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생명체 초기 진화의 중요한 단계에서 아미노산 시스테인이 형성돼 중요한 촉매를 전달함으로써 물에서 최초의 단백질 분자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연구가 나왔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팀은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 13일 자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에서 시스테인이 생명의 기원 당시 어떻게 형성됐는지를 재구성해 이런 주장을 뒷받침했다.
모든 단백질은 동일한 20종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불안정한 중성아미노산인 시스테인(cysteine)은 그동안 생명의 기원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생각돼 왔다.
오늘날 모든 생명체에서 시스테인이 차지하는 근본적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초기 지구에서 시스테인이 어떻게 형성됐는지는 그동안 분명치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일단 형성된 시스테인이 물에서의 펩티드 융합을 어떻게 촉매 하는지도 살펴볼 수 있었다. 펩티드 융합은 단백질 효소로 가는 경로에서의 기본 단계로, 효소 단백질은 생명체의 세포 내 생화학 반응에서 촉매 역할을 한다.
현재 가장 오래된 생명체는 해저 열수공 침전물에서 발견된 화석화된 미생물로 추정된다. 이 미생물은 약 45억 년 전 지구가 형성되고 이어 44억 년 전 바다가 형성된 뒤인 42억 8000만 년 전에 살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연구에서는 이런 생명체가 탄생하기 전에 아미노산 시스테인이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해 물에서 최초의 단백질 분자가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 © Wikicommons / NOAA
시스테인 펩티드가 단백질 효소의 전구체로
UCL 연구팀은 매우 간단한 화학과, 초기 지구에 풍부했었을 것으로 여겨지는 시안화수소와 황화수소를 사용해 시스테인을 창출했다.
이들이 밝혀낸 경로는 오늘날 살아있는 유기체에서 시스테인이 합성되는 방법과 매우 유사하며, 연구팀은 이 두 가지 경로가 역사적으로 연결돼 있다고 믿고 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시스테인 잔기가 짧은 펩티드 조각들을 결합해 물에서 펩티드 합성을 촉매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에서의 펩티드 결합은 이들 연구팀이 지난해 7월 10일 자 ‘네이처(Nature)’ 지에 발표한 바 있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UCL 화학과 매튜 포너(Matthew Powner) 교수는 “연구 결과는 초기 지구에서 시스테인이 어떻게 형성되고, 단백질 합성 진화에서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포너 교수는 “일단 형성된 다음에는 시스테인 촉매가 ‘원시-효소(proto-enzymes)’처럼 작용해 물에서 펩티드를 생성한다”며, “강력한 화학 반응으로 효소 같은 구조로 접힐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긴 펩티드를 생성했을 수 있고, 이것이 모든 살아있는 유기체의 기본이 되는 단백질 효소의 전구체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테인 화학식과 3차원 모델. © Wikicommons
펩티드 결합에 니트릴 내장 에너지 작용
논문 공저자인 UCL 화학과의 사이둘 이슬람(Saidul Islam) 박사는 “우리는 니트릴이 물에서 펩티드 결합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내장 에너지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고 말하고, “이것은 20개 아미노산 모두와 작동하는 펩티드를 만들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것이 수십억 년 전 생명이 시작되는데 필수적이었던, 단순하면서도 특별한 화학이었다며, “이번 연구는 생명의 분자가 초기 지구의 니트릴 화학에서 유래됐다는 추가적인 증거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논문 공동 제1저자로 UCL 박사과정생 때 연구에 참여했던 캘럼 포든(Callum Foden) 박사는 “우리가 발견한 펩티드 합성은 간단하고 선택될 가능성이 높으며 초기 지구에서 활용 가능한 분자를 사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일 시스테인 잔기는 강력한 촉매 활동을 생성하기에 충분하다”며, “이런 작은 분자가 물에서, 중성 pH로, 수율 높은 중요한 (생)화학 반응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기만 하다”고 덧붙였다.
‘사이언스’ 13일 자에 발표된 논문. © AAAS / Science
인코딩된 세린이 펩티드 공급
포너 교수는 이번 연구가 갖는 의미에 대해 “물에서의 촉매 펩티드 합성에 대한 간단한 해법을 제공함으로써 생명의 기원에 대한 오랜 숙제를 풀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촉매가 생물학의 아미노산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라며, “시스테인이 지구 최초의 펩티드 형성을 어떻게 조절했는지를 이해하면, 화학에서 살아있는 유기체로 향하는 긴 여정이 다소 짧고 덜 힘들어 보인다”고 술회했다.
포너 교수는 “이번 연구는 또 다른 생명의 아미노산인 세린(serine)이 변형돼 시스테인이 처음으로 생명의 펩티드로 도입되었음을 시사하며, 이에 따라 펩티드 합성의 초기 진화와 코딩에 대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시스테인은 생명의 초기 유전자 코드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널리 추정돼 왔고, 이는 연구팀의 관찰과도 일치한다는 것.
포너 교수는 이에 대해 “인코딩된 세린이 시스테인 펩티드를 공급함으로써 생명의 유전 암호로 지정되기 이전에 시스테인이 진화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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