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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봉 편집위원
2010-05-12

영국은 고교생들의 ‘취업 천국’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률 ↓ 취업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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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저는 항상 졸업 후에는 취업하겠다는 말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졸업 후 직장을 구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제가 사는 마을 주변의 많은 직장들이 고교 졸업생보다는 고교 재학생을 고용하고 있었습니다. 이해할 수가 없더군요.”

최근 영국 고등교육 경력개발단(Higher Education Careers Services Unit) 홈페이지에 실려 있던 질문 내용이다. 고교를 졸업한 후 직장을 구하러 다녔지만 대부분 고교 재학생을 고용하고 있어 자신이 취업할 자리가 없었다는 어느 고교 졸업생의 항의성 질문이다.

그러나 고등교육 경력개발단에서는 이렇게 답변했다. “이번 여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세요. 지금 일하는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면, 당신을 위한 문이 활짝 열릴 것입니다.”


성적 우수 고교생들 취업 문 두드려

영국의 많은 고교생들은 여름까지 직장 인턴과정을 통해 취업준비를 하고 있으며, 가을이 되면 대부분 학교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 후 일생을 몸담을 직장을 구하기 위한 준비과정인 셈이다. 경력개발단에서는 해당 학생에게 다음과 같은 격려의 말을 전했다.

“고교 졸업장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정상적인 직장을 구하고 있다면, 졸업장이 없는 어떤 친구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졸업장이 없는 경우에는, 면접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을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교 졸업생에게 보내는 친절한 메시지는 천국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한국교육개발원 정책자료와 외신 등에 따르면, 실제로 영국에서는 성적이 우수한 고교생들이 대학 진학을 거부하고 취업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많은 고교생들이 대학의 필요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3년에 3만파운드(약 6천만원)에 달하는 비싼 대학 등록금도 문제지만, 대학 교육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평생교육기관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교육만 받으려는 경향도 짙게 나타나고 있다.

평생교육기관에서는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재무, 정보, 법률, 마케팅과 공학 등 단기 학술과정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유급 인턴과정이나 경력상담, 지역사업장 방문 등의 과정까지 운영하고 있다.

영국 잉글랜드 글로스터셔주에 위치한 시런세스터(Cirencester) 대학의 데스나 맥컬 부학장은 “교육과정을 마친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지만 인턴 과정을 거친 회사에서 취업을 제안해, 취업 전 연수과정을 마치고 훌륭한 직장에 취업하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취업한 제이미 폰팅은 “대학졸업장을 요구하는 직책을 맡는다면 일을 하면서 대학에 다닐 수도 있으나, 대학교를 졸업한 동료가 자신과 동일한 업무를 한다면 굳이 대학을 다닐 필요가 있겠냐”는 견해다.


2009년 대졸자 실업률 44%에 달해

또한 “대졸자와 고졸자 사이의 업무능력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데 3년의 시간과 거액의 돈을 들여 대학 졸업장을 취득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지 의문스럽다”며 대학에 진학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대학 졸업자의 실업난이 가중되고 있는 것도 대학 진학을 기피하게 되는 주요 원인 중의 하나다. 고등교육 경력개발단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재 대학 졸업자의 실업률이 44%에 이른다. 재능 있는 고교 졸업자가 대졸자와 동일한 직장을 가질 수 있는 현 상황에서 직업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대학을 가야 하는 이유가 불분명한 것이다.

영국의 대입 수험생들은 대학에 진학하기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개발단이 1천180명의 대입 수험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5%에 달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선택에 의해 대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대학을 가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50%는 부모 기대를, 20%는 학교로부터의 압박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학생들이 대학 진학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분위기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콜린 힌드마치 할로우(Harlow) 대학교 학장은 “우수한 학생들이 대학을 입학하지 않음으로써 미래 자신에게 주어질 기회를 상실하고 있다”고 걱정했다.

그러나 힌드마치 학장은 “대학 문은 항상 열려 있으며, 직장을 다니고 있는 학생들이 대학 문을 두드린다면 언제든 환영”이라며, “직장생활에서도 학문적인 지식들을 습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강봉 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0-05-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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