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태엽에 바람개비 단 금성 탐사선

기존 탐사 로봇 모델에 공모 통한 아이디어 반영

‘꿩 잡는 것이 매’라는 속담이 있다. 어느 자리이든지 그에 맞는 적임자가 있고, 어떤 사물이든 그에 맞는 역할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금성 현지 탐사가 바로 이런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진행된 금성 탐사 과정을 살펴보면 탐사 때마다 최고의 기술이 집약되어 추진되었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첨단 기술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금성 탐사가 말해주고 있다.

기계적 메커니즘만을 고려한 금성 탐사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 NASA

일반적으로 우주 탐사선이라고 하면 첨단 기술의 집합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것도 환경 나름이다. 금성처럼 고온과 고압으로 이루어진 환경에서는 제아무리 첨단 기술로 만들어진 동력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다 하더라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금성처럼 열악한 환경으로 이루어진 행성에서도 탐사선을 작동시키려면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동력 시스템을 단순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면 시계태엽 같은 원시적인 동력 장치가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다.

고온 고압 환경에서는 디지털 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해

금성은 지구와 가장 가까운 행성이다. 보기에는 너무나 아름다운 별이어서 비너스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는 표면 온도가 섭씨 500도에 달하고 압력 또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불지옥과 같은 곳이다.

금성의 환경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구소련과 미국이 보냈던 탐사선들은 착륙하자마자 바로 연락이 끊기거나, 혹은 수 시간 사이에 녹아버리면서 사진 몇 장 보내고는 임무를 마무리한 것이 전부였다. 화성처럼 탐사 로봇인 로버(rover)를 보내 구석구석을 탐사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환경이 바로 금성인 것이다.

이처럼 금성 탐사가 연속해서 실패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내부가 디지털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로버의 경우, 금성과 같은 고온의 환경에서 장시간 견디기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고온과 고압의 환경에서 반도체나 통신 관련 부품들은 기껏해야 1~2시간 정도를 버티는 것이 고작이다.

초창기에 설계된 금성 탐사 로봇 모델 ⓒ NASA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던 미 항공우주국(NASA)의 연구진들은 금성 탐사용 로버의 제작에 있어서 만큼은 첨단 디지털 기술이 아닌 아날로그 기술이 더 바람직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로버가 움직이는데 필요한 동력을 태엽과 스프링 같은 기계적 메커니즘으로만 설계하면 고온이나 고압의 환경에서도 보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한 것.

금성 탐사 로봇 개발의 책임자인 NASA의 ‘조나단 사우더(Jonathan Sauder)’ 박사와 연구진은 곧바로 대부분의 첨단 기술을 제외한 채, 오로지 기계적으로만 움직이는 로버 개발에 착수했다. 그리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마침내 기계적으로만 움직이는 로버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아리(AREE)라는 이름의 이 로버는 통신이나 촬영과 같이 아날로그 시스템이 대체할 수 없는 최소한의 영역 외에는 모두 기계적 메커니즘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센서 작동이나 동력의 생산 등 동체를 이동시키는데 필요한 부분은 모두 아날로그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최초 버전으로 개발된 아리의 동력은 시계태엽이었다. 지구에서 가져간 대용량 배터리를 통해 시계태엽과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진 장치가 천천히 돌아가면서 로버를 이동시키는 것이 연구진의 초창기 계획이었다.

풍부한 금성의 바람을 이용한 풍력 에너지 적용 예정

금성 탐사를 위한 NASA의 주요 목표는 현지에서 스스로 에너지원을 확보하여 수개월간 이동하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버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시계태엽을 장시간 작동시키려면 지구에서 충전한 배터리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NASA는 현재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접수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접수된 아이디어 중에서 가장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내용은 로버에 바람개비 모양의 풍력 터빈을 달아 풍력에너지를 확보한다는 아이디어다.

금성에서 부는 바람의 속도는 초속 0.3~1.3m 수준이다. 빠르지는 않지만 높은 대기압 때문에 지구로 따지면 강풍이 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것이 NASA 측의 설명이다. 풍력에 앞서 검토되었던 태양광 충전 방법은 금성의 환경이 태양광 발전에는 적합하지 않아서 취소되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 금성의 환경을 이용한 개선된 탐사 로봇 모델 ⓒ NASA

태양광 발전이 적합하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로, 느린 자전주기와 짙은 구름이 주요 요인이다. 자전주기의 경우 전기를 만들려면 밤과 낮이 지구처럼 빠르게 교체돼야 하는데, 금성의 자전주기는 243일이나 된다. 밤이 너무 길어 임무 수행에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한 망원경으로는 지표 관측이 어려울 정도로 짙은 구름도 태양광 발전을 가로막는 원인이다. 물론 구름을 통과한 빛이 금성 지표까지 내려오지만, 그 정도의 빛으로는 로버가 움직이는데 필요한 동력을 얻기가 어렵다.

사우더 박사는 “금성 로버에는 바람이 불 때마다 에너지를 발생시킬 수 있는 풍차가 장착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풍차가 돌면 태엽이 감기면서 로버가 움직일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게 된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아이디어에 대해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금성처럼 가혹할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부는 환경에서는 풍력으로 에너지를 얻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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