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참으로 많은 종류의 전자제품이 있다.
컴퓨터, TV, 냉장고, 세탁기, 오디오 제품, 에어콘, 전화 등 당장 없으면 몹시 불편을 느끼는 의식주의 일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이 우리 생활로 들어온 경로를 살펴보면 한결같이 서양의 누군가에 의해 개발되었고, 이로 인해 세계 굴지의 기업이 생겨나고, 얼마 후에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생산이 시작되고 역수출되는 일련의 공식적인 과정이 있다.
새로운 전자제품이 우리나라에 도입되는 초기에는 비싼 특허료와 기술 도입비를 지불하고 복사해서 싼 가격으로 공급하는 수준이지만 그 단계를 넘어서면 우리 기술진들은 더 좋은 기능을 가진 전자제품으로 변신시켜 새로운 발명특허료를 받아가며 세계 곳곳에 역수출하여 우리나라 외화획득은 물론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해왔다.
이런 전자제품의 홍수 속에서 유일하게 한국의 전자공학도에 의해 개발되어 짧은 시간 안에 전국 가정 보급률 30%를 차지하고, 외국으로 수출하기까지 하는 토종가전 제품이 있다. 세계 식품 전문가들이 가장 과학적이고 완벽한 식품이라고 격찬을 아끼지 않는 우리의 전통 음식 김치를 과학적으로 보관하려고 노력한 결과로 탄생한 김치 냉장고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치는 발효 식품이기 때문에 덜 익어도 너무 익어도 맛이 없다. 그래서 조상들은 김장을 하면 마당 한구석 그늘진 곳에 땅을 파서 김칫독을 묻어 김치가 너무 익는 것을 방지했다. 우리나라 11월 하순의 땅 속 온도인 5도와 한겨울의 땅 속 온도인 영하 1도 사이에서 보관하면 오랫동안 신선한 김치를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현대 도시생활에서 이렇게 김치를 보관하기는 거의 불가능했기에 언제부턴가 김장김치를 어느 정도 익힌 후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해 왔다. 서양음식 문화에 맞게 개발된 냉장고 안에서 우리 고유의 유산균 식품인 김치가 제대로 맛이 들 리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음식에 김치 냄새가 배는 것을 참지 못하는 주부들의 불만을 귀담아 듣고 조상의 지혜를 면밀히 조사하여 적용한 결과 한국인에게 필요한 냉장고가 탄생했다. 탄산가스 잔류량을 늘리는 급속냉각 방식을 통해 김치 특유의 아삭아삭하고 톡 쏘는 맛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하고 보관식품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음이온 생성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하니 이 어찌 엄청난 진화가 아니겠는가?
우리나라의 가전제품의 대부분은 서양의 생활양식에 적합한 제품들이다. 최근에는 별다른 이유 없이 서양의 변화를 그대로 모방해 가전제품들이 대형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런 시기에 우리 문화에 적합하게 개발된 김치 냉장고는 세계 각국에 가전제품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김치냉장고의 성공신화는 최근 영국 경영대학원(MBA)의 교재(The Rhetoric and Reality of Marketing)에 ‘만도-골리앗과 싸운 다윗’이라는 제목으로 7쪽에 걸쳐 자세히 실렸다고 한다. 김치냉장고를 개발하면서 김치를 100만 포기나 담근 이야기, 대기업인 삼성이나 LG전자보다 취약한 유통 시스템을 가지고도 경쟁 우위를 지키기 위해 사후 품질보증을 강화하고 매출액의 5%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비에 투자한 사례 등이 전 세계로 소개되고 있다.
최근 LG가 인도 현지에서 몇 년 동안의 고전을 이겨내고 인도인에게 편리한 TV 개발에 성공하여 인도 TV의 명품이라는 칭찬과 인도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쾌거를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의 이야기이다.
우리가 지금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싼 가격으로 많은 전자제품의 혜택을 누리며 살 수 있는 것은 이와 같은 개발 업무에 노고를 아끼지 않은 전자공학도들의 덕분임을 감사하며 이들의 직업세계를 탐색해보고자 한다.
전자공학 연구원이란?
전자공학은 반도체, 정보통신, 제어공학 및 컴퓨터를 망라하는 학문으로, 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회로의 설계, 그 신호를 필요로 하는 곳까지 효율적으로 전송하는 방법과 신호에 따라 계통의 특성을 제어하는 방식 등을 연구한다. 전자공학자들은 전자 제품의 설계, 연구, 개발, 검사업무를 수행하거나 제품 생산을 관리, 감독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제품 개발을 위해 기존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을 충분히 이해하고 분석하여 차별화할 요소를 찾아 실생활에서 쓰이고, 제품화할 만큼 안정하고 확실한가의 여부를 판단한다. 제품개발에 필요한 부품과 부속품들을 직접 설계하고 검사하는 일도 한다.
전자공학 연구원이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4년제 이상의 공학계열 대학에서 전자, 전기, 통신 분야를 전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자회로, 전자장론, 통신제어 시스템, 반도체, 마이크로 웨브, 양자공학, 전자자기학 및 현대물리학을 중심으로 전자공학 일반에 대한 이론을 터득해야 한다. 전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와 컴퓨터에 관한 지식을 필요로 하므로 수학, 물리 등과 같은 과목에 대한 흥미를 가지고 있는 학생이 적합하다. 또한 실험 실습에 필요한 논리적 사고 능력을 겸비하는 것이 유리하다. 전자공학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이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 새로운 기술과 변화에 적응하려는 노력을 꾸준히 하는 미래지향적인 사고가 요구된다.
현재 채용상황과 전망은?
일반적으로 전자공학도들은 가전 업계나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관련 산업, 반도체 관련 산업, 통신관련 업체는 물론 자동차, 선박, 항공기, 자동화 및 계측기, 의료전자, 전자부품, 전자재료 분야 등의 여러 방면의 연구개발부서나 생산 부서로 진출하여 전공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정보화 기술 사회로의 변혁에 따라 자동차 산업이나 선박, 항공기 산업 부문 등으로의 진로가 확대되고 있으며 21세기를 선도할 기술 분야로 인력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공업계측제어기사, 전자기사, 전자계산기기사, 전기기사, 정보통신기사, 전파통신기사, 공업계측제어기사,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이 초보자들의 취업에 유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정리=한효순 박사, 한국과학문화재단 객원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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