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입자 힉스를 규명하려는 학자들

고병원 고등과학원 교수와 최수용 고려대 교수 인터뷰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날도 머지 않은 듯하다. 우주 탄생의 비밀을 밝혀줄 ‘신(神)의 입자’ 힉스(Higgs)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는 총 100억 달러를 들여 제네바와 프랑스 국경 지대 지하 100m에 총 길이 27㎞의 강입자가속기를 건설, 힉스 입자 등 우주 탄생의 신비를 밝히기 위한 실험을 진행해 왔다.

작년 말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소속 과학자들은 드디어 힉스 입자(Higgs boson)의 존재를 시사하는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힉스 입자 존재를 완벽하게 규명해 낸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추가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게 될 올 해에는 힉스 입자의 존재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과학계의 중론이다.

힉스 입자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CERN 강입자가속기(LHC)에 검출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현재 ATLAS 검출기와 CMS 검출기 두 대가 설치되어 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고병원 고등과학원 교수와 최수용 고려대학교 교수를 만났다. 두 분은 한국CMS팀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힉스 입자 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입자물리학자이다. 

▲ 고등과학원의 고병원 교수와 고려대학교 물리학과의 최수용 교수는 한국의 대표적인 입자물리학자로서 한국CMS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힉스 입자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Science Times


– 최근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힉스 입자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물리학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힉스 유전자는 무엇인지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

(고병원 교수) “힉스는 우주 탄생을 설명하는 표준모형 이론에서 지난 50년간 발견하지 못한 입자입니다. 다른 입자에 질량을 부여한다고 해 ‘신(神)의 입자’라 불리는 데요. 힉스 입자는 표준 모형 내의 모든 입자들에게 질량을 만들어 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최수용 교수) “힉스 입자가 없었다면 모든 입자들은 전부 질량이 없이 빛의 속도로 날아다니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가 전혀 다른 모습으로 존재했을 수도 있겠죠.”

– 힉스 입자가 질량을 만들어준다는 것이 언뜻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고병원 교수) “쉽게 설명 드리자면, 사람이 수영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겠네요. 물 속에서 수영을 하면 몸집이 큰 사람은 큰 저항을 받게 되고 몸집이 작은 사람은 작은 저항을 받게 됩니다. 여기서 몸집이 큰 사람은 질량이 큰 것으로, 몸집이 작은 사람은 질량이 작은 것으로 생각하시면 되는데요. 몸집이 큰(질량이 큰) 사람이 수영하게 되면, 물결파가 크게 일고, 몸집이 (질량이) 작은 사람이 수영을 하게 되면 물결이 작게 일 것입니다.”

(최수용 교수) “여기서 물결에 해당하는 것을 실험실에서 측정하는 힉스 입자로 생각하면 질량이 큰 입자가 힉스입자를 쉽게 만들어 냅니다. 즉, 힉스 입자의 특성은 바로 힉스 입자에 의해 질량이 생기는 입자들 중에서 가장 무거운 입자와 가장 강하게 결합한다는 데 있습니다.”

–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CERN 실험에 참여해 온 박인규 서울시립대 물리학과 교수(한국CMS실험사업팀 연구책임자)가 “야구로 치면 8회말까지 끝내고 9회 마무리만 남겨놓은 상황”이라며 힉스 입자의 존재 여부 확인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는데요. 힉스 입자의 발견으로 얻게 되는 가장 큰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고병원 교수) “가장 먼저 표준모형의 완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인간이 알고 있는 자연계의 힘은 중력, 전자기력, 물질의 붕괴와 관련된 약력, 핵의 구조를 설명하는 강력 등 4가지라고 할 수 있는데요. 과학자들은 이 네 가지 힘과 이 힘을 매개하는 입자 등에 대한 이론들을 소위 ‘표준모형’이라 부릅니다. 힉스가 있다는 게 확실해지면 현대물리학의 기본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이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표준모형의 완성은 “세상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라는 인류 태고의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을 제시해 줄 수 있습니다.”

(최수용 교수) “현재까지 수행된 대부분의 실험 결과들은, 표준모형에 의해서 놀라우리만큼 정확히 기술됩니다. 단지 중성미자의 질량과 섞임, 우주의 차가운 암흑 물질, 물질 반물질 비대칭성, 우주의 가속 팽창 등을 기술하기 위한 확장만이 남았습니다. 이러한 표준모형의 완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입자가 바로 힉스였는데, 아직까지 실험적으로 발견되지 않고 있어 많은 과학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었죠.”

– 힉스 입자 발견에 결정적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는 LHC 가속기에 대해서도 간단히 소개해 주시죠?

(고병원 교수) “유럽 핵 입자물리연구소 CERN이 보유한 LHC(Large Hadron Collider) 가속기는 약 7조원이 투입된 현재까지 인류가 만든 가장 큰 가속기입니다. LHC 가속기는 2008년에 최초로 가동에 들어갔는데요. 하지만 곧 초전도 자석 시스템에 문제가 발견되어, 1년간 수리한 후 이듬해인 2009년 11월에 최초 가동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해 12월 인류가 만든 가장 큰 충돌에너지인 2.36TeV 충돌에 성공하게 됩니다.

LHC가속기는 그 규모 면에서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 원형 둘레가 27Km에 육박합니다. 빔을 조금씩 꺾어 원형을 만들기 위한 dipole 자석만도 1230여개가 쓰이고, 빔을 퍼지지 않게 조여주는 데 사용하는 quadrapole 자석만도 약 400여개가 사용됩니다. 이 거대한 원형터널에서 양성자는 빛의 속도의 99.999999%에 해당하는 엄청난 속도까지 가속되는데, 이는 로렌츠 팩터로 약 7500 정도이고, 양성자 하나가 940MeV의 에너지를 가지므로, 가속된 양성자의 에너지는 약 7조 전자볼트 수준입니다.

LHC가속기는 사실 엄밀히 말하면 가속기라는 표현보다는 충돌기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두 개의 입자를 서로 반대방향으로 가속시켜 충돌을 시키는 장치이기 때문이죠. 바로 이 거대한 충돌에너지를 사용하여 양성자를 충돌시켜 힉스 입자를 생성시킵니다.”

(최수용 교수) “표준모형이 예상하는 질량을 가진 힉스 입자를 충분히 생성시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충돌에너지가 필요합니다. LHC를 통해서 드디어 이에 필요한 충돌에너지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죠. 표준모형이 맞는다면 LHC에서 반드시 힉스입자가 발견되어야 합니다. 물론 LHC에서 힉스입자가 만들어지지 않거나 만들어져도 관측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힉스입자가 암흑물질 입자쌍으로 붕괴할 수 있다면 힉스입자를 찾는 일이 어려워질 것입니다. 입자가 LHC에서 발견될지 그리고 그 성질이 표준모형에서 예측하는 것과 일치할지 실험적으로 검증하는 일은 향후 수년간 LHC의 가장 중요한 연구주제가 될 것입니다.”

– 정말 비용과 규모 면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힉스 입자 하나를 발견하기 위해 그처럼 막대한 비용을 들이는 것에 일반인들은 얼핏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고병원 교수) “엄청난 자원과 인력을 집중해서 만든 LHC에서 힉스 입자 하나만 발견되고 그 외에 새로운 입자나 힘이 발견되지 않는다면 너무나 비경제적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힉스 입자 하나만 발견하더라도 이는 지금까지 수수께끼로 여겨졌던 질량의 기원을 해결하는 것이므로 그 학문적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많은 물리학자들은 힉스입자 이외에도 새로운 입자들이 발견될 가능성이 많다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주의 대부분이 우리가 잘 아는 원자가 아닌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암흑물질입자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는데, LHC에서 이들 암흑물질 입자들이 생성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 CMS 검출기 역시 힉스 입자의 발견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들었는데요. 이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

▲ CMS 검출기에서의 서로 다른 입자들의 검출 방식 ⓒ한국CMS 실험사업팀


(고병원 교수) “CMS는 생성된 힉스 입자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검출기입니다. 검출기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디지털 카메라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CMS는 빛뿐만 아니라 여러 다양한 입자들이 센서에 남긴 신호를 모아 저장하는 장치입니다. CMS는 보통 5~6층짜리 건물 규모입니다. 단면은 반지름 7.3m에 달하는 거대한 12각형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양성자 빔이 충돌하는 중심부터 빔파이프를 지나, 3개 층으로 구성된 실리콘 픽셀검출기와 10개 층으로 이루어진 실리콘 트랙 검출기가 있습니다. 하전입자가 실리콘 센서의 픽셀들을 지나갈 때 생기는 전류를 검출함으로써, 입자의 궤적과 센서와의 충돌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이를 보통 hit이라 부르는데요. 여러 층에 남겨진 hit들을 연결하면, 입자가 지나간 궤적을 재구성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궤적을 남긴 하전입자는 4T의 큰 자기장 안에서 움직이게 되므로, 그 휘어지는 방향과 곡률을 알게 되면, 그 입자의 전하와 운동량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실리콘 궤적 검출기 다음으로는 전자기열량계와 하드론 량계가 있는데, 전자기 열량계는 광자와 전자 같은 입자가 PbWO4와 같이 투명의 신칠레이팅 소재를 만나 발생시킨 형광 빛을 APD라 불리는 광증배다이오드를 통해 검출함으로써, 그 입자들의 총에너지를 알 수 있는 검출기입니다.

CMS검출기의 또 한 가지 중요한 특성은 CMS검출기가 힉스의 발견 및 표준모형을 넘어서 새로운 물리의 발견에 적당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 과거 LEP실험의 결과로 대략 어느 정도의 질량 대에 힉스가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 두 개의 광자로 붕괴하는 힉스의 질량을 재구성한 그림 ⓒ한국CMS 실험사업팀


(고병원 교수) “그렇습니다. 힉스의 질량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것이 아닙니다. 직접적인 힉스입자의 탐색결과로 힉스는 최소 114GeV이상의 질량을 갖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고, 95% 정도의 신뢰도로 약 260 GeV 이하의 질량을 갖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영역대가 CMS 실험에서 가장 우선시되고 있는 영역입니다.”

(최수용 교수) “힉스 탐색은 힉스 입자가 붕괴되어 생성된 물질을 찾아내어 역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힉스가 어떻게 붕괴되는가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요. 힉스의 질량에 따라 다양한 붕괴 시나리오를 갖고 있습니다.”

사이언스 타임즈가 청소년 권장 사이트로 선정되었습니다. 독자층에는 청소년들도 많이 있는데요. 두 분 교수님의 학문 분야인 입자 물리학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해 주시죠.

▲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최수용 교수 ⓒScience Times

(최수용 교수) “입자물리학의 궁극적 목표는 자연을 이루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구성요소와 그들이 각각 어떠한 상호작용을 하는지를 밝히는 데 있습니다. 이러한 지식은 우주의 기원과 진화 과정을 설명하는 우주론에 있어서도 중요한 선행 지식을 제공하는 학문분야입니다. 외국대학들 중에는 한 학교에만 입자물리학을 전공한 교수가 십여 분 함께 계신 곳도 있지만,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모든 대학에 입자 물리학을 전공한 분이 계신 것도 아닌 실정입니다. 연구를 하는 데 있어서 인력이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만 인력이 부족한 분야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 항상 지적되고 있는 사항이지만 기초과학에 대한 지원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시죠?

▲ 고등과학원의 고병원 교수 ⓒScience Times

(고병원 교수) “질량의 기원과 같은 순수학문적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LHC와 관련되어 개발되는 가속기 및 검출기 그리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 분석을 위한 컴퓨팅 기술들은 힉스 입자 탄생에만 기여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기초 과학 분야에서 이와 같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인류가 당분간 고민하지 않았을 문제들이 많거든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축척되는 다양한 기술들은 나중에 다양한 산업에서 여러 형태로 응용되어 인류의 실생활을 편리하게 바꾸는데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사실 예전에도 그랬습니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휴대폰의 기본원리가 이론적으로 완성된 것은 이미 100년 전이었지만, 최근 10여 년 전에 이르러서야 휴대폰이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또한 GPS에서 꼭 고려해야 하는 중력에 의한 시간지연 효과 역시 거의 90여 년 전에 아이슈타인의 일반상대론에 의해 예측된 것입니다. 아이슈타인 본인이 자신의 이론이 오늘날 GPS 작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고 전혀 상상도 못했을 겁니다. 이러한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순수기초과학을 지원하는 것은 결코 경제적인 효과를 등한시하는 행위라 치부될 수 없습니다. 결국은 커다란 경제적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가장 훌륭한 방편인 거죠. 아마 한국CMS팀 역시 이러한 거대과학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학문적 성과뿐만 아니라 관련 기술 파급에 있어서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인터뷰에 응해 주신 두 분은 한국CMS팀에 소속되어 있는 국내의 대표적인 입자 물리학자이다. 고병원 교수는 아주 작은 세계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주 관심대상으로 삼아 연구하는 ‘고에너지 물리’ 중 입자물리(이론 고에너지 물리)를 연구하고 있다. 주요 연구는 플레이버 물리학 및 CP 붕괴현상을 표준 모형 및 초대칭 표준모형 등이고, 최근에는 2007년 가동될 거대 강입자 가속기(LHC) 실험에서의 플레이버 물리 연구뿐만 아니라 힉스 입자 및 질량의 기원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최수용 교수는 Fermi연구소 D0 실험 데이터로부터 탑 쿼크의 스핀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취득하고, 2004~06년까지 미국 D0 실험에서 힉스 입자 탐색 그룹 리더로 활동한 바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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