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두현 LG 생명과학연구소 공정개발그룹 상무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고 유기화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LG 생명과학연구소가 진행한 항균제 퀴놀론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초기 신물질 합성단계에서 공장 생산까지의 전 과정을 이끌었다. 12년 동안 100여명이 참여하여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승인을 획득한 세계적인 신약 퀴놀론계 항균제 <팩티브>를 탄생시킨 1등 공신 중 한명이다. 현재 신물질 합성과 공정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유기화학자란?
화학자는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물질이 어떤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고, 성질이 어떠하며, 어떤 변환을 통해 새로운 물질로 창조되는 지 그 과정을 연구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새로운 물질을 만들려면 반드시 화학자의 손을 통한다. 의약품, 신소재, 에너지, 반도체 등 우리 생활과 관련된 모든 분야의 기초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화학은 크게 무기화학, 물리화학, 분석화학, 생화학, 유기화학으로 나눌 수 있으며 학문적 발달에 따라 더욱 세분화하고 전문화되어 가고 있다.
유기화학자는 유기화합물, 즉 주기율표에 있는 여러 원소 중 하나인 탄소가 포함된 화합물의 조성, 성질, 반응 등을 다룬다. 그 이름에서 보듯이 유기 화학은 생명체와 관련이 있다. 즉, 고대 그리스 시대의 철학자들은 모든 생명체와 관련된 물질은 특별한 활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믿었다. 따라서 오직 생명체에서 생성되는 물질만이 유기화합물이라 정의하였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되고 인간이 만든 유기화합물이 알려지면서 탄소가 함유된 화합물에 관한 학문으로 그 개념이 확대되었다.
유기화학 분야는 천연물, 합성염료, 의약품, 도료, 섬유, 석유, 나일론과 같은 고분자 물질 등 그 범위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고, 유기 화합물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질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합성유기화학이란 간단한 화합물이나 원소를 원료로 하여 특별한 목적을 가진 각종 유기화합물을 만드는 화학을 말한다.
이 분야에서 일하게 된 동기 및 과정은?
고등학교 때, 생물을 가르치시는 담임선생님의 영향을 받아 생물에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생물을 잘 하려면 화학을 잘 알아야 한다는 선배의 말을 따라 화학을 전공하게 되었다. 많이 망설이던 터에 그 선배의 꼬임에 넘어가서 화학을 한 것 같기도 한데, 확인할 길은 없고, 결국 잘된 것으로 지금은 그 선배에게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또 한 가지 특별한 동기는 군복무를 하고 있는 동안 저를 가장 아끼고 사랑해주신 어머님이 심장병으로 돌아가셨다. 이 때부터 심장약을 개발하는 것이 꿈이 되었다. 이 아픈 경험이 나를 신약개발의 길로 이끌었다. 심장약 대신 항생제를 만들게 되었지만...
신약개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된 것은 LG에서 신약개발을 하면서부터 였다. 당시 미국에서 유기화학 박사학위를 마친 내게 같이 연구를 하자는 제의가 들어와 적극적으로 동의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 분야에서 하는 일에 대해 느끼는 보람과 어려운 점은?
2003년 4월, 12년의 산고 끝에 드디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승인을 획득한 국내 최초의 세계적인 신약 퀴놀론계 항균제<팩티브>가 탄생했다. <팩티브>는 100여명에 이르는 여러 분야의 연구원들이 12년간 흘린 땀의 결과이다.
신약개발 도전 2년 만에 팀 리더의 사망, 독성문제로 인한 동물실험 실패 등으로 연구가 일시 중단, 신약을 합성해낸 연구원의 사망, 97년 먼저 흥미를 보이고 접근했던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공동개발 포기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점이 많았다. 새로 파트너가 된 진소프트와의 협상, 대량생산까지의 난관, 신약승인 신청 전까지 FDA 기준에 맞는 원료공장 건설을 위해 셀 수 없는 밤을 샜다.
IMF 이후 프로젝트 중단에 굴하지 않고 낮에는 회사과제를, 밤에는 중단된 퀴놀론과제를 연구하며 올빼미 생활을 한 적도 있다. 결국 퀴놀론 항생제 과제를 부활시켜 신물질 합성에 기여 했다. 말 그대로 밤낮도 휴일도 없는 강행군으로 1999년 11월 공장을 완공하였다. 외국 선진업체에서는 보통 3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아무런 경험이 없던 LG가 1년 반 만에 끝냈을 때, 제휴사인 스미스클라인비참(SB)에서도 놀라워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내성이나 약효(약 100배) 등에서는 다른 페니실린계나 퀴놀린계 항생제보다 월등한 <팩티브> 생산은 많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이며 이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이 있을까? 그동안 겪은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신약개발에 성공했으니 보람이 크다. 이러한 보람이 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만족스럽다. 다시 또 그런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회가 온다면 기꺼이 도전하고자 한다.
신약개발은 여러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신약개발이라는 공동목표를 가지고 합심해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화학자는 물론 생물학자, 약학자, 독성학자, 의사, 전문 경영인 등 많은 다른 분야의 전문성이 다 어우러져야 한다. 한 마디로 국가의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러한 일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몇 안 되는 것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전문가가 없는 분야가 있다. 예를 들면 독성연구나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은 아주 취약하다. 이러한 경우에는 부득이 외국과 공동 연구를 할 수 밖에 없는데 이런 일이 안타깝다.
유기화학자가 되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유기화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화학 관련 분야의 대학을 졸업해야한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화학과를 개설하여 화학자를 양성하고 있는데 학부과정에서는 일반화학, 일반물리 등 기초과학 학습을 통하여 자연과학자로서의 기초를 다진 뒤 물리, 유기, 무기, 분석화학을 배우며 화학의 기본개념 및 기본적인 실험방법을 터득하도록 하고 있다. 고학년에서의 화학은 물론 관련 과학 분야의 관련지식을 습득하도록 하고 있으며 학생의 적성과 희망에 따라 교수의 연구에 직접 참여하여 일찍부터 연구과제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더욱 전문화된 화학자를 양성하기 위하여 많은 대학에서 석사 혹은 박사과정을 개설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대학원과정에 진학하여 화학자로서의 연구자세와 특정연구 분야에 대한 세계적인 흐름을 접하게 된다. 이와 같은 과정을 마친 화학자들은 화학에만 국한하지 않고 인류복지와 직결되는 폭넓은 응용분야에 기초를 제공하는 연구자로서 공헌하게 된다.
현재 채용상황과 전망은?
화학은 신산업혁명이라고도 불리는 미래의 기술혁신시대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화학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 기초과학일 뿐만 아니라, 특히 21세기 국가적인 차원에서 신소재, 대체에너지, 신약개발 및 환경 분야에 집중적인 투자와 육성이 예상되므로 장기적인 안목에서 전망이 밝다.
화학자는 일반기업체 및 연구소 그리고 학교 등에 고용될 수 있다. 연구소로는 정부출연연구소, 국립연구소, 기업부설연구소 등이 있으며, 기업체에는 주로 약품, 합성원료, 산업유기화합물 및 석유화학제품 제조업체 등에 고용된다. 지역적으로는 경남·부산지역에 계면활성제, 정밀화학, 유해화학물질처리산업 등이 집중되어 있어 이 지역에서 많은 고용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화학 산업은 산업전반에 걸쳐 관련을 맺고 있으므로 화학자의 고용은 전국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많은 대학 졸업자들은 연구소나 제약회사의 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학과정 중에 교직과목을 이수할 경우 사립 중·고등학교의 교사 자격이 부여되며 교원 임용고시에 합격하면 중등학교 교사로 임용될 수도 있다.
연구소로는 한국화학연구소, 한국화학시험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기초과학지원센타, 한국석유품질검사소 및 기업부설연구소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승진체계는 기업마다 다른데 학사학위자의 경우 입사 시 일정기간의 사내교육을 받은 뒤 해당 직무에 배치된다. 연구소의 승진체계는 연구원, 선임연구원, 책임연구원, 수석연구원 등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고 기업에 따라 연구원, 책임연구원만을 두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연구원에서 팀장의 위치인 수석연구원이 되려면 동일분야 경력이 10년 정도는 되어야 하며 수석연구원 및 책임연구원은 내부 승진뿐만 아니라 외부영입에 의해서도 채용된다.
화학자는 거의 모든 응용 과학기술분야의 기초연구분야에 취업이 가능하며 특히 제약, 고분자, 석유화학, 촉매 등의 분야와 최근 들어 활발해진 전자산업, 생명공학 등의 기초연구 분야 그리고 공해와 관련된 환경과학 분야에 고용기회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적으로 기술경쟁 강화 추세에 발맞춰 국내 화학기업들도 본격적인 기술경쟁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국제 경쟁력 향상을 위하여 기초연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요즈음, 고급연구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21세기 과학의 발전은 분자, 원자 수준에서의 물질의 구조를 해석하고 제어하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에 따라 화학, 전자, 정보, 기계 등 각종 분야의 기술이 융합되면서 전통적인 산업기술체제가 무의미해지는 대신 바이오전자, 광화학, 초미세 가공기술 등의 새로운 영역이 주도권을 물려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화학과 생물학의 결합은 의약, 식품, 농업, 환경 등 바이오테크놀러지를 이용한 각종 분야에서의 기술혁신을 더욱 가속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세부분야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화학 산업은 기술 집약산업으로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업종의 하나로 향후 발전이 기대되며 이에 따른 화학자의 수요가 예상된다. 또한 바이오산업과 신소재로 대표되는 신화도 향후 화학자의 고용전망을 밝게 하는 요소이다.
젊은이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마디?
화학자로서 요구되는 적성 및 기본 능력으로는 무엇보다도 과학에 흥미가 있어야한다.
왜 바다나 하늘이 파란색인지 하고 의문을 가진 경험이 있는가?
왜 사람이 병이 들어 죽는 가? 하는 의문들.. 이러한 의문에 도전을 하고 증명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과학을 수행하는 것이고, 화학도 같은 것을 필요로 한다. 요즈음은 컴퓨터를 이용하여 할 수 있는 화학도 많다. 미래의 화학은 컴퓨터로 모두 실현할 수 있는 분야도 있다.
약은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역할을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까?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이라고 한다. 이러한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약은 수없이 많지만 모두 외국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진 것이다. 100년 동안 한국에는 많은 제약 회사들이 있었지만, 이제야 최초로 세계적 신약이 탄생하였다. 이제는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 약으로 세계 인류의 생명을 구하는 일들을 자라나는 청소년 여러분이 해야한다.
신약과 관련된 분야는 많이 있습니다. 화학, 생물, 약학 등 어느 분야이던지 확실히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아보십시오. 그리고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무리 조그만 일이라도 최선을 다해 최고가 되십시오. 최고 1인자가 되면 다른 사람들이 같이 협력해서 일을 하자고 하니까요. 확신을 가지고 최고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다보면 꿈은 이루어집니다.
<정리=한효순 박사, 한국과학문화재단 객원선임연구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