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아킬레스건 찾았다”

이수성 암세포의 유사분열 억제가 관건

암세포가 우리 몸의 일반 세포와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런 차이점을 찾으면 암을 치료하고 차단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까?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암 연구자들은 이런 기본적인 의문들을 풀기 위해 고심해 왔으나, 지금까지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오늘날에도 암세포가 지닌 독특한 특성을 찾는 일은 암 연구의 기본 요소다.

최근 이스라엘 텔아비브대가 이끄는 국제협동연구팀이 새로운 연구를 통해, 수십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던 암세포의 고유한 특성인 비정상적인 숫자의 염색체(aneuploidy)가 어떻게 암세포의 취약점이 될 수 있는지를 처음으로 보여주었다.

의학 저널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 지난달 27일 자에 발표된 이번 연구는, 향후 이 취약점을 이용해 암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에는 텔아비브대 우리 벤-데이비드(Uri Ben-David) 교수팀을 비롯해 미국과 독일, 네덜란드, 이태리의 여섯 개 연구기관이 참여했다.

살해 T세포(녹색 및 빨강)가 암세포(중앙의 파랑)를 둘러싸고 있는 모습. © NIH

이수성, 암에서 가장 흔한 유전적 변화

염색체 수가 이수성이면 유전적 장애를 일으켜 암이 생긴다. 또 태아의 경우 사산하거나, 태어나도 이수성이 나타난 염색체 번호에 따라 다운증후군, 에드워드 증후군 같은 몇 가지 선천적 장애를 갖게 된다.

정상적인 인간 세포는 각각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받은 23개의 염색체가 쌍을 이룬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수성 세포는 염색체 수가 45개나 47개 등으로 정상과 다르다. 다운증후군은 18번 염색체에 두 개가 아닌 세 개의 염색체가 있다.

암세포에 이수성이 나타나면 세포들은 이를 ‘용인(tolerate)’하고, 이수성은 질병 진행을 촉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수성과 암과의 관계는 암이 유전적 질환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기 훨씬 전에 그리고 유전물질인 DNA가 발견되기 1세기 이상 전에 확인됐다.

정상적인 남성의 염색체 23쌍 46개를 나열한 모습. © National Human Genome Research Institute

논문 시니어 저자인 벤-데이비드 교수에 따르면, 이수성은 실제로 암에서 가장 흔한 유전적 변화다. 유방암과 결장암 같은 고형 종양의 약 90%, 혈액 암의 75%가 이수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수성이 암 발병과 확산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제한적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암세포의 유사분열 체크포인트에 주목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약 1000개의 암세포를 배양한 뒤 첨단 생물정보학(bioinformatic) 방법을 사용해 이수성을 정량화했다.

그런 다음 이수성 수준이 높은 세포와 낮은 세포의 유전적 의존성과 약물 감수성을 비교했다. 비교 결과 이수성 암세포는, 세포 분열 동안 염색체의 적절한 분리를 보장하는 세포 체크포인트인 유사분열 체크포인트 억제에 대해 민감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암세포의 민감도 증가에 대한 분자적 기초도 발견했다. 이들은 유전체와 현미경적 방법을 사용해 유사분열을 억제하는 물질로 처리된 세포에서 염색체 분리를 추적했다.

이수성 유전질환인 다운증후군의 염색체 개요를 나타낸 핵형. © National Human Genome Research Institute

이 실험에서 적절한 수의 염색체를 가진 세포에서는 유사분열 체크포인트가 교란될 경우 세포 분열이 중단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여기에서 세포의 염색체는 성공적으로 분리되지만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염색체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수성 세포에서는 이 메커니즘이 교란되면 세포 분열이 계속돼, 세포의 분열 능력을 손상시키는 많은 염색체 변화가 일어나고, 심지어 세포의 죽음까지도 초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개인 맞춤형 암 치료제 개발에 도움”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개인 맞춤형 암 치료제 발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보고 있다. 암세포 유사분열을 억제하는 약물로 암을 치료한다는 구상이다.

염색체 분리를 지연시키는 약물은 현재 임상시험 중이다. 그러나 어떤 환자가 이에 반응할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런 약물에 더 잘 반응하는 환자를 찾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바탕으로, 이수성을 생물학적 표지로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즉, 특정 유전적 특성을 가진 종양 치료에 이미 임상시험 중인 약물 적용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벤-데이비드 교수실 연구팀.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이번 연구를 주도한 벤-데이비드 교수. © Tel Aviv University

연구팀은 또한 이수성 암세포에 특히 중요한 것으로 확인된 염색체 분리 메커니즘의 특정 구성요소에 대해 신약 개발의 초점을 맞출 것을 제안했다.

유사분열 체크포인트는 여러 단백질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 연구에서는 다양한 단백질의 억제에 대한 이수성 세포의 민감도가 동일하지 않으며, 일부 단백질이 다른 단백질보다 암세포에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유사분열 체크포인트와 관련한 추가적인 단백질들에 작용하는 특정 약물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벤-데이비드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실제 종양이 아닌 배양된 종양 세포에 대해 수행됐기 때문에 이를 암 환자 치료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에게 실제 적용되면, 많은 중요한 의학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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