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유전자를 훔친 곤충

‘담배가루이’, 식물‧곤충 간 수평적 유전자 전달 확인

중국농업과학연구소는 “담배가루이가 식물 방어물질을 중화하는 유전자를 식물에서 얻었다”고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Jixing Xia / Zhaojiang Guo / 중국농업과학연구소

담배가루이(학명 Bemisia tabaci)는 열대 또는 아열대성 해충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온실가루이처럼 작물 즙액을 빨아 그을음병을 유발하기도 하고, 심각한 바이러스를 매개해 농부에게는 골치 아픈 해충이다.

중국농업과학연구소 장유쥔 박사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셀(Cell)’ 3월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담배가루이는 식물에서 방출하는 방어물질을 분해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 안전하게 식물을 먹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이 유전자가 식물에서 곤충으로 ‘수평적 유전자 이동(Horizontal gene transfer)’을 했다고 밝혔다.

페놀계 배당체 중화 유전자…식물에서 유래

식물이 만들어내는 페놀계 글리코시드(Phenol glucoside)는 ‘페놀계 배당체’라고도 불린다. 페놀계 배당체는 식물이 외부 공격을 받을 시 식물 조직에서 방출되는 2차 대사산물 중 독소로 작용하는 천연물질로 식물학자와 화학자, 생태학자에게 관심을 받아왔다. 과거 과학자의 실험에 따르면 어린 버드나무 가지에 함유된 페놀계 배당체는 산토끼, 고슴도치 등 초식동물에게 맛없는 효과를 일으켰다.

일부 절지동물은 이런 페놀계 배당체에 적응하기 위해 특정 효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곤충 내부에서 해독을 위해 페놀계 배당체를 직접 격리하거나 살리실 알데하이드로 전환한다. 하지만 이런 곤충은 특정 식물에만 해당한다. 연구진은 담배가루이처럼 광범위한 식물을 섭취하면서 페놀계 배당체 영향을 극복한 사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담배가루이가 숙주식물로 삼는 식물은 약 600여 종 정도 되고, 대부분 페놀계 배당체가 포함됐다.

담배가루이는 시설재배 시 발생하는 농업해충으로 식물 잎 뒷면에 알을 낳고, 즙을 빨아 배설하는 과정에서 열매에 그을음을 일으켜 상품성을 떨어뜨린다. 또 2차로 잎과 열매에 피해를 주는 황화잎말림바이러스(TYLCV)를 옮긴다. ⓒ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은 유독성의 페놀계 배당체를 중화시키는 ‘폐놀계 배당체 말로닐트랜스퍼라제’라는 효소에 주목했다. 특히, 페놀계 배당체를 변형하는 말로닐트랜스퍼라제의 유전자인 ‘BtPMaT1’을 확인했다. 이 중화 유전자는 담배가루이의 장에서 가장 많이 발현되고, 난자 단계에서도 검출됐다. 태생부터 해독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담배가루이는 이 유전자를 어디서 얻었을까. 연구진은 미국국립생물정보센터(NCBI)에서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 기원을 추적한 결과 식물인 것으로 확인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스위스 뇌샤텔대학의 테드 터링스 교수는 “약 3,500만 년 전에 식물에 감염된 바이러스가 유전자를 흡수한 후 담배가루이가 감염된 식물을 섭취하면서 유전자가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담배가루이 저항성 작물 기대

종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수평적 유전자 이동. 외부 DNA를 가져오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균류 등의 미생물과 진핵생물간 유전자 전달이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과거 고구마가 토양 속 박테리아가 외래 유전자를 삽입해 현재의 먹기 좋은 작물이 된 예가 있다. 지난 3월에는 심해에 서식하는 조개가 화학독립영양세균. 즉, 박테리아의 유전정보를 얻어 극한 환경에서 생존해 온 사례도 있다. 또 본지에서 새삼이 숙주식물에 기생해 영양분 외에도 유전자까지 뺏어 생존을 지속한 진핵생물 사례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식물과 곤충 간 수평적 유전자 이동은 희귀한 사례다.

지난 3월 25일 ‘셀’지에 실린 표지와 담배가루이 BtPMaT1 유전자 개념도. ⓒ중국농업과학연구소(www.caas.cn)

연구진은 ‘BtPMaT1’의 기능을 증명하기 위해 특정 이중 가닥 RNA를 담배가루이 성체에 직접 투입했다. RNA 간섭(RNAi)으로 BtPMaT1 유전자 발현을 억제한 것. 결과는 페놀계 배당체가 작용해 담배가루이는 높은 치사율을 보이면서 BtPMaT1가 페놀계 배당체를 중화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또한, BtPMaT1 유전자 발현을 억제한 형질 전환된 식물을 담배가루이에게 먹이니 식물의 독소를 중화하지 못해 치사율은 증가하고 번식은 감소했다. 반면, 이 식물을 섭취한 다른 곤충은 변화가 없었다. 연구진은 “이 실험이 다른 곤충 종에는 해를 끼치지 않고, 담배가루이에 내성이 있는 작물을 개발할 가능성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담배가루이가 식물에서 유래한 유전자를 통해 페놀 배당체를 제어한다고 주장하지만, 기능적 유전자를 어떤 식물에서 얻었는지 밝혀내진 못했다. 또, 이번 연구가 담배가루이를 제어하는 확실한 방법이라지만, 유전자변형농산물(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이라는 극복할 문제가 있다. 연구진은 작물보호를 위한 활용성을 검토하고 추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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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1)

  • 박한얼 2021년 4월 6일8:43 오후

    태생부터 해독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다.

    태어날때 부터 아열대성 해충인 담배가루이가 기능적 유전자를 어떤 식물에서 얻었는지 밝혀내진 못했지만 식물로부터 유전자를 얻는 다는 사실이 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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