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어도 시각피질 자극해 물체 볼 수 있다”

뇌에 전극 이식해 모양 인지하고 대상 식별

시력을 잃는 대부분의 성인들은 눈이나 시신경에 손상을 입어 보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눈이나 시신경이 손상돼도 시각 정보를 받는 뇌는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는 수가 많다.

바로 이런 사람들의 뇌에 있는 시각 피질(visual cortex)을 자극해 물체를 볼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연구자들은 손상된 눈을 우회해 카메라로부터 얻은 시각 정보를 직접 뇌로 전달함으로써 시력을 회복할 수 있는 장치 개발을 제안해 왔다.

미국 휴스턴의 베일러의대 연구팀은 생명과학저널 ‘셀(Cell)’ 14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같은 목표에 한 발 더 다가가는 성과를 이뤘다고 보고했다. <관련 동영상>

연구 참가자가 시각 피질의 동적 자극에 따라 인식한 글자를 그리고 있다. ⓒ Beauchamp et al./Cell

전기 자극 통해 뇌에서 동적으로 글자 추적

연구팀은 환자의 뇌에 이식된 전극이 동적인 순서로 자극돼 시각 피질의 표면에서 모양을 ‘추적(tracing)’함으로써 본질적으로 ‘볼(see)’ 수 있게 됐다고 기술했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베일러의대 신경외과 대니얼 요셔(Daniel Yoshor) 주임교수는 “전기 자극을 사용해 환자들의 뇌에서 동적으로 직접 글자를 추적할 때 환자들은 의도한 글자 모양을 볼 수 있었고, 다른 글자들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요셔 교수는 “환자들이 비행기가 하늘에 연기를 품어 쓴 글씨처럼, 글자를 형성하는 빛나는 반점이나 선이 보인다고 묘사했다”고 덧붙였다.

이전에도 시각 피질을 자극하려는 시도들은 있었으나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전 방법들은 각각의 전극을 시각 디스플레이의 화소처럼 취급해 많은 전극을 동시에 자극했다.

이렇게 하면 연구 참가자들은 빛의 반점들은 감지할 수 있으나 시각적으로 보이는 물체나 형태를 알아보기가 어려웠다.

환자의 뇌에 이식한 전극에 각각 다른 동적인 자극 패턴(왼쪽)을 주자, 환자들이 자극에 따라 오른쪽에 글자 모양을 그렸다.ⓒ Beauchamp et al./Cell

손바닥 글자 추적 아이디어에서 영감 얻어

논문 제1저자인 마이클 보샴( Michael Beauchamp) 연구원은 “여러 빛의 반점들로 모양을 만들려고 하는 대신 윤곽을 추적했다”고 말하고, “손바닥에 쓴 글자를 추적하는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간질을 모니터 하기 위해 뇌에 전극을 이식한 네 명의 정상 시력을 가진 사람들과, 시각 피질 보철장치 연구의 일부로 시각 피질에 전극을 심은 두 명의 시각장애인을 대상으로 이 방법을 시험했다.

여러 전극을 순서대로 차례차례 자극하자 연구 참가자들은 모양을 인지하고 대상을 특정한 글자로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었다.

시각 피질에 대한 동적 자극을 통해 환자가 모양을 ‘볼’ 수 있는 방법을 나타내는 그림. ⓒ Beauchamp et al./Cell

“새 하드웨어와 향상된 알고리즘으로 꿈 실현할 터”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시각장애인들이 시각 정보를 뇌에 직접 전달하는 방법을 사용해 볼 수 있는 형태를 감지하고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되찾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주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팀은 이 기술이 임상에서 환자들에게 직접 적용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몇 가지 사항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샴 연구원은 “전극이 이식된 1차 시각 피질에는 5억 개의 뉴런이 포함돼 있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소수의 전극으로 뉴런의 작은 부분만을 자극했다”고 말하고, “중요한 다음 단계에서는 신경공학자와 함께 수천 개의 전극 배열을 개발해 더욱 정확하게 자극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하드웨어와 더욱 향상된 자극 알고리즘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유용한 시각 정보를 전달한다는 꿈을 실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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