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다름’ 인정하면 ‘성공’이 보인다

산업체에서의 여성 활용 현황과 과제

과학공학기술(SET) 분야에서 여성의 표현도(visibility)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보다 많은 여학생들이 과학기술공학 분야로 진출해야 하고, 진출한 여학생들을 잘 교육하고 멘토링하여 계속해서 이공계 분야에 남아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들에게 비전을 갖게 하며 또한 평생 과학기술공학인으로 살면서 경력을 쌓게 유도하는가?



제2차 한영포럼의 제3세션에서는 ‘현명한 움직임, 현명한 실천’이라는 주제 하에 양 국가의 산업계에서 여성 과학기술공학인을 활용하는 현황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영국의 대표적인 생명공학 관련 산업체인 화이저사와 포드자동차사에서 여성과학기술인을 활용하는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하고, 생명과학자로서의 풍부한 연구경력을 토대로 벤처회사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서울여대 이연희 교수를 통해 한국 산업계의 현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기업혁신의 힘,‘다양성’과 ‘포함’



왜 화이저사는 산업현장에서 여성과학기술공학인들이 직면하게 되는 장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가? 화이저사 샌드위치 지역 센터에서 다양성 팀 리더로 일하는 티리쉬 로렌스(Trish Lawrence)는 오늘날 기업이 처해 있는 경제적, 인구학적, 사회적 그리고 법적인 현황을 소개하면서 지금까지 화이저사가 추진해온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비즈니스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을 이루어야 합니다. 제일 중요한 혁신은 바로 사람에서 나옵니다.”



티리쉬 로렌스는 화이저사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보다 창의적인 연구 성과는 팀으로 연구를 수행할 때이며,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사고가 결합될 때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나오기 때문이라며 보다 다양한 인력풀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시급한 것은 변화된 인력들이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포함’의 정책이며, 변화된 환경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새로운 형태의 롤 모델을 발굴 홍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다양성(diversity)’과 ‘포함(inclusion)’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즈니스는 왜 젠더를 제일 첫 번째 목표로 삼는가? 그녀는 영국의 경우, 2010년이 되면 전체 노동인구의 18%만이 35세 이하의 백인 남성이 될 것이며, 2015년에는 노동인구의 33%가 50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런데 중요한 문제는 16-65세까지 노동이 가능한 인구의 절반이 바로 여성이라는 점. 여성은 미래 영국 경쟁력에서 가장 민감한 과제로 “특히 가장 활발한 연구 활동을 수행하게 되는 30-40대 여성이 일과 가정을 조화롭게 꾸려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누수현상’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화이저사는 이러한 문제를 적극 해결하기 위해 2005-6년 동안 ‘다양성 인식’ 확산을 위한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먼저 사내에 ‘글로벌 다양성 위원회’를 조직하였고 2006년 4월에는 다양성인식주간 행사를 펼쳤으며, 다양성을 주제로 토론회와 포스터 전시회 등 다채로운 행사도 개최했다.



보다 구체적인 실천으로 화이저사는 고용과 멘토링, 네트워킹과 직장으로의 복귀라는 4가지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였다. 먼저, 인재를 폭넓게 고용하기 위해서 다른 매체들을 활용하여 구직광고를 내거나 심사위원단을 보다 다양하게 구성하는 등 혁신적인 인재 채용 방법을 동원하였으며 새롭게 회사에 들어오는 연구원들에게 ‘촉매 멘토링’이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동기부여를 활성화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네트워크, 프랑스네트워크, 경력지원네트워크 등 소규모 그룹 활동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다양성 우호적인’ 직장문화를 조성하는 데 힘써왔다.



티리쉬 로렌스는 화이저사에서 성공을 거둔 프로그램으로는 ‘탄력 근무제’ 실시, ‘직장으로 되돌아오기’ 스킴 그리고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 장려 등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녀는 특히 결혼과 육아를 책임지면서 노부모를 보살펴야 하는 30대 이상의 여성연구원들이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요일탄력근무제’는 가장 효과적인 것으로 2006년 5월에 여성의 노동규모가 49.8%에 달하는 한국이 실천해볼 만한 경험이라며 적극 추천했다.



‘다름’의 가치를 인정하면 ‘성공’이 보인다.



“영국 포드사는 문화와 인종, 젠더와 국적, 종교와 교육, 삶의 경험과 신념의 정도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기회와 일자리의 균등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이 가장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는 방법이며, 우리의 고객들에게 가장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포드사의 다양성 팀에서 일하고 있는 샤힌 아크램(Shaheen Akram)의 첫 마디다. 그녀에 따르면 오늘날 시장에서 여성은 가장 강력한 힘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제품 구매 결정자의 80%가 여성일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신차 구입자 중 29%가 여성이고, 특히나 볼보를 구매하는 여성의 비율이 유럽에서 14 %에 불과한 반면에 미국에서는 54%가 넘는다.



때문에 포드사는 갈수록 증가하는 여성 구매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총동원하여 디자인과 기능 및 성능, 판매방식과 에프터서비스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 여성인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치게 되었다. ‘다양성’을 표방한 여러 가지 실천방안들이 수행되고 있는데, 특히 여성들을 위한 ‘탄력근무제’ 실시, ‘일 나누기 운동’ 전개, ‘자녀육아를 위해 월급 희생하기’가 대표적인 내용들이다. 포드사는 또한 다양성을 실천한 우수 지도자를 선정하여 시상하거나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하는 주간을 지정하여 운영하였으며 판매담당자들에게 다양성 실천 강령을 교육하여 안내하는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수행된 것 중에서 포드사의 가장 대표적인 성과는 결혼 및 육아 등으로 직장을 떠난 여성들이 다시 직장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며 지난해의 경우에는 97% 여성들이 육아휴직을 마치고 다시 돌아왔다. 결론에 이르러 그녀는 포드사의 ‘다양성’ 노력이 어떤 운동이나 이니셔티브가 아니라 비즈니스 방식 그 자체라고 말하면서 이제는 ‘다양성’이 선택이 아닌 필수의 시대임을 강조했다.



섬세, 책임, 공동체의식: 여성 장점이 벤처성공 이끌어



한국 측 발표자로 나선 이연희 서울여대 교수는 먼저 생명공학자로 성장한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대학교수로 재직하면서 활발한 연구활동을 수행하여 남양유업의 위력과 두산 종가집 4종 김치 등의 대표적인 개발품을 내놓았으며 현재는 PL Bio라는 벤쳐사를 직접 운영하는 여성 CEO이다. 이 교수는 자신의 회사에서 일하는 연구원 모두가 여성이라며 전원 함께 찍은 사진도 소개했다.



“여성들은 민감하고 책임감이 강하며 반복적인 일에 따분함을 잘 느끼지 않고 팀원 간에 협력하여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태도를 보이는 훌륭한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여성이 갖는 장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여건과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교수는 특히 휴일을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더니 회사의 분위기도 좋아지고 연구 성과도 우수해졌다면서 여성의 육아문제 해결이 시급함을 지적했다. 이 교수는 자신의 경험이 모쪼록 한국의 산업계로 확대되어 여성의 장점이 보다 적극적으로 발현되기를 바란다며 발표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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