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스 화산 지하에 ‘엄청난 물’

남한 면적 보다 큰 호수 존재

지구상의 저 많은 물은 어디에서 왔을까? 이 같은 질문의 해답이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영국 브리스톨 대학 존 브런디(Jon Blundy) 연구팀은 볼리비아 안데스 산맥 ‘우투룬쿠’(Uturuncu) 화산 지하 15km 지점에 엄청난 양의 물이 숨어있음을 발견했다고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뉴사이언티스트 온라인은 4일 지구과학 과학전문저널인 ‘Earth and Planetary Science Letters’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볼리비아 우투룬쿠 화산 ⓒ 스미소니안 박물관 홈페이지

볼리비아 우투룬쿠 화산 ⓒ 스미소니안 박물관 홈페이지

우투룬쿠 화산 지하에 있는 물의 양은 대략 슈피리어 호수(Lake Superior) 정도의 양으로 추정된다. 슈피리어 호수는 캐나다와 미국에 걸쳐 있는 호수로 세계에서 가장 넓은 담수호 중 하나이다. 호수 수면 면적이 82,400 km²로 남한 보다 넓다.

존 블런디 연구팀은 우투룬쿠 화산 아래 15km 지점의 알티플라노-푸나 마그마(Altiplano-Puna magma)라는 ‘특이지대’(anomaly)를 탐구하는 중 이 같은 사실을 발견했다.

이 마그마 지대는 지진파의 속도가 낮아지면서 전기를 통과시킨다. 주변 마그마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보이는 ‘특이지대’이다.

“화산 지하에 수피리어 호수 만한 물 있어”

연구팀은 우투쿤쿠 화산에서 50만 년 전 발생한 화산폭발에 의해 나온 돌에 다양한 양의 물을 섞어 특이지대를 분석하는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실험실에서 알티플라노-푸나 마그마와 동일한 조건을 생성하기 위해, 기압 30,000배에 1,500℃ 정도의 환경을 조성했다.

그러자 우투쿤쿠 화산에서 발견된 돌의 전기전도도(electrical conductivity)와 동일한 전기전도도가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그 지역의 마그마에 8~10%의 물이 포함됐다고 결론을 내렸다.

알티플라노-푸나 마그마의 부피는 50만㎦에 달하므로, 이를 근거로 연구팀은 화산 아래 물의 양을 수피리어 호 정도로 추산했다.

화산 아래 ‘특이지대’는 뉴질랜드 타우포 화산지대(Taupo)를 비롯해서 미국 워싱턴 주 세인트 헬레나 화산(Mount St Helen) 아래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구 아래 깊은 곳에 많은 물이 숨어있다는 연구결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실험실에서 분쇄된 감람석의 링종인 링우다이트 결정. 주황색 원에 물이 들어있다. ⓒ 노스웨스턴 대학

실험실에서 분쇄된 감람석의 일종인 링우다이트 결정. 주황색 원에 물이 들어있다. ⓒ 노스웨스턴 대학

지난 2014년에도 미국 일리노이 주 노스웨스턴 대학의 스티븐 제이콥슨(Steven Jacobsen) 연구팀은 지구 지하에 엄청난 양의 물이 존재한다고 발표해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 연구팀은 지하 700km의 맨틀 전이대에 지구상의 모든 바다 물 보다 3배나 많은 양의 물이 들어있다고 2014년 과학전문잡지인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제이콥슨 연구팀은 500개 이상의 지진에서 생성된 지진파를 탐지한 2,000개의 지진계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지진파가 지나는 지점의 지진파 속도를 측정해서 그 지진파가 어떤 물질을 지나는지를 측정했다. 지진파는 물이 있는 지역을 지날 때는 속도가 낮아졌다. 제이콥슨 연구팀은 지하 700km의 전이대에서 감람석의 일종인 링우다이트(ringwoodite)가 젖은 흔적을 발견했다. 그 지점에서의 압력과 온도는 링우다이트에서 물을 짜내는 것과 같은 압력 및 온도였던 것이다.

이 같은 연구는 캐나다 알버타 대학의 그래엄 피어슨(Graham Pearson)의 연구와 유사한 결론을 얻은 것이다. 피어슨 연구팀은 지하의 전이대에 있다가 지표면으로 돌출한 다이어먼드를 분석해보니 물을 머금고 있는 링우다이트가 포함된 것을 발견했다. 피어슨의 연구는 지하 전이대에 엄청난 물이 있다는 최초의 강력한 증거로 꼽힌다.

최근 몇 년간 발표된 이런 연구결과는 지구 내부에 엄청난 양의 물이 있음을 강력히 보여주는 것들이다.

“지구의 물은 먼지에서 나왔다”

또한 지구에 어떻게 물이 생성됐는지를 밝히는데 있어서도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다. 특히 지구상의 물이 먼지에서 발생했다는 주장은 2010년 케미컬 커뮤니케이션즈(Chemical Communications) 학술지에 실린 적이 있다. 런던대학(UCL) 노라 드 리유(Nora de Leeuw) 연구팀은 먼지로 이뤄진 성운(nebular)과 태양계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감람석에서 나온 먼지 알갱이 모델을 가지고 시뮬레이션을 했다.

그 결과, 먼지 알갱이에 630℃의 열을 가하면 먼지에 붙어 있는 물이 분리되는 것을 발견했다. 먼지에서 지구가 형성될 때 가해진 압력과 열에 의해, 먼지에 붙어있던 물이 나와 지구상의 바닷물을 생성했다는 가설이다.

이 같은 일련의 연구는 지구의 물이 외부 요인에 의해 생성됐다는 기존 가설을 크게 흔드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얼음으로 가득한 혜성이나 물이 풍부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지구상에 물이 생겼을 것이라는 가설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물이 외부에서 왔다는 가설은 몇 가지 장애가 있다. 얼음이 풍부한 혜성은 바닷물 보다 중수소가 풍부하고, 소행성은 백금 함량이 부족하다. 이 같은 불일치 때문에 지구상의 물이 혜성이나 소행성 충돌 때 발생했다는 가설에 균열이 생기는 것이다.

물이 외부에서 형성되지 않고 지구 내부에서 생겼으며, 그 물이 지하에 엄청난 분량으로 숨어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어서 물의 신비가 상당수 벗겨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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