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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6-11-30

아침형-저녁형은 유전자 적응 결과 생체시계로 주어진 환경에 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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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든가 혹은 ‘밤에 일이 잘 된다’ 등에 따라 흔히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으로 구분한다. 아침에 일찍 농사 일을 시작하기 위해 아침형 인간이 탄생했는지 아니면 어두워졌을 때 모습을 감추고 사냥을 잘 할 수 있도록 저녁형 인간이 되었는지는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으나, 자연의 시간에 맞춰 스스로에게 유리한 쪽으로 적응하는 것 역시 진화의 결과로 알려진다. 특히 험난한 자연계에서 정확히 타이밍을 맞추는 일은 생존과 종족 보존에 직결될 수 있다.

최근 이러한 타이밍 조절이 생체 내 일주기와 월주기 시계의 분자적 적응의 결과라는 연구가 나왔다.

유럽의 파도가 거친 해변에는 큰 모기와 비슷하게 생긴 바다 깔다구(Clunio marinus)가 서식한다. 이 깔다구들은 종족을 유지하기 위해 파도가 가장 낮은 때를 택해 번식과 산란을 해야 한다. 파도의 높이는 해와 달의 영향을 받는다. 깔다구들은 가장 이상적인 번식 시간을 예측하기 위해 두 개의 생체시계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태양의 운행에 맞춰진 하루 주기 시계이고, 다른 하나는 달의 움직임에 따른 월주기 달력이다.

성체 바다 깔다구 모습 ⓒ Tobias Kaiser
성체 바다 깔다구 모습 ⓒ Tobias Kaiser

일주기와 월주기 타이밍의 차이 나타내는 유전자 염기서열 발견

파도가 낮을 때를 맞추는 타이밍은 지리학적 위치에 따라 달라진다. 이 때문에 깔다구들은 서식하고 있는 곳에 맞게 생체시계를 조정해야 한다. 과학자들은 1960년대에 대서양 연안을 따라 분포하는 깔다구들이 유전적으로 서식 장소에 맞게 생체주기 시계를 적응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대 크리스틴 테스마-라이블(Kristin Tessmar-Raible) 교수팀은 이후 이러한 깔다구의 적응이 분자 레벨에서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조사했다. 연구는 일찍이 유사한 적응이 월주기 시계(circalunar clocks)에서도 일어난다는 것을 발견한 토비아스 카이저(Tobias Kaiser) 박사후 과정 연구원이 주도했다.

토비아스 연구원은 아른트 폰 해슬러 그룹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여러 깔다구들의 유전체를 분석해 비교했다. 그 결과 일주기와 월주기 타이밍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는 유전체 염기서열을 발견했다. 이어 비엔나대 바이오센터 박사과정생인 비르지트 푄과 비엔나대 생명과학부 토마스 훔멜 그룹, 베를린 자유대 플로리안 하이드 그룹과 함께 분자 분석 작업을 계속해 처음으로 이러한 분자적 적응이 어떻게 서로 다른 일주기 타이밍을 형성하는지에 대한 기계론적 모델을 만들어냈다.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1월 21일자 온라인판에 소개됐다.

효소 CaMKII를 선택적으로 짜깁기해 변형을 하면 일주기 시계를 더 빠르게 또는 느리게 만들 수있다. 그림은 ‘Ca2+/calmodulin-의존성 키나아제 II’ 연결 도메인의 십자가 모양 조합의 결정 구조.  ⓒ Birgit Pöhn
효소 CaMKII를 선택적으로 짜깁기해 변형을 하면 일주기 시계를 더 빠르게 또는 느리게 만들 수있다. 그림은 ‘Ca2+/calmodulin-의존성 키나아제 II’ 연결 도메인의 십자가 모양 조합의 결정 구조. ⓒ Birgit Pöhn

CaMKⅡ 단백질이 생체시계를 지리적 환경에 적응시켜

연구원들은 이번 연구에서 CaMKⅡ(Calcium/Calmodlin-dependent kinase II)라 불리는 특별한 단백질에 주목했다. 이 단백질은 일주기 생체시계를 지리학적 환경에 적응시키는데 주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테스마-라이블 교수는 “CaMKⅡ의 서로 다른 변종들이 일주기 생체시계를 빠르게 혹은 느리게 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진화 과정에서 크게 바뀌지 않은 이 단백질이 인간에게서도 발견된다는 점은 당연히 흥미로운 일이며, 이에 따라 CaMKⅡ이 아침형 인간인지 저녁형 인간인지를 결정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느냐는 질문이 나오게 된다”고 덧붙였다.

CaMKⅡ 단백질은 사람의 뇌에 가장 풍부하게 분포하는 단백질의 하나로, 일주기 생체시계의 오작동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일부 신경정신적 장애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비아스 카이저 연구원은 “우리 연구는 일주기 생체리듬의 변조 이외에도 인체 내 캘린더인 달력 시계의 동조에 활용할 수 있는 분자 후보들을 제시하는 등 여러 흥미로운 질문을 불러일으킨다”며, “그러나 이 같은 미지의 자물쇠들에 대해 우리가 아는 것은 매우 초보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해 막스 플랑크 진화 생물학 연구소에서 그의 그룹과 함께 계속 연구를 수행할 계획이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6-11-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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