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학과 첨단기술] 과학의 창
석희용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한국물리학회
80년대 중후반 교수들의 평균 연구비가 600만 원 정도 된다는 이야기를 지도교수님으로부터 들었던 기억이 난다. 실험실에서 필요한 재료를 사기 위해 청계천을 돌아다니고 교통비나 하라고 매달 몇 만 원씩 인건비를 받는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박사과정을 위해 미국 대학으로 유학을 가서 보니 우리나라 상황은 사실 ‘어린아이 장난 수준’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로부터 30년 정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돌아보면 천지가 개벽했다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장족의 발전을 했다. 2021년 World Bank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10위의 GDP를 가진 경제대국이 되었고 연구환경도 선진국 수준으로 발전하였으며 연구실적도 양적으로는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놔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한 것 같다. 양적으로는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으니 이제는 질적으로 우리가 도약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연구에 있어서의 질적 도약이란 여러 가지를 의미할 수 있을 것이지만 여기서는 ‘진정 가치 있는 연구’의 추구와 관련하여 생각해 보고자 한다.
‘진정 가치 있는 연구’를 당연히 해야 하겠지만 우리는 무의식중에 지금까지 해왔던 연구의 연장선 위에서 쉬운 연구를 찾아 하고 있을 수도 있고, 연구를 위한 연구에 매몰되어 있을 수도 있다. 또한, 연구비 확보에 급급해 ‘진정 가치 있는 연구’ 주제를 정말 신중하게 찾고자 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지 못했을 수도 있다. 이런 문제의식은 필자 개인만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동료 연구자들의 공통된 문제의식일 것이다. 그럼, 무엇이 그것을 어렵게 만들었을까?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해결책은 없을까? 과거와 비교하면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연구환경이 좋아졌으므로 잘만 지혜를 발휘한다면 현재 상태에서도 상당 부분 문제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학생들 인건비를 교수 개인이 확보해서 지급해야 하는 문제가 개선되어야 할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연구자로 살아가며 ‘단 한번’이라도 연구과제가 연속되지 못하면 그야말로 ‘큰일’이 나는 현재의 구조가 바뀌어야 할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과제 종료를 앞두고는 매우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과제가 종료되고 후속 과제가 바로 이어지지 못하면 연구는 잠시 안해도 좋지만 학생 인건비는 한 달이라도 주지 않을 수 없으므로 물불을 안 가리고 여기저기 과제수주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여기서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미래가 불확실하니 여기저기 신청할 수밖에 없고 위험도를 분산하기 위해서라도 여러 과제를 수행할 수밖에 없어서 별로 필요 없는 재원도 확보하게 된다. 따라서, 연구에 참여하는 학생 인건비를 연구자 개인의 문제로 떠넘길 것이 아니라 국가나 기관에서 별도로 지원하거나 관리하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 일부 기관에서 인건비 풀링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 제도적으로 미비하여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는 상황인데 이것만 잘 개선해도 상당 부분 문제를 개선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인건비 풀링제 개선과 더불어 재료비 풀링제 도입은 어떨까? 재료비 풀링제는 과제가 종료된 이후 다음 과제 확보 때까지의 비상시기 동안 최소한의 실험실 운영이라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획일적 사고를 버리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학문에서도 평가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획일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학문 영역이 서로 다른 것들을 한 잣대로 평가하는 것도 옳지 않고, 한 학문 영역 내에서 서로 다른 연구분야를 동일선 상에서 획일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도 옳지 않다. 이런 의미에서 연구분야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impact factor를 사용하여 서로 비교하고 우열을 논하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이다. 각 연구분야의 특수성과 다양성을 존중해야 학문 전체의 생태계가 장기적으로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적어도 기초연구에서는 성공과 실패를 논하는 것 자체를 아예 없애버리면 좋겠다. 기초분야의 연구는 본질적으로 잘 알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인데 실패를 두려워 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연구를 시도하다가 생기는 어떤 결과도 다양성이라는 큰 틀 안에서 존중받는 문화를 만들어야 우리의 연구수준이 질적으로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위와 같은 문제들이 해결된다면 우리가 학창시절 가졌던 자연에 대한 순수한 호기심과 연구에 대한 열정, 자신의 소신을 가지고 ‘진정 가치 있는 연구’를 찾아 학문 발전에 몰입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우리 모두 그런 노력을 해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 이 글은 한국물리학회에서 발간하는 웹진 ‘물리학과 첨단기술’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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