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에서 돋보인 AI 활약상

전문 인력 100명이 할 일을 담당해

신종코로나 같은 질병이 처음 발생하면 정부나 공중보건기관들은 대중들에게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 사실을 알리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 있다. 조기 경보로 사회의 혼란을 부추기기보다는 침착하고 신중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할 거라는 경고를 제일 먼저 내놓은 것은 캐나다의 AI 스타트업 ‘블루닷’이다. 이 회사가 신종코로나에 대해 경보를 내린 것은 지난해 12월 31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보다는 1주일, 세계보건기구(WHO)보다는 열흘이나 빠른 시점이다.

블루닷은 우한에서 신종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한 직후 방콕과 타이베이, 서울, 도쿄로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루닷은 전염병 내과의사이자 토론토대학 의대 공중보건학과 교수인 캄란 칸이 2014년에 설립했다. 2003년 사스가 전 세계에 확산되었을 때 전염병 조기 경보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절감한 게 그의 창업 동기다.

AI는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에서 여러 가지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 Garik Barseghyan from Pixabay

이 회사의 조기경보 시스템은 자연어 처리 및 기계학습 등의 AI 기술을 이용해 매일 65개 국어로 약 10만 건의 기사를 분석해 100여 건의 전염병을 추적한다. 전 세계의 항공사 발권 데이터와 여행객의 여행 일정 정보와 같은 데이터도 블루닷의 AI에게 전염병이 어떻게 확산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그 밖에도 특정 지역의 기후 및 온도, 지역 가축에 대한 정보 등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다.

이런 노하우로 블루닷은 에볼라 바이러스와 지카 바이러스 발생 당시에도 정확한 예측을 내놓은 바 있다. 2014년에 최초 발생지였던 서아프리카 밖으로 에볼라가 확산될 것을 예고했으며, 2016년에는 브라질에서 발생한 지카 바이러스가 미국 플로리다에 나타나기 6개월 전부터 플로리다에 상륙할 것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예측한 것.

항공사 발권 및 지역 가축 등의 데이터 이용

신종코로나의 확산을 예측한 AI는 블루닷만이 아니다. 전염병 모니터링 스타트업인 미국의 ‘메타비오타’는 태국, 한국, 일본, 대만에서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보고되기 1주일 전에 이 국가들에서 바이러스가 나타날 위험이 가장 높다고 경고했다.

메타비오타는 블루닷과 마찬가지로 자연어 처리를 사용해 잠재적인 질병에 대한 온라인 기사들을 평가하고 있으며, 소셜 미디어 데이터에도 동일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질병의 증상, 사망률, 치료 가능성과 같은 정보를 바탕으로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야기하는 질병의 확산 위험을 추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는 멕시코와 중남미에서 약 800만 명의 감염자를 낸 치명적인 질병인 샤가스병에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원생 기생충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이 질병은 5세 이하 어린이에게서 가장 극심하게 나타나는데, 급작스러운 발병이 오면 몇 주 만에 사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는 아직 없다. 때문에 이 병을 퍼트리는 역할을 하는 곤충을 제거하거나 막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병을 주로 퍼트리는 것은 키싱(Kissing) 벌레라고 불리는 침노린재라는 흡혈 곤충이다. 주로 사람의 입 주위나 얼굴 부위를 물기 때문에 이런 별명이 붙었는데, 이 침노린재들은 사람을 물고 혈액에서 먹이를 공급받아 상처로 배설하므로 악명이 높다.

샤가스병 전파하는 곤충 판별 가능

지난해 6월 미국 캔자스대학의 연구진은 샤가스병을 확산시키는 침노린재를 정확히 판별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구글이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인 텐서플로를 활용한 이 AI 시스템은 멕시코에 서식하는 12종의 침노린재와 브라질에 서식하는 39종의 침노린재를 95% 이상의 정확도로 판별해 샤가스병의 확산을 감소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한편, AI는 이번 신종코로나 사태에서 여러 가지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AI를 이용하면 지역별로 잠재적인 새로운 환자 발병 사례와 어떤 유형의 인구가 가장 위험에 처할지 예측할 수 있다. 미국 뉴헤이븐대학의 연구진은 AI의 강화 학습 기술을 활용해 감염병 예방접종 전략 강화 방안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AI를 이용해 유사한 바이러스의 패턴을 관찰하고 새로운 백신을 만들 때 찾아야 할 특성을 추려낼 경우 의사들이 아무 정보 없이 백신을 만들 때보다 성공할 확률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다.

새로운 전염병이 발생하면 확진자와 그 전후의 생리적 상태, 주요 발생 현장에 대한 물류정보, 기타 중요한 정보 등 관련자로부터 임상 관련 정보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인간을 배치하면 비용이 많이 들뿐더러 번거롭다. 특히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발병한 경우에는 이런 정보의 획득이 더욱 어렵다.

AI의 활용은 이런 경우에 큰 도움이 된다. 신종코로나의 확산을 최초로 예고한 블루닷의 CEO 캄란 칸은 “우리가 수작업으로 그 일을 했다면 아마 100명 이상의 전문 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AI가 그 작업을 하게 되면 보건 전문가들은 그런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감염성 질환의 위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집중할 수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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