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인

여성과학자, 오해와 편견 있다

[인터뷰] 한상미(농촌진흥청), 윤채옥(한양대)

“우리는 일을 한다. 일할 때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해 생각하지 않는다.” 모두 여성으로만 구성된 러시아의 화성탐사대는 이런 말을 했다. 이들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어떻게 머리를 감는지에 대해 관심을 보이는 언론에 불만을 표시하며, 남성 우주인들은 그런 질문을 받지 않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사례에서 보듯, 여성과학자를 ‘과학자’가 아니라 ‘여성’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여성과학자는 ‘여성’이기 때문에 받는 오해나 편견이 있고, 이로 인해 겪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생물부의 한상미 농업연구관과 한양대학교 생명공학과 윤채옥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성과학자로서의 삶과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여성과학자’를 이해하는 시각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봉독 채집을 진행하고 있는 한상미 농업연구관 ⓒ 한상미

봉독 채집을 진행하고 있는 한상미 농업연구관 ⓒ 한상미

일반적으로 여성과학인이 많지 않고, 그 중에서도 농업 연구를 하는 여성은 찾기가 더욱 힘든 상황이다. 한상미 연구관은 왜 농업을 선택했을까. 어린 시절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우면서 농업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되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실질적으로 생활과 연계될 수 있는 전공을 찾고 싶어 농대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농업의 연구과정에서 여성이기에 작용하는 장점이나 단점은 무엇이 있을까. 한상미 연구관은 여성이기에 오히려 장점이 더 많다고 말했다. 예전과는 다르게 힘보다는 섬세함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는 오히려 여성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밝혔다.

“여성을 신뢰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어”

여성과학자이기에 받는 오해나 편견, 어려움 같은 것은 없을까. 한상미 연구관은 ‘아직도 여성을 신뢰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이 남성과 똑같이 일을 수행하지 않아서 일수도 있지만, 동일한 직위라면 남성을 더 우위에 두려는 문화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 여성의 경우, 육아와 결혼 등으로 인해 자신의 시간을 가질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과학자는 근무시간 외에도 끊임없이 연구를 해야만 도태되지 않는데, 그럴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상미 연구관은 여성이 연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여성과학자의 수도 적다고 보았다. ⓒ 한상미

한상미 연구관은 여성이 연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여성과학자의 수도 적다고 보았다. ⓒ 한상미

한상미 연구관 역시 여성과학자의 수가 적은 이유를 여기에서 꼽았다. 가정을 갖고 있는 여성은 자녀와 가사 등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아 고도의 집중력과 아이디어가 필요한 과학연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성과학자 수를 증가시키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한상미 연구관은 인식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이 앞선 분야가 많지만, 여전히 여성에 대한 신뢰와 인식이 수적인 증가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성 자신도 여성임을 강조하기 보다는 뒤떨어지지 않도록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학계 및 정부에서의 성과 시스템을 진정한 성과 위주로 변화한다면, 여성 과학자의 지위는 지금보다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연구에 있어 여성과학자는 부족함이 없다”

한양대학교 생명공학과 윤채옥 교수는 여성과학자가 갖는 장점을 바로 ‘공동연구’에서 찾았다. 공동연구는 자기주장만 내세워서는 안 되고 자기주장만 따져서도 안 된다.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여 배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윤채옥 교수는 여성이 감정을 잘 파악하며, 상대에 대한 감정을 잘 고려하기 때문에 공동연구를 하는데 있어서 큰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동연구에 있어서도 아쉬움은 남아있다. 대단위 과제를 아우르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남성 연구자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여성과학자이기에 연구력이 조금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선입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성이 대단위 과제를 진행할 때, 이들이 여러 과학자를 이끌고 가는 능력을 낮게 보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이 대단위 과제를 끌어본 경험이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채옥 교수는 여성이 대단위 과제를 이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이슬기 / ScienceTimes

윤채옥 교수는 여성이 대단위 과제를 이끌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 이슬기 / ScienceTimes

“여성과학자의 네트워킹 강화가 중요하다”

한상미 연구관과 마찬가지로 윤채옥 교수 역시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과학자라고 해서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일을 해야 하는데 여성 네트워크는 남성 네트워크에 비하면 강력하지 않아 불리한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과학계 내부의 여성 네트워크가 강해져야 여성과학자 수가 증가하고 저변이 확대될 수 있다. 연구뿐만 아니라 가정 일로도 바쁘기 때문에, 여성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윤채옥 교수가 제안한 것은 바로 ‘공동연구’이다. 공동연구를 통해 여성과학자의 네트워크를 강화한다면, 과학 분야에서 여성과학자의 지위가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과학자의 저변이 넓어진다면 평가 시스템의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한상미 연구관과 윤채옥 교수가 공통적으로 한 말이 있었다. 여성이기에 말도 안 되는 혜택을 달라는 것이 아니라, 실력을 기반으로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는 의미의 말이었다.

이미 여성과학자의 성과는 남성에 뒤지지 않을 정도이다. 단지 성과보다는 외적인 부분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고, 이 때문에 여성이 자리를 못 잡는 경우가 많다. 여성이기에 더 배려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여성이 실력에 대해 제대로 대우를 받고 평가받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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