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명강의 우리 몸에는 3조-5조개의 세포가 있는데, 각 세포 안에는 23쌍의 염색체들이 동일하게 들어있다. 그런데 이 염색체에는 자자손손 대물림 하는 유전정보가 담겨 있다.
가령 내 아들은 눈의 꼬리가 내려갔고, 눈의 크기가 나보다 작다. 눈꼬리가 내려 간 것은 내 유전정보(즉 유전자)를 받았기 때문이고, 눈이 작은 것은 집사람의 유전정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식이 부모를 닮게 되는 것이다.
염색체가 염색체란 명칭이 붙게 된 이유는 바로 염색이 잘 되기 때문이다. 염색체는 95%가 물로 돼 있다. 그래서 어떤 방법을 써도 잘 보이지 않는다. 대신 색깔 염색이 잘된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150년 전부터 이 염색체를 식별하고자 염색약을 쓰기 시작했다. 또 한가지 염색체는 23쌍이 있는데 이들은 길이에 따라 1번부터 22번까지 고유숫자가 지정돼 있고 마지막 한 쌍은 숫자대신 XY, XX로 나뉘어 전자가 남자를 후자가 여자로 분류했다.
이 염색체는 DNA라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 DNA는 32억 개의 계단이 설치돼 있는 사다리를 꼬아서 만든 구조(이를 이중나선구조)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이 사다리는 A, T, G, C 의 4가지 염기가 짝을 이루며 구성하고 있다. 모든 사람의 유전자는 99.9%가 일치한다. 바로 0.1%가 달라 생김새, 성격 등이 다른 것이다.
유전자는 이 사다리의 계단을 이루는 짝들(A-T, G-C)이 순서를 이루어 단백질의 구성 성분인 아미노산을 생성을 명령해 단백질을 만든다. 그런데 이 단백질은 우리 몸에서 중요한 작용을 한다. 에너지를 끊임없이 만들어 몸에 힘을 주고, 정신*행동의 결정인자로서 작용한다. 그리고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도 단백질성분으로 되어 있어, 단백질이 신체 생리대사도 조절한다고 할 수 있다.
유전자內 32억쌍 염기 중 1개만 잘못돼도 큰 일
그런데 몸에 있는 유전자가운데 단 하나에 변화가 생겨도 신체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령 32억쌍의 유전자 내부에 P53이란 유전자가 고장 나면 암에 걸릴 확률이 정상인 보다 5배에서 최고 10배까지 높아진다.
또 고셔병이란 유전자질환이 있는데 이는 유전자 내부 32억쌍 염기서열 중 하나가 잘못돼 체내 단백질들이 세포 내 쓰레기를 처리하지 못하고 뚱뚱해 진다. 그래서 간 등이 비대해 지고 후에는 사망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질병을 야기시키며 국내에는 500여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다운 증후군도 유전자 질환으로 체내 모든 세포의 22번 염색체가 1쌍 즉 2개여야 하는데 이 환자들은 정상인보다 1개 더 많은 3개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암은 유전자 질환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암 중에서 10%만이 유전성 암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90%는 환경적 요인 등에 의해 신체 특정 부위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정신분열증은 그렇다면 유전자질환 인가. 연구자들이 일란성 및 이란성 쌍둥이를 대상으로 연구했다. 일란성 쌍둥이는 동일한 유전자를 갖고 있어 실험대상으로 삼고 이란성 쌍둥이는 서로 유전자가 달라 일란성쌍둥이조사결과의 비교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이때 실험은 일란성 쌍둥이 중 하나가 정신분열증 증세가 있을 때, 나머지 한 명도 증세가 있는 지 파악했고, 이 경우의 수를 이란성 쌍둥이 것과 비교한 결과 정신분열증은 50%는 선천적, 50%는 환경요인으로 인해 생긴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매스컴을 오르내리는 게놈(또는 지놈)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은 이 단어만 말하면 ‘놈’이란 말이 붙어 욕하는 것으로 오해도 한다. 이것을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 몸에 있는 3,5000개-40,000개 유전자를 총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해파리 야광단백질, 돼지로 이식해도 밤에 번쩍번쩍
박테리아이던지 사람이던지 상관없이 각각의 유전자를 구성하는 염기가 체내 단백질을 만드는 명령체제는 동일하다. 즉 같은 염기는 생물의 종류에 관계없이 동일한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 그래서 모든 생명은 하나로부터 분리돼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밤에 바다에서 야광불빛을 만드는 해파리의 야광단백질을 돼지에 옮기면 돼지도 밤에 야광불빛을 낸다. 이런 유전공학의 원리를 기초로 바이오 신약들이 개발되고 있다.
바이오 신약은 생명체를 이용하여 산업*의학적으로 유용성을 갖고 있는 신약이라 정의할 수 있다. 가령 돼지 췌장에서 사람 인슐린을 생산하거나, 최근 열성(?)학부모가 자녀 성장을 위해 접종해주거나 노화방지를 위해 이용되는 ‘인간성장호르몬’도 인간의 뇌에서 꺼내어 제조됐는데 이런 것이 과거 바이오 신약생산 과정이었다.
그런데 피를 뽑아서 만드는 혈액제재의 경우 혈액 내 이름 모를 바이러스들이 10년마다 새롭게 발견되고 있어 사람을 대상으로 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가령 과거 에이즈가 발견된 뒤 3-4년간 에이즈환자의 30-40%가 수혈을 받은 혈우병 환자였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에는 효모나 대장균 등에 B형 간염 등 바이러스 유전자를 주입해 백신을 개발하는 추세다.
대장암 걸릴 운명, 미리 알 수 있다
현대 의학은 대장암, 유방암 등이 어떤 유전자 문제로 발생하는 지 알아내는 수준까지 왔다. 그래서 의사가 예비환자(?)에게 당신은 50세쯤 대장암에 걸리니 지금부터 육식을 줄이고 운동과 야채를 즐기라는 처방을 내릴 수도 있다. 그리고 환자의 유전자를 읽은 후 부작용을 고려해 약처방을 내릴 수도 있다.
이런 유전공학적 발전은 반드시 윤리적, 사회적으로 올바른 가 생각해봐야 한다. 가령 헌팅턴씨 병은 유전자 하나가 고장 나서 멀쩡하던 사람이 45세쯤 갑자기 사지가 뒤틀리며 사망에 이르는 병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의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 헌팅턴씨병이 걸리는 기형 유전자를 갖고 있다면 의사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검사결과를 그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가. 또 이 사람이 결혼하려 한다면 그 결혼배우자에게도 알려야 하는가. 기혼자라면 같은 질환을 겪게 될 게 뻔한 아기를 가지라고 해야 하는가.
이는 철학적 문제요, 윤리적 문제요, 사회적인 문제다. 또 종교계의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다. 그래서 유전공학으로 인해 의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 사회는 새로운 가치관, 철학 등이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정리=서현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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