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가 SNS로 ‘신경건축학 연구를 해보자’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후 전문가들이 모여 신경건축학 연구회를 만들어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 연구회원들은 1년에 한 번 대중 강연을 약속했는데, 그것이 지난 4월 8일 신경건축학연구회 강연이 열린 이유이다.
‘문화역서울 284’에서 'Neuroscience+Architecture, N+A The seed' 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발표는 사전예약 마감일이 되기도 전에 매진됐을 정도로 일반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신경과학은 공간설계에 도움 돼
이번 발표의 기조연설은 황두진건축사무소의 황두진 건축사가 했다. 그는 “새로운 항해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신경과학과 건축이 서로의 기준으로 학문을 재단하지 말고 서로 이해하고 발전하도록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막다른 골목에서의 건축은 항상 과학과 기술로 인해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며, “근거에 입각한 과학, 합리주의적 태도로 서로의 학문을 발전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대중 강연은 4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서울대학교 뇌과학 석사과정에 있는 정계삼 씨가 ‘신경과학 연구방법 소개: 뇌 활동의 측정과 용어들’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 씨는 대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강연했다. 또한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수치화하고, 일상생활과 연결시킬 수 있게 되면 뇌의 활동만으로도 사고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음을 설명했다.
특히 건축학에서 이런 연관성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EEZ(뇌파 전위 기록 장치),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장치) 등 신경과학 측정방법을 소개했다. 정 씨는 “가상공간에서 신경과학 측정도구를 이용하게 되면 좀 더 인간의 행동과 반응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호서대학교 건축학과 이종은 교수는 ‘프라이버시 최적화 공간을 위한 신경건축’에 대한 강연을 했다. 만남의 장소이자 휴식의 공간인 커피숍이 최근 업무를 처리하고 공부를 하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한 강연이었다.
먼저 이 교수는 “커피숍의 변화로 인해 기존의 프라이버시 개념을 개인 상호 간의 경계조절로 재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관점에서 신경과학과 커피숍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본다면 재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커피숍과 다른 장소에서 공부하는 피험자들의 뇌파를 측정해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제안했다.
이 실험 결과, 커피숍에서 공부가 잘된다는 뇌파 측정치를 얻게 되면 커피숍의 공간적 형태와 학습능력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다. 반면 그렇지 못하더라도 다른 보상 요인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커피숍에 간다고 볼 수 있는데, 이 교수는 “다른 보상 요인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최적화’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은 원하는 프라이버시 상태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피드백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바로 이때가 프라이버시가 최적화된 상태이다. “만약 프라이버시 최적화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면 이 연구는 공간 설계에 의미 있는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이 교수는 내다봤다.
공간에 대한 인간의 정보처리 방식이 어떤지를 아는 것 중요
성균관대학교 인재개발학과 최민경 연구원은 ‘인간의 공간 정보처리와 건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인지심리학은 신경과 건축, 인간과 공간, 그 사이에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공간과 상호작용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인지심리학은 지식체계의 기본 단위인 개념을 만들어내는 학문이다. 인간의 사고과정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공간 정보처리 방식을 알 수 있다. 그 결과는 인간 중심의 건축물을 짓는 데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최 연구원은 “인지심리학에서 사람이 물건을 보면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하게 정보를 처리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고 난 후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유리창이 조금만 금이 가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범죄율이 높다. 뉴욕 지하철의 범죄율도 그래픽만 지웠을 뿐인데도 현저히 낮아졌다. 단순한 행위와 현상 하나가 의외의 결과물을 만들어낸 셈. 최 연구원은 “인지심리학과 건축의 접점은 공간에 대한 인간의 정보처리 방식이 어떤지를 아는 것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조성행 삼우설계 부소장은 ‘건축논문에서 신경과학을?’이란 타이틀로 마지막 발표를 했다. 조 부소장은 ‘이미 건축논문에서 신경과학적 요소를 다루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진행시켰던 연구 결과물들을 발표했다. 먼저 건축논문들에서 신경과학과의 연관성 여부를 밝혀보고 관련 논문들을 추출, 분석하였다.
이 발표에서는 몇 가지 논문 사례들이 발표됐다. 관람객의 시각적 인지범위 동선선택 프로세서가 중심이 된 ‘전시동선시각-관람객이 관람동선에 관한 프로세서’, 유형별 인간행동특성 및 인지효과 분석인 ‘피난경로-다중이용공간에서의 피난경로전달’ 등이 그것이다. 조 부소장은 “건축논문에서 신경과학은 이미 이용되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하다”면서 “더 많은 관련 논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토론의 형식으로 진행된 라운드 테이블은 마지막 행사로 진행됐다. ‘디자인 하는 과학, 실험하는 건축?’이라는 주제로 신경과학 측과 건축학 측이 나뉘어 다양한 담론을 제시했다. 토론으로 진행되기는 했지만 갑론을박의 얘기가 오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경건축학연구회가 만들어지고 나서 구성원들이 던졌던 질문들을 재구성하고 재해석하여 관객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두 팀은 서로 돌아가면서 인간과 공간에 대한 여러 분야의 정의와 개념, 시각기관을 통한 공간 인식과 이미지 인식의 차이 등을 설명하고 질문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데 집중했다.
‘문화역서울 284’에서 'Neuroscience+Architecture, N+A The seed' 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발표는 사전예약 마감일이 되기도 전에 매진됐을 정도로 일반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신경과학은 공간설계에 도움 돼
이번 발표의 기조연설은 황두진건축사무소의 황두진 건축사가 했다. 그는 “새로운 항해는 호기심과 두려움이 있기 마련”이라면서 “신경과학과 건축이 서로의 기준으로 학문을 재단하지 말고 서로 이해하고 발전하도록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막다른 골목에서의 건축은 항상 과학과 기술로 인해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며, “근거에 입각한 과학, 합리주의적 태도로 서로의 학문을 발전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대중 강연은 4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서울대학교 뇌과학 석사과정에 있는 정계삼 씨가 ‘신경과학 연구방법 소개: 뇌 활동의 측정과 용어들’이란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 씨는 대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강연했다. 또한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수치화하고, 일상생활과 연결시킬 수 있게 되면 뇌의 활동만으로도 사고의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음을 설명했다.
특히 건축학에서 이런 연관성을 위해 이용할 수 있는 EEZ(뇌파 전위 기록 장치), fMRI(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장치) 등 신경과학 측정방법을 소개했다. 정 씨는 “가상공간에서 신경과학 측정도구를 이용하게 되면 좀 더 인간의 행동과 반응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두 번째 발표자인 호서대학교 건축학과 이종은 교수는 ‘프라이버시 최적화 공간을 위한 신경건축’에 대한 강연을 했다. 만남의 장소이자 휴식의 공간인 커피숍이 최근 업무를 처리하고 공부를 하는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한 강연이었다.
먼저 이 교수는 “커피숍의 변화로 인해 기존의 프라이버시 개념을 개인 상호 간의 경계조절로 재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런 관점에서 신경과학과 커피숍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본다면 재미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커피숍과 다른 장소에서 공부하는 피험자들의 뇌파를 측정해 비교 분석하는 연구”를 제안했다.
이 실험 결과, 커피숍에서 공부가 잘된다는 뇌파 측정치를 얻게 되면 커피숍의 공간적 형태와 학습능력의 상관관계를 알 수 있다. 반면 그렇지 못하더라도 다른 보상 요인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커피숍에 간다고 볼 수 있는데, 이 교수는 “다른 보상 요인은 개인의 ‘프라이버시 최적화’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개인은 원하는 프라이버시 상태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피드백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바로 이때가 프라이버시가 최적화된 상태이다. “만약 프라이버시 최적화에 대한 욕구 때문이라면 이 연구는 공간 설계에 의미 있는 결과물이 될 것”이라고 이 교수는 내다봤다.
공간에 대한 인간의 정보처리 방식이 어떤지를 아는 것 중요
성균관대학교 인재개발학과 최민경 연구원은 ‘인간의 공간 정보처리와 건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세 번째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인지심리학은 신경과 건축, 인간과 공간, 그 사이에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 공간과 상호작용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을 찾는 학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인지심리학은 지식체계의 기본 단위인 개념을 만들어내는 학문이다. 인간의 사고과정을 조망할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의 공간 정보처리 방식을 알 수 있다. 그 결과는 인간 중심의 건축물을 짓는 데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다. 최 연구원은 “인지심리학에서 사람이 물건을 보면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하게 정보를 처리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고 난 후 반응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유리창이 조금만 금이 가면 그렇지 않은 곳보다 범죄율이 높다. 뉴욕 지하철의 범죄율도 그래픽만 지웠을 뿐인데도 현저히 낮아졌다. 단순한 행위와 현상 하나가 의외의 결과물을 만들어낸 셈. 최 연구원은 “인지심리학과 건축의 접점은 공간에 대한 인간의 정보처리 방식이 어떤지를 아는 것을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조성행 삼우설계 부소장은 ‘건축논문에서 신경과학을?’이란 타이틀로 마지막 발표를 했다. 조 부소장은 ‘이미 건축논문에서 신경과학적 요소를 다루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고 진행시켰던 연구 결과물들을 발표했다. 먼저 건축논문들에서 신경과학과의 연관성 여부를 밝혀보고 관련 논문들을 추출, 분석하였다.
이 발표에서는 몇 가지 논문 사례들이 발표됐다. 관람객의 시각적 인지범위 동선선택 프로세서가 중심이 된 ‘전시동선시각-관람객이 관람동선에 관한 프로세서’, 유형별 인간행동특성 및 인지효과 분석인 ‘피난경로-다중이용공간에서의 피난경로전달’ 등이 그것이다. 조 부소장은 “건축논문에서 신경과학은 이미 이용되고 있지만 아직은 미미하다”면서 “더 많은 관련 논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토론의 형식으로 진행된 라운드 테이블은 마지막 행사로 진행됐다. ‘디자인 하는 과학, 실험하는 건축?’이라는 주제로 신경과학 측과 건축학 측이 나뉘어 다양한 담론을 제시했다. 토론으로 진행되기는 했지만 갑론을박의 얘기가 오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신경건축학연구회가 만들어지고 나서 구성원들이 던졌던 질문들을 재구성하고 재해석하여 관객들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두 팀은 서로 돌아가면서 인간과 공간에 대한 여러 분야의 정의와 개념, 시각기관을 통한 공간 인식과 이미지 인식의 차이 등을 설명하고 질문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데 집중했다.
- 김연희 객원기자
- iini0318@hanmail.net
- 저작권자 2012-04-12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