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칼슘차단제로 파킨슨병 치료?

“뇌세포의 칼슘과 알파-시누클레인 불균형이 파킨슨병 유발”

뇌세포의 과도한 칼슘 농도가 파킨슨병의 특징인 독성 클러스터를 형성한다는 연구가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를 중심으로 한 국제협동연구팀은 칼슘이 뇌의 신경신호 전달에 중요한 신경말단 내부의 작은 막 구조와, 파킨슨병 관련 단백질인 알파-시누클레인(alpha-synuclein) 사이의 상호작용을 매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칼슘이나 알파-시누클레인 중 어느 하나가 과도하면 뇌 세포 사멸과 연결되는 연쇄반응이 시작될 수 있다.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19일자에 보고된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이 어떻게 그리고 왜 일어나는지를 이해하는 또다른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냅스 표지자로 염색된 티로신 하이드록실라아제 양성 뉴런의 모습. CREDIT: Janin Lautenschläger

시냅스 표지자로 염색된 티로신 하이드록실라아제 양성 뉴런의 모습. CREDIT: Janin Lautenschläger

국내 환자도 10년 만에 네 배 증가

영국 파킨슨병 자선단체에 따르면 영국에는 성인 350명에 한 명꼴로 모두 14만5000명의 파킨슨병 환자가 있으나 현재까지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다. 우리나라는 대략 560명에 한 명꼴로 영국보다는 적으나 10만명당 유병률이 2004년 41.9명에서 2015년도에는 178.1명(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조사)으로 증가해 치매와 함께 중요한 만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여겨지고 있다.

피킨슨병은 치매와 달리 ‘정신은 멀쩡한데’ 걷거나 쓰거나 하는 동작에 문제가 생기는 병이다.이 병의 정확한 원인은 지금까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따라서 완치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으로서 필요한 경우 전기 자극기를 몸 속에 삽입해 뇌 심부를 자극함으로써 동작을 원활하게 돕는 뇌 심부 자극술 등이 시행되고 있다.

파킨슨병 환자의 모습. 동작을 하는데 힘이 들어 보폭도 작고 느리게 걷는다.  CREDIT: Wikimedia Commons / William Richard Gowers

파킨슨병 환자의 모습. 동작을 하는데 힘이 들어 보폭도 작고 느리게 걷는다. CREDIT: Wikimedia Commons / William Richard Gowers

알파-시누클레인이 응집된 아밀로이드가 징후

피킨슨병은 자연 발생 단백질이 잘못된 모양으로 접히고 다른 단백질과 엉켜 아밀로이드 섬유(fibrils)라 불리는 실 모양의 구조를 형성할 때 일어나는 수많은 신경퇴행성 질환 가운데 하나다. 알파-시누클레인이 응집된 이 아밀로이드 침착물은 파킨슨병의 징후로서 루이 소체(Lewy bodies)로 알려져 있다.

흥미롭게도 알파-시누클레인이 실제로 세포에서 하는 일, 즉 왜 거기에 존재하고 무슨 일을 하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뇌에서 화학신호의 원활한 흐름과, 신경말단 안팎으로 분자가 이동하는 것과 같은 여러 과정들에 관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나 정확히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불분명한 상태였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케임브리지대 화학공학 및 생물공학과 가브리엘레 카민스키 샤이럴(Gabriele Kaminski Schierle) 박사는 “알파-시누클레인은 구조가 거의 없는 아주 작은 단백질로, 기능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다른 단백질이나 구조들과의 상호작용이 필요해서 연구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런데 다행히 초고해상도 현미경 기술이 나와 세포 내부를 들여다 보고 알파-시누클레인의 행동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카민스키 샤이럴 박사팀은 이 기술로 알파-시누클레인을 관찰하기 위해 시냅스 소포체를 분리했다. 이 소포체는 한 신경세포에서 다른 신경세포로 신호를 보내는 신경전달물질들을 저장하는 신경세포의 일부다.

알파-시누클레인의 독성 전개 도식. CREDIT: Wikimedia Commons / Mark R Cookson

알파-시누클레인의 독성 전개 도식. CREDIT: Wikimedia Commons / Mark R Cookson

칼슘치 증가하자 알파-시누클레인이 소포체 응집시켜

뇌 신경세포에서 칼슘은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신경세포에서 칼슘 수치가 증가하자 신경신호를 전달한 것처럼 알파-시누클레인이 여러 지점에서 시냅스 소포체에 부착돼 소포체들이 한데 모이도록 하는 것을 관찰했다. 이것은 알파-시누클레인의 정상적인 역할이 여러 신경세포들에 화학적 정보를 전달하는 일을 돕는 것이라는 사실을 나타낸다.

논문 제1저자인 자닌 라우텐슐라거(Janin Lautenschläger) 박사는 “칼슘이 알파-시누클레인과 시냅스 소포체 사이의 상호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관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우리는 알파-시누클레인이 거의 칼슘 센서와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칼슘이 존재하면 알파-시누클레인은 자신의 구조와 함께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며, 이는 알파-시누클레인의 정상 기능을 위해 매우 중요하게 보인다는 것.

파킨슨병 환자의 루이 소체에 있는 알파-시누클레인을 염색한 모습.  CREDIT: Wikimedia Commons / Marvin 101

파킨슨병 환자의 루이 소체에 있는 알파-시누클레인을 염색한 모습. CREDIT: Wikimedia Commons / Marvin 101

심장병 칼슘차단제 파킨슨병에도 효과 가능성”

논문 제1공저자인 앰벌리 스티븐스(Amberley Stephens) 박사는 “세포 안에서는 칼슘과 알파-시누클레인 간에 정교한 균형이 유지되고 있으며, 어느 한 쪽이 너무 많으면 균형이 깨져 응집이 시작되고 파킨슨병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불균형은 △알파-시누클레인의 양이 유전자 복제 등에 의해 유전적으로 배가되든지 △나이가 들면서 과도한 단백질을 제거할 수 있는 능력의 저하 △파킨슨병 발병을 유발할 수 있는 뉴런에서의 칼슘 수치 증가나 혹은 뉴런들에서의 칼슘 완충 능력 결여로 인해 야기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를 볼 때 알파-시누클레인이 생리학적 혹은 병리학적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이해하면 파킨슨병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가능성으로서 예를 들면 심장병 치료를 위해 칼슘 차단제로 개발된 후보 약물들이 파킨슨병 치료에도 잠재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저자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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