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견된 식물 중 가장 못생긴 꽃은?

큐왕립식물원, 2020년 미지의 식물‧균류 공개

영국 큐왕립식물원 식물학자인 요한 헤르만스 연구원이 마다가스카르를 탐험할 때다. 울창한 대나무숲을 지날 때쯤 이끼와 낙엽 쌓인 습한 땅 위로 솟은 작은 난초를 발견했다. 손가락 길이 정도의 줄기에는 잎이 없었다. 튜브처럼 생긴 꽃받침과 1㎝ 갓 넘는 종 모양의 갈색 꽃은 향을 내뿜었다. 헤르만스 연구원은 발견 당시“그윽한 장미향이 났다”고 말했다.

이 식물을 천마의 한 종류로 식별하고 게스트로디아 아그니셀루스(Gastrodia agnicellus)라고 이름 지었다. 큐식물원은 올해 발견한 식물 중 ‘가장 못생긴 꽃’이라고 밝혔다.

게스트로디아 아그니셀루스(G. agnicellus). 큐식물원은 ‘올해 발견한 가장 못생긴 꽃’이라고 밝혔다. ⓒRick Burian

큐식물원은 올해 아프리카, 아시아, 미국, 유럽을 탐험하면서 새로운 식물과 균류를 찾아 이름을 명명하고 있다. 식물원은 올해 발견한 식물 중 아그니셀루스 난초를 비롯해 관목류, 버섯류, 초화류 중 10종을 선정해 공개했다.

분류 계통 내에 없는 식물 발견

아프리카 남부 나바미아. 36도를 오르내리는 사막에서 발견한 티가노파이톤 카라센스(Tiganophyton karasense)는 어른 허리 정도 높이에 비늘처럼 생긴 잎이 줄기를 감싸 마치 선인장 외관과 흡사한 나무이다. 처음 발견한 식물학자 웨슬 스와네펠은 괴상한 생김새에 DNA 분석을 신청했다.

분석 결과 양배추와 같은 십자화 식물에 속하지만, 현재까지 속(Genus)을 넘어 과(Family) 분류 체계에도 없던 식물이다. 매년 2000여 종의 관다발 식물이 명명된다. 과 계통은 1년에 한 개 정도만 발견될 정도로 흔치 않다. 그리스어로 ‘티가니(Tigani)’는 프라이팬, ‘파이톤(Phyton)’은 식물을 뜻한다.

티가노파이톤 카라샌스(T. karasense). 비늘 모양의 잎이 줄기를 감싼 카라센스는 개체수가 1000개 미만으로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Wessel Swanepoel

아그니셀루스 난초가 못난 생김새라면 브라질 중부 석회암 절벽에서 발견된 아칸소스타치 캘시코라(Acanthostachys calcicola)는 꽃이 화려하다. 파인애플과 같은 과에 속하지만 역시 처음 발견된 식물이다. ‘석회암에서 자라는 식물(calcicola)’이라는 의미를 이름에 담았다. 과학자들은 근처 다른 석회암 지대 5곳을 조사했지만, 5개체만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서식지 근처는 석회암 채석장으로 멸종 위험에 처해 있는 식물이다.

의학, 생태환경, 정원수 중요 재료들도 발견

의학 원료로 사용될만한 약용식물도 발견됐다. 마르스데니아 치린덴시스(Marsdenia chirindensis)로 이름 지어진 이 식물은 아포시나시에에 속한다. 국내에선 협죽도과라고 부른다. 협죽도과는 염료로 사용되거나 헛배, 마비, 화상, 피부감염 등의 치료에 원료로 사용된다. 열대 지방에 150종의 마르스데니아과가 서식한다. 치린덴시스는 짐바브웨 국경에서 소수 개체만 확인됐다.

무궁화와 친척 관계인 새로운 히비스커스도 발견됐다. 호주 히비스커스 전문가인 렉스 톰슨은 온라인상에서 탄자니아 남부 해안의 식물표본을 연구하다 우연히 발견했다. 이 식물은 하와이 무궁화로 잘 알려진 스키조페탈루스(H. schizopetalus) 보다 건조한 환경을 잘 견딜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학명은 아프리카 전통 식물을 원료로 하는 의약품 연구자 해레 패실 박사의 이름을 따서 히비스커스 해례(Hibiscus hareyae)로 명명했다. 히비스커스는 정원 식물로 많이 활용되고 있으며, 건강 효능에 잠재성이 높은 식물로 알려져 있다.

한국 무궁화와 친적 관계인 히비스커스 해례(H. hareyae). ⓒIain Darbyshire / 큐식물원

영국 히드로 공항 부근 강변에서 발견된 버섯은 끈적버섯속에 속하는 코르티나리우스 히대(Cortinarius heatherae). 처음 발견한 진균학자는 아내의 이름 ‘히대(Heather)’를 따서 명명했다. 이 버섯은 일반적인 코르티나리우스보다 진한 갈색을 띠고 있다. 히대 버섯을 포함해 영국과 스코틀랜드에서 발견된 끈적버섯속 6개체는 각각 발견자 지인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끈적버섯속은 독버섯으로 알려졌지만 참나무, 너도밤나무, 자작나무, 소나무 등과 상리공생 관계이다.

이 밖에 오세아니아 뉴기니섬에서 발견된 덴드로비움에 속하는 난초, 마다가스카르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알로에 종인 바토바벤시스(Aloe vatovavensis)와 레코토나소로이(A. rakotonasoloi), 페루 안네스 산맥에서 발견된 고구마와 자매 관계인 이포메아 노에마나(Ipomoea noemana), 인도 금광 채굴지에서 찾은 진달랫과 식물인 디플리코시아 푸라다야미카이(Diplycosia puradyatmikai) 등도 올해 신품종 목록에 올랐다.

미지의 식물, 멸종 위기 위험

큐식물원 식물학자인 마틴 치크 박사는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라는 연구 보고서에서 “지구상 식물 종은 50% 이상은 발견됐지만, 균류는 90% 이상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2019년에는 관다발 식물과 버섯 등의 균류를 합쳐 약 4000종을 찾아내 국제식물명목록(IPNI)에 등록했다. ⓒ2020 세계식물·균류 보고서 유튜브 캡처 / 큐식물원

큐식물원은 세계 식물학자들과 미지의 식물을 찾아 명명하고 보존하는 부서를 따로 만들 정도로 식물 탐험에 노력 중이다. 지난 15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발견한 신품종은 연간 평균 2350여 종이다. 2019년에는 겉씨식물, 속씨식물, 양치식물 등의 관다발 식물과 버섯 등의 균류를 합쳐 약 4000종을 찾아내 국제식물명목록(IPNI)에 등록했다.

이런 노력에도 식물학자들이 발견한 식물과 균류 중 40% 이상이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과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식물은 멸종 위기종을 수록한 IUCN(세계자연보호연맹)적색목록에 포함되지 않아 보호를 받지 못한다.

마틴 치크 박사는 “전 세계 과학자들과 함께 새롭게 명명한 종 목록을 현재 문서화하고 있다”며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식물의 경우 이름을 부여하고 보존을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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