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 실린 글은 아인슈타인이 젊은 시절부터 1955년 사망하기 직전에 쓴 것까지 포함되어 있으며, 과학과 종교, 인권, 세계 평화, 핵전쟁과 핵의 국제적 통제 문제, 교육, 친구, 유대인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핵무기 개발 과정에서 자신이 한 역할, 상대성 이론과 E= 등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 등 역사적인 문헌도 들어 있다. 각 주제마다 아인슈타인의 생각이 그의 과학 이론만큼이나 명쾌하게 드러나 있으며 문장은 다소 어렵지만 위대한 영혼만이 구사할 수 있는 품격이 넘치고 있다. 사실 아인슈타인이 탁월한 철학자라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왜냐하면 그가 평생의 과업으로 추구해온 '물리적 실재(Physical Reality)'를 탐구하려는 노력이야말로 과학과 철학의 영원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그는 과학과 종교는 그 영역이 서로 분명하게 구별되고 있지만 양자간에는 호혜적 관계와 상호 의존성이 상당히 강하게 남아 있다고 말한다. 과학은 진실과 지식에 대한 열망이 몸에 철두철미하게 밴 사람만이 이뤄낼 수 있지만 그런 열망의 원천은 종교의 영역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종교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이고, 과학 없는 종교는 장님"이라고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모든 세속적인 욕망(출세, 재산, 사치)을 경멸했으며 자신이 이룩한 '작은 과학적 업적'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나치게 칭송 받는 것이 온당치 않다고 생각한 겸양의 인물이었다. 이러한 겸양은 그의 글 곳곳에 배어있다.
"나는 매일 골백번씩 내 자신의 내면의 삶과 외형적 생활이 살아 있거나 이미 숨진 다른 사람들의 노력과 수고에 의지한다는 점과, 따라서 내가 받았거나 현재 받고 있는 것만큼 돌려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스스로 되새기고 있다.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의 노고를 지나치게 많이 독점하고 있다는 점을 때로는 강박감을 느끼면서 인식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은 인류의 미래에 희망과 동시에 파멸을 가져올 수 있는 과학의 이율배반적인 역할에 대해 고뇌하며 인간의 손에 들려 있는 과학이라는 이 도구가 무엇을 만들어낼 것인가는 전적으로 인류가 품고 있는 목표의 성격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일단 이 목표가 존재하면 과학적 방법은 그것들을 실현시킬 수단을 제공할 뿐 과학적 방법이 목표 자체를 제공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단의 완전성과 목표의 혼란이 우리 시대의 특징으로 보인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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