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양자 발전 이끈 스승과 제자, 피터 나이트 명예교수-김명식 교수 인터뷰
▲ 20일 주한영국대사관에서 만난 피터 나이트 영국 임페리얼컬리지런던 물리학과 명예교수. Ⓒ사이언스타임즈 권예슬
“1947년 미국의 벨 연구소에서 최초의 트랜지스터가 발명됐을 당시, 사람들은 트랜지스터를 도청기에만 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트랜지스터는 전자 혁명의 시초가 되어 세상을 바꿨죠. 양자 기술 분야도 혁명의 시초가 될 ‘양자 트랜지스터’를 찾고 있습니다.”
지난 20일 서울 중국 주한영국대사관에서 만난 피터 나이트 영국 임페리얼컬리지런던(ICL) 물리학과 명예교수는 “많은 이들이 ‘양자기술’이라고 하면 양자컴퓨터만을 떠올리지만, 사실 양자 기술은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를 풀어내는 새로운 도구”라며 “다만, 양자 기술이 정확히 어떤 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꿀지는 아직 알 수 없어 장기적 관점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이트 명예교수는 약 30년간 영국 정부의 양자 관련 정책을 이끌어 온 양자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 중 하나로 꼽히며, 2005년에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으로부터 양자 분야 연구 공헌을 인정받아 기사 작위를 받았다. 나이트 교수는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영국왕립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제6회 한·영 리서치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했다.
▲ 20일 주한영국대사관에서 만난 영국 임페리얼컬리지런던 김명식 교수와 피터 나이트 명예교수. Ⓒ주한 영국대사관
나이트 명예교수는 올해로 9년 차에 돌입한 영국 ‘국가 양자기술프로그램’의 과학자문을 맡고 있다. 영국 정부는 양자 관련 연구 및 상업화, 인재 양성을 위해 10년간 총 10억 파운드(약 1조 6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계획을 내세웠다. 그리고 최근에는 2024년부터 향후 10년간 25억 파운드(약 4조46억 원)를 추가로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양자 발전을 밀고 있는 이유가 있다. 우선, 10년이라는 장기적 관점에서 정부 차원의 투자가 진행되면 과학자들이 이 분야에 뛰어들게 할 동력이 된다. 동시에 국민 역시 이 분야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된다. 또한, 건실한 기업의 국외 유출을 막을 수 있다.
나이트 명예교수는 “‘슈뢰딩거 고양이’ 실험으로 잘 알려진 에어빈 슈뢰딩거의 손자인 테리 루돌프 영국 ICL 교수는 2015년 영국이 아닌 미국에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는 스타트업인 ‘사이퀀텀’을 설립했다”며 “이런 유망한 기업을 자국으로 데려오려면 민관이 협력하는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국가 양자기술프로그램은 특정 큐비트를 달성하는 대신, 현재의 컴퓨터를 훌쩍 뛰어넘는 우월성을 갖춘 양자컴퓨터의 실현을 목표로 둔다. 우리 정부가 2031년까지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겠다고 구체적 목표를 밝힌 것과 달리 컴퓨터의 세대교체를 목표로 삼은 것이다.
▲ 김명식 영국 ICL 교수는 양자 컴퓨팅 분야의 대표적인 석학이다. Ⓒ사이언스타임즈 권예슬
함께 인터뷰를 진행한 김명식 영국 ICL 교수는 양자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국제 공동연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자 기술은 방대한 지식을 다루는 분야로, 한 나라에서 모든 것을 완성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통신 등 기존 인프라와 새로 개발되는 양자컴퓨터가 호환되려면 ‘표준화’가 필수적인데, 이를 위해서도 연구 단계에서부터 국제교류를 하는 것이 득이 된다고 덧붙였다. 나이트 명예교수의 제자인 김 교수는 양자 컴퓨팅 분야에서 세계적인 석학이다. 양자물리학 연구로 울프슨상, 호암상, 훔볼트상 등 굵직한 상을 휩쓸었다.
김 교수는 “과거에서 기초-응용-산업화로 이어지는 시간이 길었지만, 최근에는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간이 굉장히 짧아졌다”며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기초연구를 활성화하고, 기업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호해준다면 양자 기술이라는 새로운 산업에 많은 이들이 뛰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트 명예교수는 “영국은 튼튼한 양자 교육 커리큘럼을 갖추고 있고, 한국 역시 기초과학연구원(IBS) 등을 중심으로 기초연구력을 키워나가고 있다”며 “이번 콘퍼런스와 같이 양국이 교류할 수 있는 접점을 자주 만들고, 양국의 연구자 교류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공동 연구 활성화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삼성이나 LG처럼 기술력이 좋은 대기업도 한국이 가진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 스승과 제자이기도 한 두 양자 분야 석학은 양자 기술 상용화에 앞서 국민적 공감대 확보가 우선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주한 영국대사관
두 교수는 튼튼한 기초연구와 국제교류에 앞서 가장 우선시돼야 할 과제는 국민의 공감을 확보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 교수는 개인적인 경험담을 공유했다. 허리를 다쳐 대학병원에 입원했는데, 양자역학을 연구한다고 하니 의료진이 ‘양자역학 교수를 치료하게 됐다’며 좋아했던 경험이다.
김 교수는 “영국에는 브라이언 콕스, 짐 알칼리리 등 과학자이면서 양자역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훌륭한 과학커뮤니케이터들이 있고, 이들은 모두 커뮤니케이션을 공로로 영국왕립학회의 회원이 됐다”며 “한국도 양자가 왜 재미있는지에 대해 연구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나서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이를 업적으로 인정해주는 시스템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가적 필요가 아닌 국민적 흥미를 얻은 연구가 세상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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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컴퓨터가 실현되려면 세계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군요
양자 기술이 너무 방대해서 한 나라에서 모든 것을 완성시키기에는 너무 부족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표준화를 목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여러 나라들이 같이 노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양자컴퓨터 실현을 위해서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나라의 힘으로 부족한 것처럼 이러한 양자컴퓨터 실현도 같이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러니 양자컴퓨터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서 여러 나라들이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을 해주고 서로서로 도와 양자컴퓨터의 표준화를 위해 더 많은 돈과 노력을 들이는 것은 어떨까요?
좋은 뉴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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