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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준래 객원기자
2015-03-11

실험실에서 외계 생명체 탄생? 타이탄 위성 환경 배경의 가상 세포막 설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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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는 외계 생명체 연구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사실을 발표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적이 있다. 지구상에서 최고의 독성을 가진 물질 중 하나인 비소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것.

코넬대 연구진이 토성 위성인 타이탄의 환경을 배경으로 가상의 세포막을 탄생시켰다 ⓒ Cornell.edu
코넬대 연구진이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의 환경을 배경으로 가상의 세포막을 탄생시켰다 ⓒ Cornell.edu

기존의 생명체가 가진 DNA 구조와 확연히 달랐던 이 ‘비소 박테리아’로 인해, 나사는 지구와 완전히 다른 외계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음을 예상했다. 물론 발표 이후 지금까지도 이 미생물의 정체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는 있지만, 적어도 물과 산소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비정상적 생명체가 지구 밖에서는 존재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 하나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외계 생명체의 존재 가능성을 실제 현장 조사가 아닌 실험실의 화학적 모델링을 통해 입증해 보려는 연구가 추진되고 있어 과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과학기술 전문 매체인 피스오알지(phys.org)는 미국의 과학자들이 물이 없는 외계 환경에서도 생명체 탄생이 가능할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들이 창조한 가상의 세포막이 앞으로 외계 생명체들의 정체를 규명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관련 링크)

인류의 상식을 뒤엎을 수도 있는 외계 생명체 형태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은 태양계에서 가장 독특한 천체 중 하나다. 태양계에서 지구보다 더 두꺼운 대기를 가지고 있고, 지구를 제외하고는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하는 유일한 천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타이탄은 오래 전부터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별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나사와 유럽우주국(ESA)이 공동으로 발사한 토성탐사선 카시니-호이겐스호의 탐사가 본격화되면서 이 같은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타이탄의 지표를 흐르는 액체의 대부분이 물이 아니라, 메탄(methane)이나 메탄보다 좀 더 복잡한 탄화수소(hydrocarbon)들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과학자들은 타이탄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았다. 지구상의 생명체는 모두 물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인류의 관점에서만 생각한다면 타이탄의 차가운 탄화수소 호수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공간이라는 해석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토성탐사선 카시니-호이겐스호가 촬영한 타이탄의 지표
토성탐사선 카시니-호이겐스호가 촬영한 타이탄의 지표 ⓒ NASA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다른 생각을 했다. 인류가 가진 상식은 지구에서만 적용되는 것이고, 지구 밖의 외계에는 인류가 전혀 상상하지 못한 형태의 생명체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 같은 생각을 한 과학자들은 미 코넬대의 연구진이다. 이 대학 화학분자공학과의 제임스 스티븐슨(James Stevenson) 박사와 팔렛트 클랜시(Paulette Clancy) 박사, 그리고 전파물리학과의 조나단 루닌(Jonathan Lunine) 박사 등은 물대신 메탄을 기반으로 하는 생명체가 가능할지를 연구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탄소와 수소는 복잡한 유기 분자를 만들기에 적합한 재료들이며, 여기에 타이탄 위성에는 질소도 풍부하게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 주목했다. 그러면서 이런 다양한 가스들의 존재가 복잡한 유기체의 발생을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루닌 박사의 경우는 카니시-호이겐스호를 담당했던 과학자로서, 타이탄의 메탄과 탄화수소로 이루어진 호수에서도 생명체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동료 연구진의 도움으로 그는 화학적 모델링 작업을 통해 타이탄과 같은 극한의 환경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규명작업에 착수했다. 이들이 중점을 둔 것은 바로 세포막이었다.

메탄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의 세포막 탄생

​지구의 생명체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구성 요소는 바로 세포막과 DNA다. 그 중에서도 세포막은 인지질(phospholipid)과 단백질을 통해 다양한 물질의 통로가 되기 때문에, 무생물과 생물을 구별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무생물과 생물의 중간인 바이러스도 껍데기와 유전 정보만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지구에서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수 환경 요소는 산소와 물이 꼽히고 있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생명체는 물을 기반으로 한 소낭(vesicle)이 인지질 이중층 세포막(phospholipid bilayer membrane)을 오가면서 유지되기 때문이다.

각각의 세포는 이를 기반으로 유기적으로 활동하는데, 세포막에서 떨어져 나와 만들어진 소낭을 리포솜(Liposome)이라 부른다. 리포솜은 저분자물질 및 단백질, 약제 등을 운반하거나 세포막을 통과할 수 없는 고분자 물질을 세포 안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다,

이 같은 생물체의 특징을 고려하여 연구진은 극저온 환경에서도 활동할 수 있는 메탄 기반의 세포막을 설계했다. 실제 외계 생명체를 찾는 작업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차라리 새로운 종류의 세포를 만들어 물이 아닌 메탄 환경에서 살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접근 방법을 채택한 것이다.

코넬대 연구진은 이 같은 가설을 세운 뒤 탄소와 질소, 그리고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가상의 세포막을 연구했다. 그리고 마침내 '아조토좀(Azotosome)'이라는 명칭의 가상 세포막을 탄생시켰다. 아조토좀이란 프랑스어로 질소를 나타내는 단어인 ‘azoto’와 ‘리포좀(Liposome)’을 합친 조합어다.

질소체라는 의미의 아조토좀은 실제의 리포좀과 흡사할 정도로 상당히 안정적이면서도 유연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Cornell.edu
질소체라는 의미의 아조토좀은 실제의 리포좀과 흡사할 정도로 상당히 안정적이면서도 유연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Cornell.edu

질소체(nitrogen body)라는 의미의 이 가상 세포막은 실제의 리포좀과 흡사할 정도로 상당히 안정적이면서도 유연한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분자 역학의 원리를 활용하여 세포막 같은 구조를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화합물을 만들었다.

화합물 중에서도 연구진이 내세우는 가장 유망한 화합물은 ‘아크릴로니트릴 아조토솜(acrylonitrile azotosome)’이다. 연구진은 세포들을 보호하는 용도로 아크릴로니트릴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들 화합물은 지구 생명체의 인지질 세포막과 매우 유사한 유연성과 안전성을 자랑했으며, 분해도 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진이 후보 물질로 선정한 아크릴로니트릴은 타이탄의 대기 안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무색의 유독성 유기 합성 액체 분자로서, 아크릴 섬유나 수지 등을 만들 때 주로 쓰는 화합물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메탄으로 둘러싸인 새로운 환경에서, 이 작은 아조토좀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신진대사는 어떻게 하는지를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런 계획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타이탄의 메탄 바다에 이 가상의 세포막을 보내 직접 검증한다는 계획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루닌 박사는 “만약 액체 상태의 물을 필요로 하지 않거나 극저온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또 다른 형태의 생명체가 있다면, 우주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다양한 생명체가 번성하는 장소일 것”이라고 언급하며 “과연 그럴지 아닌지는 아직 답하기 곤란하지만, 언제나 그러했듯이 자연의 창의성은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에서 한 가지 흥미를 더하는 사실은 코넬대 연구진이 SF 작가로 유명한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가 1962년에 발표한 ‘우리가 아는 것이 아닌(Not as We Know It)’이라는 소설을 살펴보면, 물을 기반으로 하지 않은 생명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5-03-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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