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두뇌’ 개발, 첫걸음 내딛다

기술 개발로 이어지려면 작동 방식 완전히 이해해야

과학기술과 산업이 발달하고 고도화됨에 따라, 컴퓨터 용량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점점 더 많은 데이터 센터가 필요해지고, 이 데이터 센터들의 에너지 사용량도 날로 커가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전문가들은 ‘에너지 효율적인 방식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찾아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이른바 ‘양자 두뇌(quantum brain)’ 개발도 이런 새로운 전략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물리학자들은 최근 ‘양자 두뇌’ 개발을 위한 중요한 첫 단계에 진입하고, 이 연구 성과를 ‘네이처 나노기술(Nature Nanotechnology)’ 1일 자에 발표해 관심을 모은다.

이들은 이번 연구에서 단일 원자 네트워크를 패턴화하고 상호 연결해, 인체 뇌의 뉴런과 시냅스의 자율적 행동을 모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 ‘양자 두뇌’ 개발의 바탕에는, 인간의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스스로 물리적으로 변화해 학습하는 지능적인 물질은 완전히 새로운 신세대 컴퓨터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프로젝트 리더인 라드바우드대 알렉산더 카제투리안스(Alexander Khajetoorians) 원자현미경(Scanning Probe Microscopy, SPM) 전공 교수는 “에너지 효율적인 정보 저장과 처리를 위해서는 기술 개선뿐만 아니라, 판도를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근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물질의 양자 특성을 기반으로 ‘양자 두뇌’를 구축하려는 우리의 새 아이디어는 인공지능 응용을 위한 미래 설루션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자 두뇌’의 정보 입력과 처리 및 출력 흐름 소개 © RADBOUD UNIVERSITY NIJMEGEN

흑린에 코발트 원자 네트워크 구축

인공지능이 작동하려면 컴퓨터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의 패턴을 인식하고, 새로운 패턴도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의 컴퓨터는 별도의 하드 드라이브에서 정보의 저장과 처리를 제어하는 기계학습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를 수행한다.

논문 공저자인 베르트 카펜(Bert Kappen) 신경망 및 기계 지능학 교수는 “지금까지 100년 된 패러다임을 기반으로 한 이 기술은 충분히 잘 작동했으나, 결국은 매우 에너지 비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라우바우드대 물리학자들은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 없이도 똑같이 작동할 수 있는지를 연구했다. 이들은 흑린(black phosphorus)에 코발트 원자 네트워크를 구축해 뇌와 유사한 방식으로 정보를 저장, 처리하고, 놀랍게도 스스로 적응하는 물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스스로 적응하는 원자들

2018년 카제투리안스 교수팀은 단일 코발트 원자만 있는 상태에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원자에 전압을 가해 원자가 마치 하나의 뉴런처럼 0과 1의 값 사이를 무작위로 왕복하는 ‘발화(firing)’를 유도할 수 있었다.

이들은 2년이 지난 지금 이런 원자의 맞춤형 앙상블을 만드는 방법을 발견했다. 이와 함께 이런 앙상블의 발화 행동이 인공지능에 사용되는 유사 뇌 모델의 동작을 모방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 1일 자에 실린 논문. © Springer Nature / Nature Nanotechnology

연구팀은 전기 자극을 일으키는 스파이킹 뉴런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 외에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작은 시냅스를 만들 수 있었다.

이들은 처음에 자신들도 모르게 이런 앙상블들이 고유한 적응 속성을 지니고 있음을 관찰했다. 즉, 이들이 만든 시냅스들은 스스로가 ‘본(saw)’ 입력에 따라 행동을 변경했다.

카제투리안스 교수는 “특정 전압으로 장시간에 걸쳐 물질을 자극할 때 시냅스가 실제로 변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며, “이 물질은 외부로부터 받은 자극에 따라 반응을 조절했는데, 이는 스스로 배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자 두뇌의 탐구와 개발

연구팀은 이제 시스템을 확장하고 더 큰 원자 네크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활용 가능한 새로운 ‘양자’ 재료도 탐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원자 네트워크가 왜 그렇게 작동하는지도 더욱 깊이 이해해 볼 예정이다. 카제투리안스 교수는 “우리는 기초 물리학을 기억이나 학습과 같은 생물학 개념과 연결시킬 수 있는 초기 상태에 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물질(재료)을 이용해 마침내 실제 기계를 만들 수 있다면, 오늘날의 컴퓨터보다 더욱 에너지 효율적이며 크기가 작은 자기-학습(self-learning) 컴퓨터 장치가 나올 것”이라며, “그러나 아직 여전히 미스터리인 작동 방식을 이해해야만 장치의 행동을 조절하고 기술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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