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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조행만 기자
2008-09-26

심해저의 보물...해저열수광상을 찾아라 해양연 이경용 박사의 해저탐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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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는 전 세계 해양과학사에 한 획을 긎는 사건들이 연이어 터진 시기다.

그중 지난 ‘77년 2월 17일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HOI)의 심해유인잠수정 ‘앨빈(Alvin)’호의 열수분출공 발견은 큰 사건에 해당된다.

이 잠수정을 타고 갈라파고스제도 북서쪽으로 약 380㎞ 떨어진 해역의 심해저로 내려간 과학자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광경에 놀랐다. 암흑의 세계로만 알려져 있던 심해저에서 높이 3m의 검은 연기굴뚝을 보았던 것이다. 이 굴뚝이 바로 열수분출공이다.

이런 발견들이 이어지면서 해양과학은 급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고 특히, 베일속에 가려져 있던 바닷속 수천 m 깊이의 심해저 세계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바다는 인간의 원초적 고향이자 인류 진화의 요람이지만 한 줄기 빛조차 허용치 않는 어둠, 웬만한 강철도 쉽게 찌그러트리는 엄청난 수압 등이 인간의 접근을 가로 막는 깊이 수천m의 심해저는 작가들의 상상 속에서 지옥으로 묘사될 정도로 알려지지 않은 세계이었다.

하지만 해양과학의 발달로 이제 그 신비의 베일을 벗고 있는 심해저는 최근 들어서 더욱 인류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지난 19일자 ‘금요일에 과학터치’ 대전역 강연을 진행한 한국해양연구원 심해연구사업단 이경용 박사가 들려주는 심해탐사 이야기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이 지구상의 바닷물을 다 빼버리면 과연 지구는 어떤 모습일까?” 이 박사의 심해저 이야기는 엄청난 상상에서 출발한다.

“바닷물을 전부 빼내고 보면 바다에도 육지와 마찬가지로 산, 계곡, 평야, 등이 발달되어 있다. 어떤 곳에서는 화산이 분출하기도 하며, 아주 뜨거운 물이 솟아나오는 온천도 있다.”

시간도 멎은 듯한 이 바닷속의 깊은 바닥은 오히려 지표면보다 더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것. 맨틀 대류에 의해 대륙지각보다 얇은 해양지각 판의 틈을 뚫고 끊임없이 마그마가 치솟고 그 얇은 틈새를 뚫고 새로운 해양지각 판이 생겨난다. 이곳이 바로 ‘해령’이다.


반면에 대륙지각과 해양지각이 충돌하면서 밀도가 높은 해양지각 판이 밀도가 낮은 대륙판의 밑으로 밀려들어가면서 생기는 ‘해구’도 있다. 이 지각 판의 주변에는 많은 틈새들이 생기게 마련인데 여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차가운 바닷물이 해저 지각의 틈새를 따라 밑으로 스며들면, 마그마의 영향에 의해 뜨겁게 데워지며 주변의 암석과 반응, 금속들이 많이 녹아있는 광액으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광액이 점차 많이 만들어져 압력이 높아지면 다시 약한 틈새를 따라 상승한다. 온도나 압력이 떨어져서 금속들의 용해도 차이에 의해 차례차례 침전되어 해저열수광상을 만든다.”

지각 판의 갈라진 틈새로 들어간 찬 바닷물은 마그마에 의해 열수로 바뀌고 그 자체 압력에 의해 다시 밀려 올라오면서 주변의 암석을 녹이고 이 암석에 들어있는 각종 유용한 광물들이 압축돼 식으면서 해저열수광상을 만들고 이들이 해저광산을 이룬다는 설명.

즉, 마그마가 자연의 용광로 역할을 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해저열수광상이다.

“보통의 바닷물이 약 2℃라면 해령과 해구 주변부의 온천에서 솟아나오는 뜨거운 물은 최고 380℃에 이른다. 마치 공장의 굴뚝처럼 뿜어져 나오는 이 열수에 의해 생성된 열수광상에는 유용한 광물질이 많이 포함돼있다. 금(Au)을 비롯해 철(Fe), 망간(Mn) 등의 함량이 높고 이밖에 구리, 아연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있다.”

청동기 문화를 꽃 피게 했던 사이프러스 섬의 구리 광산도 과거 지질시대에 만들어진 해저열수광상이라고 이 박사는 설명했다.

미래의 자원의 보고 해저광산

최근 들어서 전 세계의 여러 나라가 이 심해저들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바로 자원때문인 것이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가 일찌감치 이 해저광산 개발사업에 뛰어든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산업발전의 필수 원자재인 광물자원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어 장기 안정적인 공급원 확보가 절실하다. 반면에 최근 들어서 국제 금속가격 및 수요가 급등,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21세기 해양시대에 발맞추어 심해저 광물자원 개발권 확보로 해양경제영토 개척 및 국가 위상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지난 2월 남태평양 피지제도 근처의 신생독립국 ‘통가(Tonga)’ 공화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내에 경상북도 크기만한 약 2만 제곱킬로미터(19,056km2)의 해저열수광상 독점적 탐사권을 이미 획득해놓은 상태다.

“이 통가 EEZ내에는 약 9백만톤 이상의 해저광맥이 형성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향후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질 경우, 연간 30만톤씩 20년간 생산이 가능해 약 5조원 정도의 국부창출을 기대할 수 있다”

국제해저기구에서는 해저열수광상의 가치를 톤당 평균 미화 819 달러로 추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깊은 바닷속에서는 벌써 해저광물 자원확보를 위한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캐나다의 노틸러스社와 영국의 넵튠社는 각각 파푸아뉴기니와 뉴질랜드에서 2010년도 상업생산을 목표로 집중 탐사와 함께 채광선을 만들고 있는 것.

향후 해저광산의 확보 문제는 과학기술력이 바탕이 될 것이라고 이 박사는 전망했다. 해저열수광상의 연구를 위해 지구 판구조 운동 규명, 해양 신물질 개발, 해양환경 변화, 탐사기술 개발 등에 관한 지식 축적이 가능한 나라가 해저열수광상을 개발할 수 있는 것이다.

강연 말미에 이 박사는 “우리나라는 2010년에 시험 시추에 들어가 사업성 평가를 거친 후, 2011년엔 가채량을 산출하는 경제성 평가를 실시한다. 2012년이 되면 첫 상업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에 우리나라 시추선이 남태평양의 푸른 바다를 누비고 그 밑에선 해양연구원이 개발한 시추로봇이 바닷속 보물을 찾아 헤매는 모습을 볼 날이 멀지 않은 것이다. 자원빈국의 현실을 과학기술로 돌파하려는 해양과학자들의 바닷속 탐험 이야기는 대중을 위한 과학강연 ‘금요일에 과학터치’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조행만 기자
chohang2@empal.com
저작권자 2008-09-2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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