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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이산맥서 5200년 전 곡물 발견

유라시아 곡물 전파, 1000년 앞서 일어나

아시아 먼 북쪽에서의 농경이 알려진 것보다 최소 1000년 이상 일찍 시작된 것으로 밝혀져, 유라시아 지역의 동서 교류가 오래전부터 이루어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과학원과 독일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 과학자들은 새로운 연구를 통해 최근 아시아 내륙 극북(far northern) 지역에서 확보한 곡물에 대한 세부 정보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아시아 극북 지역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밀과 보리가 포함된 곡물에 대한 방사성탄소 연대측정 결과, 이 지역에서의 초기 농경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것보다 최소 1000년 이상 일찍 시작됐다고 발표했다.

이 곡물들은 고대 물물교환 회랑의 요충인 중앙아시아 북반부에서 보고된 가장 오래된 경작물들이다. 이번 연구는 식물학저널 ‘네이처 플랜츠’(Nature Plants) 13일 자에 발표됐다.

이 연구는 중국 알타이 산맥 티앙티안(Tiangtian) 고고학 유적지에서 고식물학 유물과 함께 퇴적된 꽃가루와 고대 목재 숯 자료를 결합해,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고위도 지역에서 작물을 경작했는지를 보여주었다.

아울러 고대의 경작 식물들이 어떻게 새로운 생태적 제약에 적응하고, 인류가 예측할 수 없는 척박한 환경에서 어떻게 농작물 경작이란 문화적 행동을 통해 생존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 준다.

중앙아시아 산맥 지역에는 아직도 자연을 이용한 저투자 농업이 존재한다. 고도가 높은 파미르 산지 계곡에서 농부들은 미세환경의 틈을 이용해 작물들이 찬 바람과 안개로부터 보호되고 관개가 잘 되는 작은 농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 ⓒ Robert Spengler

고대로부터의 동서 교역로인 실크로드

중앙아시아를 가로지르는 실크로드는 고대로부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중요한 교역로 역할을 했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중앙아시아의 산맥 계곡을 통한 각종 산물과 아이디어, 기술 및 인간 유전자 교환은 조직화된 무역망이 형성되기 거의 3000년 전에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고대 실크로드(pre-Silk Road) 교역 경로는 유럽과 아시아를 가로지르는 문화적 발전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말 사육이나 금속 제련 같은 기술들이 동아시아로 확산되는데 기여했다.

이 같은 고대의 문화 전파 과정에서 나타난 가장 큰 영향은 동북아시아 작물이 서쪽으로 확산된 것과, 반대로 서남아시아 작물의 동방 확산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고고학적 연구가 결여돼 있어 이런 과정이 언제 어떻게 일어났는지에 관한 자료가 부족한 실정이었다.

시닝 저우 박사팀이 2016년 여름 티앙티안(Tiangtian) 동굴 지역에서 발굴하는 모습. ⓒ Xinying Zhou

곡물의 북부 전파와 진화

밀과 보리의 고대 친척 종들은 지중해 동부와 서남아시아의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 조건에서 자라도록 진화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고대인들이 이 작물들을 원래 진화했던 곳에서부터 북동쪽으로 5500km 떨어진 먼 곳에서 재배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중국과학원 시닝 저우(Xinying Zhou) 박사팀은 이번 연구에서 고환경을 나타내는 대리물(proxies)을 통합해 이 작물들이 재배될 당시인 5000여 년 전 티앙티앤의 고고학 동굴 유적지 주변의 생태가 어떠했는지를 확인했다.

이 지역은 오늘날에는 춥고 건조한 알타이 산맥의 높은 지역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동굴 주변에 살았을 때 이 지역 주변의 생태 환경은 약간 따뜻하고 습기가 있었다.

이렇게 약간 따뜻했던 지역 조건은 남쪽에서 온난하고 습기를 머금은 기단이 이동해 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초기 농경인들이 특정한 지역적 기후 포켓을 활용해 북아시아에서 농작물을 경작했었고, 이와 함께 농작물들이 그런 북부지역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 작물들에 특정한 진화적 변화가 나타난 시기에 대한 증거도 제시했다. 이 증거에는 개화 시기 신호를 보내는 낮 길이 의존성에서의 변화와, 추운 기후에 대한 더욱 큰 저항성이 포함돼 있다.

통티안 동굴 지역에서 나온 탄화된 씨앗들. ⓒ Xinying Zhou

유라시아 횡단 교환과 작물 전파

아시아 내륙에서의 고대 농작물 전파는 최근 몇 년 동안 생물학자와 고고학자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왔다.

이번 논문 저자 중 한 사람인 막스플랑크 인류사연구소 로베르트 슈펭글러(Robert N. Spengler III) 박사는 2017년에 출간한 저서 ‘사막에서 온 과일(Fruit from the Sands)’에서 이 고대 교역로들이 인류 역사 과정을 형성했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반대편에서 유래한 작물 혼합은 인구 증가에 불을 지핀 작물의 윤작(crop-rotation) 주기를 초래했고, 이는 제국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동아시아의 기장은 고대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작물 가운데 하나가 되고, 밀은 중국의 한(漢) 왕조에 이르러 아시아에서 역시 가장 중요한 작물의 하나로 부상했다.

알타이산맥 대초원 지역에 있는 사람 모습을 새긴 석상. 이 인물들은 티앙티안 동굴에 살았던 사람들의 특징을 보여준다. 이런 구체적인 사례들은 4000년 전의 유적지인 치물체크 지역(Chimulchek site)에 있고, 통티안 동굴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동굴에서 나온 도기 조각은 동굴 거주자들이 이 지역 사람들과 비슷한 문화적 특성을 공유했음을 시사한다. ⓒ Jianjun Yu

동아시아에서 쌀 경작의 오랜 전통은 쌀을 아시아인 식단의 필수품으로 만들었으나, 중국 음식에서는 찐빵이나 만두, 국수 같은 밀 기반 음식들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밀, 보리, 기장 같은 식물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유라시아 전역에 전파되었다는 이번 발견은 조리 시스템에서 시간 경과에 따른 문화 접촉과 이동의 역사는 물론, 고대 유라시아에서 농작물 경작과 노동의 실제 연구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발견들은 소규모의 인구 혼합이 이주와 문화 및 기술 교환을 통해 세계사에 중요한 공헌을 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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