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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김준래 객원기자
2015-03-09

오존층 파괴의 신종 주범 'VSLS' 몬트리올 의정서에 포함 안돼···최근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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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층은 지표로 도달하는 해로운 자외선을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전 세계는 오래 전부터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알려져 있는 염화불화탄소(CFCs), 즉 프레온 가스나 수소염화불화탄소(HCFCs) 등을 규제해 왔다.

오존 사이클의 개요 ⓒ NASA
오존 사이클의 개요 ⓒ NASA

규제를 하기 위한 제도로 몬트리올 의정서를 제정했고, 제도 추진을 위해 주요 국가들을 참여시켰다. 결과적으로 볼 때 협약을 통한 규제는 성공적이었지만, 이 의정서에는 일부 오존층 파괴 유발물질들이 포함되지 않았다. 당시 규제에 빠졌던 물질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 물질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전 세계 오존층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사이언스데일리(Sciencedaily)는 몬트리올 의정서 협약 당시 빠졌던 오존층 파괴물질들이 25년이 지난 오늘날에 이르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정확한 관측 조사를 통해 추가 규제 여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관련 링크)

새로운 오존층 파괴 물질의 등장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물질은 ‘초단기수명물질(VSLS, very short lived substances)’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화학물질이다. 이 물질은 이름처럼 대기 중에서 빠르게 분해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디클로로메탄(dichloromethane)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디클로로메탄은 염화메틸을 염소화하거나 클로로폼을 아연과 아세트산으로 환원하면 얻어지는 화합물이다. 따라서 염화메틸렌(Methylene Chloride)이라고도 불린다. 주로 유기화합물의 추출 및 반응용제, 그리고 냉매 등에 널리 활용되는 물질이다.

이런 물질들의 포괄적 명칭인 VSLS가 오존층을 파괴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양이 매우 적었기 때문에, 몬트리올 의정서 협약 당시에는 규제물질에 포함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과 리드 대학(University of Leeds)의 연구에 따르면, 산업 공정에 사용되는 VSLS의 사용량이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오존층 파괴에 위험성이 있다는 점이 새롭게 밝혀졌다.

VSLS의 오존 파괴 과정 ⓒ Leeds univ.
VSLS의 오존 파괴 과정 ⓒ Leeds univ.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리드대 지구환경과학과의 라이언 호사이니(Ryan Hossaini) 박사와 연구진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디클로로메탄과 같은 화학물질들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면서, 전체 VSLS의 농도를 높이고 있다”고 밝히며 “이로 인한 영향으로, 오존층 파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진은 오존과 기후에 대한 VSLS의 영향을 결정하기 위해, 대기의 3D 전산 모델을 사용하여 과거 20년에 걸친 대기 중의 VSLS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다양한 산업적 공정에 사용되고 있는 디클로로메탄의 대기 농도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이 발표한 내용을 살펴보면, VSLS로부터 발생하는 오존 파괴의 양이 프레온 가스와 같이 더 오래 잔류하는 기체에 의해 파괴되는 양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에 대해 호사이니 박사는 “대기 중에 오랜 동안 잔류하는 물질은 높은 고도의 오존을 파괴하고, VSLS 같은 물질은 성층권의 가장 낮은 부분에 있는 오존을 없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VSLS의 경우 6개월 이내의 짧은 수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 성층권으로 높이 날아가지 못한다”라고 전하며 “지표에 더 가까운 오존이 파괴될수록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크다”라고 덧붙였다.

호사이니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매년 오존 농도의 감소로 오존홀이 형성되어 있는 남극에서는 VSLS로 인한 오존 손실이 전체 손실의 약 12.5퍼센트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그리고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된다면, 성층권 하단 부분의 오존 손실량은 전체의 25퍼센트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과거에는 소량이었으나 최근 들어 급증 추세

지금까지의 VSLS는 대부분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졌다. VSLS의 약 90퍼센트(%)는 해초와 해양의 식물성 플랑크톤에 의해 생성되는 브로민(Br) 화합물이다. 그리고 나머지 10퍼센트가 인위적으로 발생하는 염소가스에 의해 생성되는 것으로 디클로로메탄이 이에 포함된다.

이처럼 VSLS의 대부분이 자연적으로 발생하면서 소량으로 만들어졌기에, 오존층을 파괴하는 정도도 미미했다. 따라서 얼마 전 까지만 하더라도 오존층은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부분과 파괴되는 부분이 서로 균형을 맞출 수 있었다.

그런데 인류가 산업 공정에서는 만드는 VSLS의 농도가 지난 수십 년 간 빠르게 증가하면서, 기존의 경우와는 완전히 다르게 오존층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의 오존층 파괴 속도가 더 빨라지고, 더 광범위해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미 국립해양대기청 소속의 스테판 몬츠카 (Stephen Montzka) 박사는 “대표적 VSLS인 디클로로메탄에 대하여 관찰된 증가는 갑작스럽게 발생했으며, 예측하지 못한 현상”이라고 말하며 “이 물질의 농도는 1990년대 후반까지 완만하게 증가했지만, 이후 전 세계 지역에서 2배 가까이 급격하게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대기의 3D 전산 모델을 사용하여 과거 20년에 걸친 대기 중의 VSLS를 분석했다
대기의 3D 전산 모델을 사용하여 과거 20년에 걸친 대기 중의 VSLS를 분석했다 ⓒ Leeds univ.

호사이니 박사도 “이러한 증가를 유발하는 것이 무엇인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디클로로메탄은 기존 오존층 파괴 물질들의 대체 물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질인데, 이것은 오존층을 보호하기 위한 제조 공정에서 오존층 파괴 물질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제조업계는 지금까지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악명 높았던 프레온 가스에 비하면 VSLS의 영향은 당분간 적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드대 연구진의 조사 결과도 아직까지는 VSLS에 의한 오존층 감소 비율이 1퍼센트에 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면서도 업계 관계자는 “대기 중 메탄 농도가 최근 급등하고 있는 점은 분명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일부 지역에서 VSLS의 대기 중 농도가 1990년대 이후 두 배로 늘어난 것은 미래를 준비하라는 사전경고”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업계의 목소리에 대해 호사이니 교수는 “다행히 아직은 VSLS의 농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산업 공정에서 이의 배출을 억제하거나 배제한다면, 프레온 가스처럼 장기적인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하면서 “다만 현재의 농도에서 실제적인 규제가 필요한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5-03-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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