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우산 속 사랑의 별자리 ‘독수리자리’

[이태형의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 8월 둘째 주 별자리

그칠 줄 모르는 장맛비에 별들도 구름 속에 꽁꽁 숨어 버린 한 주가 지나갔다. 하지만 구름 너머엔 언제나처럼 밝고 예쁜 별들이 빛나고 있다. 새벽에는 금성이 일 년 중 가장 일찍 떠올라 샛별처럼 빛나고 있고, 저녁에는 목성이 토성을 이끌고 동쪽 하늘을 지배하고 있다. 머리 위에는 여름 하늘의 주인공인 직녀가 밝게 빛나면서 은하수 너머의 견우와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번 주는 일 년 중 별똥별이 가장 많이 보이는 시기이다.

일 년 중 별똥별이 가장 많이 떨어지는 날

이번 주 수요일(12일) 밤부터 목요일 새벽까지 올해 중 별똥별이 가장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3대 유성우 중 하나인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가 극대기에 오는 날이기 때문이다. 국제유성협회는 이날 자정을 전후해서 한 시간에 최대 110개 정도의 별똥별이 떨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성우는 혜성이 지나간 궤도를 지구가 통과할 때 그 궤도를 따라 돌던 혜성의 작은 부스러기들이 지구의 중력에 빨려 들어와 불타는 현상이다. 지구에서 볼 때 혜성의 궤도와 만나는 지점을 복사점이라고 부르는데,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라고 하면 페르세우스자리에서 지구가 혜성의 궤도와 만난다는 뜻이다. 마치 페르세우스자리로부터 별똥별이 쏟아지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라고 부르는 것이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를 만드는 모혜성은 130년의 주기를 가진 스위프트 터플 혜성으로 우리나라 시간으로 12일 밤 10시부터 13일 새벽 2시까지 지구가 이 혜성의 중심 궤도를 통과한다.

페르세우스자리 복사점. ⓒ 천문우주기획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 ⓒ NASA/JPL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유성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시간은 12일 밤 자정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를 달리는 버스라고 생각하면 새벽이 되는 위치가 바로 버스의 앞 유리창이고, 저녁이 뒤쪽 유리창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 달리는 버스에서 보면 앞 유리창으로 가장 많은 빗방울이 부딪히는 것처럼 혜성 궤도를 통과하는 지구의 앞부분인 새벽 시간대에 가장 많은 별똥별이 떨어진다.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라고 해서 꼭 페르세우스자리의 위치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유성우는 대기권 밖의 어느 한 지점에서 폭탄을 터뜨렸을 때 그 잔해가 지구로 떨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아주 높은 곳에서 폭발이 일어날 때 그 잔해가 넓은 지역으로 퍼져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복사점을 중심으로 대기권으로 들어온 혜성의 티끌들이 지상 100km 정도에서 불이 붙게 될 때는 이미 사방으로 퍼진 후이다.

따라서 페르세우스자리 유성우라고 페르세우스자리에만 보고 있으면 많은 별똥별을 보기 힘들다. 보다 많은 지역에서 떨어지는 별똥별을 관측하기 위해서는 눈을 한 지점에 고정시키기보다는 매직 아이를 보듯이 초점을 흐리는 것이 좋다. 초점을 고정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고, 따라서 많은 유성을 볼 수 있다.

유성우가 새벽에 많이 보이는 이유. ⓒ 천문우주기획

우산 속 사랑의 별자리 독수리자리

한 여름 머리 위에서 가장 밝게 보이는 별이 직녀이고, 그 남쪽으로 보이는 밝은 별이 견우이다. 견우별과 그 주위에 있는 별들이 바로 독수리자리이다. 견우별 주위를 자세히 보면 마치 우산 모양으로 별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비 오는 날 견우와 직녀가 은하수 둑을 거닐 때 함께 썼던 우산으로 이 별자리를 기억하면 좀 더 재미있는 상상이 가능하다. 물론 우산을 자주 잃어버리는 사람들은 자신의 우산이 하늘에 올라가 별자리가 되었다고 상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모습을 잘 보면 마치 어떤 날짐승이 날아가는 모습처럼 생각할 수도 있다. 옛 그리스인들은 이것을 독수리의 모습으로 보았다.

그리스 신화에 의하면 독수리자리는 미소년 가니메데를 납치하기 위하여 제우스가 변신한 모습이라고 전해진다. 제우스신이 독수리의 모습으로 가니메데를 납치한 것은 신들을 위해 물과 술을 나르는 일을 하던 청춘의 여신 헤베가 발목을 삐어 그 일을 대신할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독수리자리를 찾는 일은 견우별을 찾을 수만 있다면 어렵지 않다. 견우별 양쪽으로 약간 덜 밝은 두 개의 별이 나란히 놓여서 견우를 호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세 개의 별을 확인하고 전체적으로 우산 모양을 찾는다면 그것이 바로 독수리자리이다.

천상열차분야지도에 표시된 28수 중 하나인 우수(牛宿)도 견우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민담 속에 등장하는 견우와 천상열차분야지도 속 견우는 다른 별이다.

견우와 직녀, 그리고 백조자리가 만드는 여름철의 대삼각형. ⓒ 천문우주기획

8월 10일 밤 10시 무렵의 남동쪽 하늘 ⓒ 천문우주기획

부부 싸움 끝에 헤어진 견우와 직녀

견우와 직녀의 사랑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학창 시절에 배운 견우와 직녀 이야기는 둘이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일을 게을리해서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헤어지게 되었다는 슬픈 이야기였다. 하지만 민담 속에 전해지는 견우와 직녀의 또 다른 이야기에서는 둘이 헤어지게 된 이유를 부부 싸움 때문이라고 한다.

견우와 직녀는 첫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게 된다. 공주였던 직녀에게는 구릿빛 피부의 건장한 견우가 무척 멋있어 보였을 것이고, 들판을 누비던 견우에게는 하얀 피부의 직녀가 천사처럼 예쁘게 보였을 것이다. 첫눈에 반한 둘은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했지만 결혼 생활은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사랑으로 극복하기에는 둘이 살아온 배경이나 성격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랑은 식어갔고, 둘 사이의 의견 충돌은 점점 심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 싸움 끝에 화가 난 직녀가 베틀에 꽂아 놓았던 북을 빼 견우에게 던지고 만다. 견우별 왼쪽에 보이는 돌고래자리가 바로 베틀의 북으로 알려진 별이다. 신화 속에서 사랑의 전령사로 나오는 돌고래가 민담 속 견우직녀 이야기에서는 둘을 헤어지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마에 커다란 혹이 난 견우는 결국 직녀와 이혼을 결심한다. 하지만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옥황상제는 둘을 이혼시키는 대신 견우에게 은하수 남쪽 땅을 주고 별거를 하게 했고, 일 년에 단 하루, 칠월 칠 일에 만나서 화해를 하게 했다고 한다. 그래서 매년 칠월 칠석이 되면 견우는 배를 타고 은하수를 건너 직녀를 만나러 궁으로 돌아와야 했다. 올해처럼 비가 많이 오는 해에는 은하수가 넘쳐 직녀를 보지 않아도 되었지만, 눈치 없는 까치와 까마귀가 만든 오작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견우는 눈물을 흘리면서 은하수를 건너야 했다고 한다. 견우직녀의 슬픈 이별 이야기의 진실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우리 조상님들의 해학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민담이다.

돌고래자리와 원철스타. ⓒ 천문우주기획

한국인 최초의 천문학 박사 이원철의 별

우산 모양의 독수리자리에서 왼쪽 우산살 중간에 보이는 독수리자리 에타별은 원철 스타(wonchul star)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이 별은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면서 약 7일을 주기로 밝기가 3.7등급에서 4.5등급까지 변하는 맥동변광성이다. 이 별의 밝기가 변하는 원인을 처음으로 밝혀낸 분이 바로 당시 미시간 대학에 유학 중이던 이원철 박사였고, 이 박사는 이 연구로 한국인 최초의 천문학 박사 학위를 받게 된다. 견우별 바로 왼쪽에 있는 베타별(3.7등급)을 기준으로 밝기를 비교해보면 원철 스타가 조금 어두워졌다가 다시 밝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고 조경철 박사와 함께 이원철 박사의 묘소를 참배하는 모습. ⓒ 천문우주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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