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강대 생명과학과 김성룡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클로렐라(chlorella)에서 항암면역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데 성공했다. 클로렐라는 식물성 플랑크톤으로서 녹조류에 속하는 미세조류다. 분화 속도가 워낙 빠르고 단백질과 지질을 합성하는 능력까지 있어서 바이오디젤이나 식품 보조제 원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백혈병 등의 치료에 쓰이는 항암면역증강 단백질인 ‘hG-CSF’를 식물에서 발현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동물이나 미생물에서만 이 단백질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처럼 식물을 소재로 하는 의약품 개발이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 11일 온라인상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2020 바이오 R&D 세미나’가 개최되어 의약업계의 관심이 모아졌다.
식물유래 약용 물질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 늘어
바이오 R&D 세미나의 발제는 클로렐라에서 항암면역 단백질을 발현시키는데 성공한 서강대의 김성룡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식물 기반 생물의약품 개발 현황과 전망’이란 주제를 통해 단백질의 저비용 고발현 생산을 위한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최근 들어 고위험 오염원의 감염 우려를 감소시키기 위해 가급적 동물에서 의약품 원료를 얻는 것을 배제하는 추세가 힘을 얻고 있다”라고 전하면서 “이런 이유로 ‘식물기반약용물질(PMPs)’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과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PMPs(Plant Made bioPharmaceuticals)는 살아있는 식물에서 얻는 치료용 단백질을 가리킨다. 기존의 발효조를 이용하는 방법보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순도의 단백질을 생산할 수 있어서 이에 대한 개발이 확대되고 있다.
동물보다 식물에서 의약품 원료를 얻을 때의 장점은 안전하고 신속하다는 점이다. 안전성의 경우 인·수 공통 전염 바이러스나 광우병 같은 희귀 난치성 질병을 일으키는 독성물질들이 식물에서는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속도와 비용 역시 식물을 활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동물에서 의약품 원료를 확보하기까지는 보통 8주 정도가 걸리지만, 식물을 이용하면 1주 정도면 가능하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세포 배양 비용도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100분의 1 수준까지 낮출 수 있다.

실제로 이스라엘의 Protalix는 효소 결핍에 의한 질병인 고셔병(Gaucher) 치료제를 식물세포를 이용하여 개발한 바이오 스타트업이다. 식물세포를 활용한 단백질의약품으로는 세계 최초로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아 유명세를 치렀다.
또한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으로 알려져 있는 지맵(Zmapp)도 항체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를 식물인 담배에 이식하여 제조한 의약품이다. 담뱃잎에서 만들어지는 3가지의 인간 단일 클론 항체를 혼합한 것을 주성분으로 한다.
북미나 유럽보다는 조금 늦었지만 국내에서도 식물을 이용한 의약품 개발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지난 2011년에 설립된 바이오 벤처기업인 ‘바이오앱’은 포항공대의 식물성 단백질 고발현 및 분리정제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창업된 벤처기업이다.
바이오앱은 지난해에 세계 최초로 형질전환된 식물을 사용하여 돼지열병 관련 백신을 개발함으로써 식물성 백신의 상용화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재는 결핵이나 지카 바이러스, 또는 코로나19에 적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2014년에 서울대 내에 세워진 ‘지플러스 생명과학’은 유전자가위 기술을 이용하여 종자개량 및 바이오 형태의 복제약품, 그리고 식물성 코로나19 백신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단백질 발현 효율 향상되면 상용화 가능
코로나19 예방에도 사용할 수 있는 식물성 백신의 개발은 어느 단계까지 왔을까.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식물 백신의 생산방법은 동물 세포배양을 통한 생산방식과 달리 식물의 재조합 단백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매우 다양하다”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많은 식물 종들이 유전자 조작이 가능한 수준까지 분석되고 있으며, 관심 유전자를 도입하여 다양한 조직과 기관에서 높은 수율로 발현시키는 것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식물 기반 바이오의약품 상용화까지는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GMP 시설에 적합한 생산시설을 갖추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며, 몇 가지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들도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 기반 바이오의약품의 전망을 밝게 보는 이유는 기존의 생산 시스템과 비교할 때 차별화된 기술의 특허 보호를 통해 바이오복제약의 효능에 버금가는 의약품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경구 전달에 의한 비 침습적 방식은 통증 없이 간편하게 약품의 효능을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업계가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는 소지를 충분히 갖고 있다. 먹는 백신의 용량 표준화나 구강 백신의 접종 효능 등이 명확하게 밝혀지면 기존의 주사제 백신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향후 상품화의 최대 관건은 단백질 발현 효율”이라고 강조하며 “연구진은 상품화를 위해 지금보다 발현 효율을 10배 높이는 것을 목표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발표를 마무리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stimes@naver.com
- 저작권자 2020-09-14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