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A형 간염과 홍역, 그리고 뎅기열 및 말라리아 등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감염병들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그중에서도 뎅기열과 말라리아의 경우는 모기가 매개체다. 모기가 옮기는 감염병은 아직까지 효과적인 예방 백신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모기에 물리지 않는 것이 감염병에 걸리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물리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물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저소득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목마름과 굶주림 해결이 우선순위이다 보니 모기가 전파하는 위험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 같은 사람들을 위한 도움의 손길이 최근 적정기술을 통해 전해지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모기가 옮기는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저소득 국가의 주민들을 위해 기업가와 과학자들이 저렴하면서도 사용이 간편한 모기 퇴치 제품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모기장의 망에 살충제 성분 포함
저소득 국가의 주민들로부터 가장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모기 퇴치 제품으로는 스위스의 적정기술 전문 업체인 ‘베스터가드프란젠(Vestergaard Frandsen)’사가 제공하는 모기장이 꼽힌다.
모기장이라고 하면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망 형태의 제품을 떠올리겠지만, 이 회사가 만드는 것은 그런 평범한 모기장이 아니다. 망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은 같지만, 모기가 접근할 수 없도록 막는 기능 외에 살충 기능까지 포함되어 있는 특수 모기장이다.
'퍼머넷(Permanet)’이라는 이름의 이 모기장은 망을 이루는 섬유에 살충제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망에 달라붙었던 모기들은 살충 성분으로 인해 그 자리에서 죽거나 날아가더라도 얼마 못 가서 죽고 만다.
모기장 제조 시 사용되는 살충제는 합성 화학제인 ‘피레스로이드(pyrethroid)’가 사용되었다. 인체 및 포유류에 미치는 위해성은 매우 낮지만, 곤충에게는 미량이라도 상당한 유독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살충제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의 CEO인 미켈(Mikkel) 대표는 “살충제 성분이 포함된 모기장을 ‘장기 지속 살충모기장(LLIN, Long LastingInsecticide treated Net)’이라고 한다”라고 소개하며 “일반적인 모기장에 비해 5배나 오래 사용할 수 있어 3~4년 정도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임상실험을 통해 LLIN의 효과를 테스트해 본 결과,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을 20% 가량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도 감염병 발생 지역의 주민들에게 LLIN을 적극적으로 보급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
피레스로이드 기반의 살충제는 WHO의 승인을 받아 제작되고 있어서 사람에게는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다. 또한 기존 모기장들처럼 단순히 사람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모기들을 제거하기 때문에 말라리아 같은 감염병들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미켈 대표는 “퍼머넷은 20번 이상 세탁해도 3~4년간 살충효과가 떨어지지 않는다”라고 강조하며 “비용도 개당 5달러 정도로 저렴해서 저소득 국가의 주민들이 사용하기에 별다른 부담이 없다”라고 말했다.
모기가 싫어하는 특정 주파수 초음파 발생
스위스의 기업이 모기 퇴치용 모기장으로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있다면, 우리나라의 과학자들은 소리로 모기를 퇴치하는 제품으로 사람들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
사운드 스프레이(Sound Spray)라는 이름의 이 제품은 초음파 모기퇴치 장치다. 모기가 싫어하는 특정 주파수의 초음파를 발생시켜 모기를 멀리 쫓아버리는 것이 주요 기능이다.
사운드 스프레이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안전성과 지속가능성을 들 수 있다. 안정성의 경우, 기존 퇴치제들처럼 화학적 성분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초음파만으로 모기를 쫓아내기 때문에 사람에게도 안전한 모기 퇴치 장치라 할 수 있다.
사운드 스프레이를 개발한 KAIST의 배상민 교수는 “퇴치기 상단에 형성된 노즐을 누르면 살충제 대신 초음파가 발생되면서 사방 5m 안으로는 모기가 접근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장점인 지속가능성은 사운드 스프레이가 자가발전 방식으로 작동된다는 점이다. 초음파 발생에 필요한 전기에너지는 퇴치기를 흔드는 행위로 얻게 된다. 퇴치기를 흔들 때에 내장되어 있는 솔레노이드(solenoid)가 자석 주변을 움직이면, 자기장에 변화가 생기면서 전기가 발생되고, 발생된 전기는 축전지에 저장되는 원리다.
배 교수는 “사운드 스프레이를 1분 동안 흔들어서 충전하면 1~8시간 동안 초음파를 발생시킬 수 있다”라고 소개하며 “배터리를 구매하거나 전력을 공급할 필요 없이 사용할 수 있으므로, 한 번만 구입하면 평생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라고 강조했다.
재미있는 점은 자가발전을 위해 사운드 스프레이를 흔드는 행위가 기존의 모기 퇴치제인 스프레이 방식에서 착안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모기 퇴치제는 대부분 스프레이 캔으로서 분사 전에 내용물이 잘 섞이라고 흔들어대는 것이 일반적이다.
배 교수는 “이 같은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사운드 스프레이에 그대로 적용했다”라고 밝히며 “실제로 케냐에서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처음 본 사람들도 캔을 흔드는 행위를 자연스럽게 보였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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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5-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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