록테테스의 고백적 넋두리를 보면 극한의 인간적 고뇌가 우리를 성숙하게 만들기도 한다. – ‘만일 뱀에게 물린 상처와 동료들에게 버림받은 불행과 이 섬에서 겪어야 했던 처절한 고독이 없었더라면 나는 마치 짐승처럼 생각도 없고 근심 걱정도 없었을 것이다. 고통이 내 영혼을 휘어잡아 깊은 고뇌에 빠뜨렸을 때 비로소 나는 인간이 되었다’. 지금 우리들 중에서도 각종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간 사람이 결국은 인생에서 성공하는 것처럼 인류도 필연적으로 그런 과정을 거친 것이다. 우주에서 외롭게 보이지만 아름다운 지구행성은 이렇듯 수많은 수난의 시절을 거쳐 기적적으로 살아 있는 행성이 되었고 우리 인간은 승자동물이 된 것이다.

 

가장 간단한 원소인 수소로부터 시작된 우주는 큰 별의 핵에서 마법과도 같은 핵융합연금술을 통하여 각종 원소를 만들어, 후일 지구행성과 모든 생명체의 바탕이 되고 있으니 이를 모두 관장하는 자연의 연쇄법칙은 참으로 오묘하며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우주에서 유일한 고향인 행성지구에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기적이며, 이에 대해 무한 감사해야 할 일이다. 자연과 함께 우리 모두들 서로 존중하며 살기를 바래본다.

 

이영웅 한국천문연구원 명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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