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곤충이 급증하고, 이로 인해 식물들이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5일 미국 과학논문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www.eurekalert.org)’은 하버드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에밀리 메이네키(Emily Meineke) 박사 연구팀이 지난 100여 년 동안의 말린 식물 표본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연구팀은 ‘지구상에 살고 있는 초식 곤충이 얼마나 많은 양의 식물을 먹어치웠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곤충들로 인해 같은 종의 식물 표본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정밀 추적했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1900년대 초기 식물들보다 2000년대 초기 식물들이 23% 더 훼손돼 있었다는 것. 메이네키 박사는 “낮은 위도 상의 지역에서 이전보다 더 따뜻한 겨울이 이어지면서 곤충들이 번성하고, 이로 인해 먹이가 되고 있는 식물 훼손이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세포검사 통해 곤충에 의한 식물훼손 추적
메이네키 박사는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면서 곤충으로 인한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논문은 4일 국제학술지인 ‘생태학 저널(Journal of Ecology)’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Herbarium specimens reveal increasing herbivory over the past century’이다.
분석 대상이 된 식물 표본은 샤그바크 히코리(학명 Carya ovata), 떡갈나무의 일종인 늪지 백참나무(학명 Quercus bicolor), 도둑놈의갈고리속(학명 Desmodium canadense), 그리고 블루베리(학명 Vaccinium angustifolium) 등 4종이다.
메이네키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가 생태는 물론 경제적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곤충이 더 많이 번성하고 식물을 훼손할 경우 삼림 파괴, 식량 문제 등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이네키 박사는 “사태가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향후 지구 자연생태계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그동안 곤충으로 인해 식물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그러나 지구상 곳곳에서 어느 정도 식물이 훼손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연구가 없었다. 이 문제를 메이네키 박사 연구팀이 해결했다.
연구팀은 박물관에 보관된 식물 표본을 통해 지난 100여 년 간 식물이 어느 정도 훼손됐는지 면밀히 관찰할 수 있었다. 곤충에 의한 식물 훼손 정도를 수치로 뽑아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식물 생태계 파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연구는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표본들을 시기별로 분류한 후 격자로 식물 잎 세포 부위를 측정해 세포를 떼어 냈다. 이후 이들 세포들이 곤충에 의해 어느 정도 손상됐는지의 여부를 비교 분석해 나갔다.
난관도 있었다. 손상된 부분이 곤충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동물에 의한 것인지 등에 대한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그러나 연구팀은 새로운 분석 방식을 통해 곤충이 공통적인 특징을 남겨놓았으며, 시기별로 이 특징이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메이네키 박사는 “이 방식으로 식물 표본의 또 다른 훼손 상태도 분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는 물론 지구 경도와 위도에 따른 변화, 인구밀도에 의한 변화 등 다양한 변수를 통한 생태계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연구팀은 이 방법을 통해 곤충에 의한 식물 생태계 파괴가 도시에 따라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지난달 9일 ‘사이언스’ 지에는 늘어나는 곤충이 옥수수, 벼, 밀 등의 수확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논문이 게재됐다.
미국 워싱턴대, 콜로라도대 연구팀은 늘어나는 해충들로 인해 인류에게 필요한 만큼의 곡물을 확보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곤충으로 인한 세계 농작물 수확량 손실률이 10~2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구 온도가 섭씨 2도 올라갈 경우를 예상했다.
그 결과 중국의 옥수수 손실률은 현재 8.8%에서 11.7%로, 쌀 손실률은 11.3%에서 14.7%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이런 연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곤충에 의한 식물 생태계 파괴가 심각한 지경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식물 생태계 파괴는 아마존 밀림 파괴와 같은 엄청난 영향력을 지니고 있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메이네키 박사 연구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농작물이 아니라 지구 전체의 식물 생태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편 메이네키 박사는 최근 식물 표본을 디지털화하고 있는 박물관들의 움직임에 큰 불만을 표명하고 있는 중이다.
표본을 모두 디지털화할 경우 표본들을 대상으로 한 DNA, RNA 등의 생물학적 연구를 수행할 수 없다는 것.
메이네키 박사는 “지금과 같은 표본 대상의 세포 연구 역시 하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각국 박물관으로 퍼져 나가고 있는 식물 표본 디지털화 작업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촉구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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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9-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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