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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3-24

우리 사전에 완전범죄는 없다! - (22) 법과학자 홍수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공업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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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TV에서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형사 콜롬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완전 범죄가 될 뻔한 사건들을 꼬인 실타래 하나하나 풀어가듯이 강력계 형사 콜롬보가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이 매우 흥미진진하게 그려진 작품이었다. 어눌한 형사가 나타난 사건 초기 현장마다 항상 한발 앞서 와 뭔가를 조심스럽게 주워 담다가 범상치 않는 말을 몇 마디 던지는 사람들은 바로 과학수사대 요원이다. 완전범죄를 치밀하게 계획한 범인이 처음에는 뜻을 이루는 듯하다가 결국에는 범행이 밝혀지고야 마는 문제해결 과정에 과학수사대의 협조가 없다면 콜롬보는 과연 몇 건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갈수록 여러 가지 수단을 이용하여 치밀하게 계획된 범죄가 늘어남에 따라 과학수사대의 역할이 눈에 띠게 부각되고 있다. ‘과학수사대’를 다룬 드라마가 TV에 방영되는 것도 이러한 세태가 반영된 것임에 틀림없다.

최근 연이어 터진 유괴나 실종사건이 뉴스에 보도될 때마다 ‘과학수사’라고 쓰인 노란 조끼를 입고 결정적 단서를 찾기 위해 현장을 살피는 사람들이 바로 과학수사대 요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라는 국가 기관에 소속되어 완전범죄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각종 최신 장비를 동원하여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일을 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범죄수사 및 사법재판에 관한 증거물에 대하여 법의학, 법과학 및 공학적 감정과 연구를 수행하는 국가기관이다. 법의학이란 사체부검, 검안, 병리조직 검사, 혈흔, 정액, 타액, 모발, 배설물, 유전자분석, 슈퍼임포즈, 플랑크톤, 범죄분석, 법최면, 거짓말 탐지, 인영, 영상분석 등을 이용하여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는 일을 한다. 법과학 분야에서는 독극물, 부정의약품, 부정식품,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대마초, 환각물질, 화공약품, 섬유, 토양, 페인트, 부정유류, 중금속, 총기, 화약류, 화재, 폭발사고, 기계, 구조물안전사고, 음성분석, 교통사고 감정 등을 담당한다.

흔히 국과수라고하면 부검을 떠 올리는데 실제로 일어나는 많은 사건 중 부검이 요구되는 사건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과수에서 하는 업무의 양도 부검을 해야 하는 의학자들보다 증거를 과학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해야하는 과학자들의 수가 훨씬 많다.

공정한 법 집행을 위해 최첨단 과학을 활용하는 법과학자에 대해 알아보았다.

법과학자란?

법과학자는 범죄현장에 대한 조사, 증거물의 채취, 실험실 감정, 발견사항의 해석 및 수사목적이나 법정사용을 위해 도달한 결론을 제시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법과학의 활동 범위는 혈중 알콜농도 및 유리 굴절지수 측정과 같이 명확한 결과를 이끌어내는 기기분석으로부터 의문스러운 화재 및 자동차 사고 조사, 본질적으로는 아주 주관적이지만 훈련을 통해 법과학자들 간에 일관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필적 및 공구흔(toolmark) 검사와 같은 비교작업에까지 이른다.

법과학자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이공계 중 주로 물리, 전자, 기계, 전기 화학, 생물 등을 전공한 사람들이 많고, 대부분 석사학위 소지자이다. 전공이외에 수사나 첩보 등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면 이 일을 즐겁게,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는 일이 다양하고 복잡하기는 하지만 능력이 아주 뛰어난 즉, 머리가 아주 좋다고 일처리를 잘하는 것은 아니다. 실험하는 것을 좋아하고 때로는 지속적으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도 감당해 낼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다.

현재 채용상황과 전망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과학부에서 물리, 화재, 교통, 음성, 영상, 화학, 유전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직 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다. 현재 연구소는 서울에 본소가 있고, 부산, 광주, 및 대전에 분소가 있다. 강원도에 동부 분소가 설립될 예정이며 연구직은 같은 분야끼리 이동이 가능하다.

인권 존중 사상이 증대되고, 민원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중시됨에 따라 과학수사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에 대한 보강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리라 기대된다. 최근 국내 최초 민간 서비스업체가 생겨 선택의 폭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범죄 사건이 없는 아름다운 천국을 설계한다

홍수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공업 연구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과학부 물리분석과 음성연구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대학에서 물리학과를 졸업하자마자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입사하여 22년 동안 한 길을 달려온 베테랑 법과학자이다. 그 동안 대학원을 다니며 응용물리로 석사를 물리음향 분야로 박사과정 수료했다.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된 동기 및 과정은?

어릴 때 가장 좋아하고 잘하는 과목은 수학이었다. 친구들 이름은 기억을 잘 못해도 번호가 몇 번이었는지를 기억하곤 했다. 고등학교 때 며칠을 고민하며 풀지 못하던 수학 문제를 꿈속에서 해결 한 적이 있을 정도로 수학을 매우 좋아 했다. 덕분에 과학 과목 중에서 수학 능력이 가장 많이 요구되는 물리를 제일 쉽게 배웠다. 아주 쉽고도 분명하게 우리 일상생활과 직접 관련된 현상들을 예로 들어 설명하시던 물리 선생님의 영향을 크게 받아 물리학과로 진학하게 되었다.

형사 콜롬보, 소모즈, 육백만불의 사나이 같은 수사극이나 공상 첩보극을 매우 좋아하기는 했지만 범죄해결에 일조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년간 학교에서 실험조교로 있으면서 직장을 구하려고 하였으나 회사에 이력서를 내면 여자라는 이유로 서류 심사에서 계속 떨어져 시험조차 볼 기회를 얻지 못하다던 중 우연히 선배로부터 학교 게시판에 연구소 직원 특채 공고가 났다는 것을 전해 듣고 응시하였는데 합격한 후 22년 동안 인연을 맺고 있다.

법음성과학자란?

법과학자 중 소리와 관련된 일들을 처리하고 연구하는 법음성학(Forensic phonetics) 전문가를 일컫는다. 유괴사건, 지하철 폭파 협박사건, 독극물 투입 협박 사건 등과 같은 각종 협박사건, 및 전화폭력 사건에서 범인의 음성을 식별하기도 하고, 사건 현장에서 발생된 사람 음성이외의 소리를 분석하여 수사에 단서를 제공한다.

살인강도 사건에서 강도가 집에 침입하자 피해자는 긴급구조 전화를 걸었고, 살인 현장 소리가 긴급구조 녹음 시스템에 의하여 계속 녹음이 되었다. 사건 후 이 녹음된 소리 중에 파이프가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를 분석하고 용의자 집에 숨겨진 유일한 증거물 파이프가 결정적인 단서가 되어 사건이 해결된 적이 있다.

식당이나 공연장 등과 같이 시끄러운 곳에서 녹음된 테이프에서 특정인들의 대화 내용을 확인하고자 하는 경우 녹음된 주변 잡음을 제거하여 특정인의 음성이 잘 들리도록 녹음테이프의 음질을 개선시키는 일도 한다.

공중에서 폭파된 비행기의 블랙박스 음성 녹음 장치에서 비행기 엔진 소리에 묻힌 희미한 사람 음성이 포착되었고 잡음을 제거하고 대화 내용을 분석하는 작업을 거쳐 확인된 것은 “I'll kill you". 이로 인해 비행기가 기체결함이 아니라 공중 납치되어 폭파됐다는 결론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비행기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데 녹음된 조정사들의 음성이 매우 좋은 단서를 제공해주나 대부분이 엔진 소리 등으로 인하여 많은 잡음이 포함되어 있고 일반 오디오 데크가 장착된 경우 테이프가 심하게 파손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녹음테이프의 복원을 한 후 음질개선 작업을 하게 된다.


범인으로 지목 받고 있는 수사 대상자의 대화 내용을 수사 목적으로 감청하는 경우 자신들의 대화 내용을 남이 듣는 것을 고려하여 TV나 방송 등을 크게 틀어 놓고 대화를 하는 경우를 수사극이나 영화에서 자주 보이는데 이런 경우 방송 음성만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녹음된 테이프가 원본인지, 인위적으로 조작 편집된 것인지를 가려내는 일을 한다.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 때 백악관에서 24시간 녹음되는 테이프들을 6명의 음향학자들이 분석하였고, 그 녹음테이프에 녹음된 내용 중 음성이 녹음되지 않은 부분 중 일부 대화 내용이 삭제 된 것으로 확인된 것이 녹음테이프의 인위적 조작 여부를 확인하는 최초의 사건이었다. 이런 방법은 재작년 병역 비리 사건에서 녹음테이프 편집여부를 확인 하는데 이용한 적이 있었고 정치 및 선거관련 사건, 사기사건 등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 하는 일은?

유괴범이나 협박범들의 음성이 방송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게 되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 목소리와 유사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을 제보를 하게 되고 반드시 그 제보된 목소리 중에 범인이 있다. 예로 1988년 원혜준양 유괴 사건 때 제보된 50여명의 음성 중에 범인 음성이 있었고, 박초롱초롱빛나리양 유괴 사건 때는 범인의 부모님에 의해 그 목소리가 딸의 목소리임이 확인되기도 하였다. 사람들은 자기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의 음성을 듣고 누구의 목소리인지를 정확하게 가려 낼 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모르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쉽게 식별하지 못한다. 이것은 반복적으로 가까운 사람들의 음성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을 우리 뇌가 기억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

목소리는 여러 가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분석된다. 분석된 자료로부터 그 사람의 성도의 길이, 성대 진동의 특징들을 확인하고, 억양, 발음지속시간 등과 같은 음성학적 특징들을 비교하여 범인의 음성을 식별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언어적 환경이나 전화와 같은 음성 전달매체의 특징에 영향을 받지 않는 개인 고유의 음성 특징이 무엇인지, 반복적으로 우리 뇌에 기억되어 정확히 사람을 식별하게 하는 특징이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아 이러한 특징들을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 최근에 연구하는 주요 과제이다.

이 분야에서 하는 일에 대해 느끼는 보람과 어려운 점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흥미로우면서도 한편 어려운 것은 동일한 환경에서 일어난 동일한 사건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은 아주 많은 변수가 작용한다. 환경적인 변수뿐만 아니라 실제 사건과 관련된 범인이나 용의자들은 가능한 본인의 목소리를 위장하려고 하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최대한 숨기려고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가능한 실제 사건과 같은 조건으로 실험을 하고, 많은 자료를 분석하여 결론을 내리게 된다. 항상 정확한 결과를 얻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나 100% 정확도를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한다. 정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억울한 사람이 평생을 감옥에서 보낼 수도 있고, 잔인한 범인을 놓쳐 또 다른 범죄를 불러올 수도 있어 심적인 부담이 크다.

우리나라에서 이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2명과 대검찰청에 1명뿐이다. 보람되고 안정된 직업으로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라는 긍지를 가지고 일할 수 있다. 반면에 늘 새로운 문제들을 거의 혼자 힘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만큼 꾸준한 자기 연마가 필요 하다. 한 가지 학문에 국한되지 않고 음향학, 물리학, 생리학을 포함한 음성학, 신호 처리를 위한 컴퓨터 공학 등. 관련된 지식을 습득하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또 다양한 학문을 접하게 되어 흥미롭다. 특히 실험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사람 음성에 관한 연구를 하며, 진실을 밝혀내는 일은 즐겁다.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

우리 아이에게도 하는 말이지만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가를 결정할 때 ‘과연 내가 평생을 신명나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우선 생각하라고 한다. 즐겁게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할 줄 아는 참된 과학자들이 개인적으로 행복할 것이고, 이 사회를 위해 더 많은 공헌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아름다운 천국을 건설하는데 일조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많은 관심 가져주기를 희망한다.

<기획 및 정리=한효순 박사, 한국과학문화재단 객원선임연구원>

저작권자 2004-03-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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