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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소재·신기술
황정은 객원기자
2015-04-27

우연한 연구로 그래핀 위 무기물질 나노와이어 조립 규명 [인터뷰] 김관표 UNIST 자연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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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반도체 및 스핀소자로 각광받는 '그래핀 나노리본(Graphene nanoribbon)'. 그래핀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소자로 주목받는 그래핀 나노리본의 산업적 응용가능성을 보여준 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김관표 UNIST 자연과학부 교수가 머리카락보다 얇은 극미세선이 그래핀 박막 위로 저절로 자라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특히 이번 연구결과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것이어서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그래핀의 표면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돼 있기에 표면 위 무기물질의 자가정렬이나 조립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결과를 도출한 이번 연구는 그 성과를 인정받아 나노 연구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지인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3월 24일자로 발표되기도 했다.

김관표 UNIST 자연과학부 교수 ⓒ 김관표
김관표 UNIST 자연과학부 교수 ⓒ 김관표

나노와이어, 박막 결에 따라 정렬되는 현상

이번 연구는 한미일 3국의 연구자들이 함께 진행한 결과다. 김관표 UNIST 교수, 이원철 동경대 박사, 박정원 하버드대 박사, 이훈경 건국대 교수, 정후영 UNIST 교수가 주도한 공동연구팀이 무기물질인 ‘나노와이어(Nanowire)’가 그래핀 박막 결에 따라 정렬돼 조립되는 현상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그래핀은 탄소로 이뤄진 단원자 층 물질로서 뛰어난 전기적‧기계적‧광학적 특성 등을 지녀 차세대 물질로서 각광 받고 있습니다. 또한 매우 얇은 막으로서 여러 특성 및 응용 가능성을 갖고 있어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새로운 물질을 합성하고 성장시키는 성장판으로 사용될 수 있는데요. 이번 연구에서는 그래핀 위에 시안화 금(AuCN)이 극미세선(또는 나노와이어) 형태로 저절로 자라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관찰한 현상 중 제일 흥미로운 점은 시안화 금 나노와이어들이 그래핀의 결정 방향(지그재그 격자 방향)으로 정렬돼 자란다는 점입니다."

더 나아가 이번 연구에서는 성장한 나노와이어를 이용해 ‘그래핀 나노리본’을 제작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플라즈마를 이용해 나노와이어가 조립되지 않은 부분을 제거, 리본 형태를 가진 ‘그래핀 나노리본’을 개발한 것이다. ‘그래핀 나노리본’은 기존 그래핀보다 뛰어난 전기적 특성을 가져 반도체 및 스핀 소자로 각광받았으나 제작이 어렵다는 한계에 부딪혔다.

"반도체와 스핀 소자로서 각광받는 그래핀 나노리본의 경우 격자의 방향에 따라 그 특성이 매우 다릅니다. 그렇기에 하나의 격자 방향으로 잘 제어된 나노리본을 합성하거나 제작하는 방법이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나노리본을 선별적으로 제작하는 방법이 기존에 존재하지 않아 실제적으로 응용이 불가능했어요. 이번 연구를 통해 그래핀 나노리본 제작 방법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동시에 그래핀 나노리본을 이용한 반도체와 스핀 소자로의 응용 가능성을 크게 높였다고 할 수 있겠죠."

앞서도 언급했든 이번 연구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은 연구로 주목을 받고 있다. 김관표 교수는 "그래핀 표면은 화학적으로 매우 안정돼 있다"며 "이로 인해 무기물질을 그래핀 표면위에 조립 및 성장시키는 과정이 쉽지 않다"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특히 그래핀의 격자 구조를 따라가면서 무기물질을 성장시키는 방법은 거의 제시된 바가 없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무기물질인 시안화 금(AuCN)이 상온에서도 그래핀의 격자 구조(그래핀의 zigzag 격자 방향)를 따라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밝혔어요. 사실 이번 연구는 대중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세대 나노물질로서 여러 분야에서 각광 받고 있는 그래핀이 실제적으로 어디엔가 사용되기 위해서는 그래핀 자체만을 연구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팀의 이번 연구는 보다 산업적 응용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앞으로 널리 많은 사람에게도 이로움을 전해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김관표 교수의 설명대로 그래핀은 그 자체만의 연구보다 전체적인 조망을 통해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그래핀을 전자소자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래핀이 부도체기판 위에 얹혀 있어야 하고, 전하 주입을 위해 전극 물질을 그래핀 위에 쌓아야한다. 이 경우 그래핀과 부도체기판 및 전극 물질 사이의 접합이 생기며 이들 간의 상호 작용은 전자소자의 동작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그래핀과 다른 무기물질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는 그래핀을 실제 디바이스 혹은 다른 분야에 응용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번 연구는 그래핀과 무기물질 사이의 새로운 상호작용을 확인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근본적인 상호작용의 이해를 통해 그래핀과 다른 물질을 통한 접합 구조 생성 및 제어를 잘 시행할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핀 위에 정렬된 무기물질 나노와이어와 그래핀 나노리본 상상도 ⓒ UNIST
그래핀 위에 정렬된 무기물질 나노와이어와 그래핀 나노리본 상상도 ⓒ UNIST

관찰을 통해 얻어낸 연구결과

연구 성과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연구를 시작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듯 했다. 물리적인 환경의 어려움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이미 성립된 인식을 깨는 어려움이 더 클 것 같았다. 이미 기존 학설이 탄탄하게 존재하고 있던 분야지 않은가. 이러한 분야에 물음을 갖는 것은 연구자로서 늘 깨어있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연구를 진행한 배경을 묻자 김관표 교수는 잠시 웃음을 지어보인 후 "사실은 우연히 시작된 연구"라고 귀띔을 했다.

"정말 우연하게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전자현미경으로 그래핀 시편을 관찰하다가 시작한 연구니까요. 처음 관찰 했을 당시에는 '이 나노와이어가 도대체 무슨 물질인가' 싶을 정도로 잘 알지 못했습니다. 헌데 연구를 진행하면서 저희 연구팀 모두 새로운 사실들을 알아나갔어요.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죠."

그가 이번 연구를 진행한 것은 대학원생으로 재학 중이던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그는 UC Berkeley 물리학과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었고 옆 실험실 대학원생이던 박정원 박사 그리고 박사 후 연구원으로 있던 이원철 박사와 함께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당시 다른 연구를 진행하던 중 그래핀 위에 정렬된 선 형태의 무늬가 전자현미경으로 관찰됐습니다. 관찰은 했지만 어떤 물질인지 혹은 어느 조건에서 생성되는 건지 별다른 결론을 얻지 못 했어요. 한동안 연구에 진전은 없었고 이 후 저를 포함한 세 명의 연구자는 소속이 옮겨지면서 전 세계로 흩어지게 됐습니다."

이후 일본 동경대에서 이원철 박사가 나노와이어 합성 조건을 면밀히 검토해 이 현상을 재현성 있게 일어나게 하는데 성공했다. 이를 바탕으로 나노와이어 성분 분석을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그 결과 지금의 논문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었다.

"쉽지 않았어요.(웃음) 나노와이어 성장을 재현성 있게 구현하는 것과 나노와이어 물질 분석이 특히 어려웠죠. 이 물질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고 이로 인한 시행착오도 많아서 연구를 마무리하는 데만 4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다행히 뛰어난 분들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논문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또 힘든 시간이었지만 김관표 교수는 "돌이켜보면 그 시행착오 하나하나가 쌓여 제대로 된 연구 결과를 내는 밑거름이 된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이번 4년간의 연구 과정을 통해 결국에는 연구 초기에 예상했던 것과 매우 다른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렇듯 제일 큰 희열은 실험을 통해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것을 이해하고 배우는 과정에 있지 않을까요."

한미일 공동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무엇보다 세 연구자의 협업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김관표 교수는 "이를 통해 협동연구와 융합연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느꼈다"며 연구과정 중 느낀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줬다.

"서로 다른 세 분야의 연구자가 모여 연구를 수행하고 넓은 영역의 연구 진행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발견된 현상이 워낙 새로운 현상이라 분석을 진행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어요. 이에 이론 계산 전공의 건국대 이훈경 교수와 전자현미경 전공의 UNIST 정후영 교수를 연구팀에 초빙해 문제를 해결해 나갔습니다. 이번 연구는 학제적 협력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어요. 참여 연구자들의 세부 연구분야가 상이해 시너지 효과를 크게 일으킨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진행될 연구도 이런 학제 간 공동연구를 통해 서로 상호 보완 하고 학문적 파급효과가 큰 연구를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황정은 객원기자
hjuun@naver.com
저작권자 2015-04-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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