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영하는 영화 ‘트로이’를 보면 아킬레스라는 인물이 나옵니다. 아킬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람으로 아주 빨리 달릴 수 있었다고 하죠. 또 그의 발꿈치를 뜻하는 아킬레스건으로도 유명하답니다.
그런데 아킬레스가 거북이와 경주를 하면 영원히 추월할 수 없다고 하네요.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한국원자력연구소 이한수 책임연구원의 앰배서더 과학강연 속으로 들어와 보세요.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는 학문
아마게돈이라는 영화를 보면 소행성이 지구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 사실을 안 과학자들이 모여 소행성을 파괴시키기 위한 회의를 하죠. 소행성을 폭파시키기 위해서 핵폭탄을 이용해야 하는 건 확실한데, 어떤 방법으로 폭발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두 가지 의견으로 갈라집니다.
한 그룹은 다가오는 소행성을 향해 핵폭탄을 발사시켜 부수자는 의견이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그룹은 그렇게 해서는 소행성을 완전히 파괴시킬 수 없다고 했습니다. 우주선을 타고 소행성으로 날아가서 소행성의 깊은 곳에다 핵폭탄을 터뜨려야 된다는 거였죠. 즉, 소행성 외부에서 충격을 주어야 하는지 혹은 내부에서 충격을 주어야 하는지의 문제였습니다.
거기에 대한 해답은 물리적인 계산에 의해서 가능합니다. 얼마만한 위력을 가진 핵폭탄을 사용해야 하며, 소행성의 어느 곳에서 터뜨려야 할지도 그런 계산에 의해서 가능한 거죠. 이처럼 과학은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학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2,500년 전인 기원전 400년경 그리스에 제논이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과학자들에게 이상한 문제를 내고 풀어보라고 했습니다. 아주 빠르게 달리는 그리스 신화 속의 인물 아킬레스와 거북이의 경주에 대한 문제였던 거죠. 출발선에 아킬레스가 있고 그보다 조금 앞선 지점에 거북이가 있을 경우, 아킬레스가 절대로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 제논의 논리였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아킬레스가 거북이보다 두 배 정도의 속도를 낸다고 가정할 때 거북이가 처음 있던 거리만큼 아킬레스가 쫓아가면 거북이는 이미 그 거리의 절반만큼 먼저 가 있게 됩니다. 아킬레스가 다시 거북이가 이동한 거리만큼 쫓아가면, 거북이는 또 그 거리의 절반만큼 이동해 있게 되죠. 이런 식으로 계속 쫓아간다고 생각하면 아킬레스는 끝까지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없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아주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일까요?
이 문제는 무려 2,000년의 세월이 지난 서기 1600년대 무렵에야 풀릴 수 있었습니다. 미적분학을 발전시킨 수학자들이 무한소의 개념을 설정함으로써 수학적 이론으로 풀 수 있었던 거죠. 이처럼 과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개념이 받쳐줘야 합니다. 그렇게 않고서는 과학을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사실 제논의 문제는 거리보다 시간이라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간단합니다. 아킬레스가 처음 거북이 있는 곳까지 가는데 1분이 결렸다면, 그 다음 다시 거북이 있는 곳까지 가는데 0.5분이 걸립니다. 또다시 앞으로 나아간 거북이가 있는 곳까지는 0.05분이 걸리죠. 이렇게 거북이가 있는 곳까지 가기 위해서 아킬레스는 1.55555…분이 걸릴 겁니다. 이렇게 보면 제논의 말처럼 무한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아킬레스는 1.6분만 지나면 거북이를 추월할 수 있는 거죠.
탄소 측정하여 나이를 아는 원리
과학이 발달하면서 과학자들은 어떤 사물을 관찰하는 데 객관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즉, 길이라든가 무게, 시간 등에 대해서 어떤 기준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었죠. 과학자들은 이런 기준에 대해서 표준을 정립하자는 데 합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우리가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길이 단위 1m라는 것이 어떻게 정해졌을까요? 1m의 기준에 대한 맨 처음 아이디어는 바로 지구의 둘레를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즉, 북극점에서부터 적도까지의 거리를 천만분의 1로 나눈 것을 1m로 하자는 것이었죠.
한편 무게에 대한 기준은 가로와 세로, 높이가 각각 10cm씩인 정육면체로 정해졌습니다. 그 정육면체에 물을 가득 채웠을 때의 무게를 1kg으로 하자는 아이디어였죠. 시간에 대한 정의는 굉장히 많았는데, 천체나 지구의 운동을 기준으로 한 시간표준보다 훨씬 정확하고 안정된 원자시계가 개발됨에 따라 그 기준에 새로 정해졌습니다. 즉, 세슘-133이라는 원소로부터 방출된 빛이 9,192,631,770번 진동할 때의 시간이 1초로 정해진 것입니다.
핵과 관련된 얘기를 하나 하자면, 방사성동위원소인 탄소 14를 이용하여 화석이 얼마만큼 오래 되었는지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 원리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공기는 산소와 질소로 이루어져 있죠. 그런데 공기 중에 있는 질소는 우주선이 대기와 충돌할 때 방출되는 중성자와 반응하면 탄소 14라는 원소로 바뀝니다. 탄소 14는 다시 산소와 결합하여 이산화탄소의 형태로 존재하게 됩니다.
이산화탄소가 구름을 만나서 비로 내리면 동물이나 식물들이 먹게 됩니다. 또 식물들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죠.
우주선의 중성자 수가 일정하고 공기 중의 질소 함량이 일정하다면 탄소 14의 농도도 일정합니다. 즉, 식물이 탄소동화작용을 하고 동물들이 비로 떨어진 물을 계속 먹는 한, 몸속의 탄소 14 농도도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거죠.
하지만 동물과 식물이 죽어서 땅 속에 묻히면 공기와 비에 함유된 탄소 14를 더 이상 흡수하지 못하게 됩니다. 죽은 상태에서는 포함하고 있는 탄소 14의 양이 점점 감소될 수밖에 없는 거죠. 때문에 오래된 화석이나 사체 속에 있는 탄소 14의 농도를 측정하여 현재 탄소 14의 농도보다 얼마나 감소했는지 규명하면 그 시기를 알 수 있는 거죠.
이런 탄소동위원소측정법은 3~4만년 정도까지 절대 연령을 측정할 수 있으므로 고고학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이한수
한국원자력연구소 원자력환경연구부 책임연구원
/이성규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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