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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너지
조재형 객원기자
2011-07-21

시각장애 아동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한국과학창의재단, 점․묵자 혼용 우수과학도서 기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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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설의 주인공 돌턴, 축음기를 발명한 에디슨, 그리고 제2의 아인슈타인이라 불리는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이들은 인류의 과학 발전에 큰 공헌을 한 저명한 과학자들이라는 점 외에 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장애를 극복한 과학자들이라는 것이다.

돌턴은 색맹이 있었다. 에디슨은 청각장애가 있었고 스티븐 호킹은 루게릭병을 앓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들을 ‘과학자’ 이전에 ‘장애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지난 6월, 세계적인 인터넷 회사 구글이 서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매우 특별한 과학자가 참석했다. 이름은 티 브이 라만(T. V. Raman). 구글 본사에서 웹 접근성 분야 연구를 선도하고 있는 그는 시각장애인이다. 라만 박사는 간담회를 통해 신체 및 언어에 제약이 있는 사람들도 쉽고 편리하게 웹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들에 대해 소개했다.

인도 태생인 라만 박사는 14세 때 녹내장을 앓은 후 시력을 잃었지만 학업을 놓지 않았다. 인도 푸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봄베이 기술대학에서 석사를 마쳤으며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학에서 컴퓨터 공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리고 지금은 구글 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구글 사의 스마트폰인 구글 폰에 사용되는 시각장애인용 터치폰 응용 기술을 만드는 등 자신과 같은 장애인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애를 극복한 과학자들

미국의 저명한 생물학자 지렛 버메이. 진화론의 열쇠라 할 수 있는 화석을 연구하는 그는 시각장애인 과학자이다. 일반인의 경우 비슷한 화석들을 구분하기 힘든 것은 물론, 보통 돌과 화석마저도 구분하기 어렵다.  버메이 교수는 때어날 때부터 녹내장을 앓았고 3세 때 안구를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을 해 시력을 잃었다. 하지만 그는 손과 코, 귀를 사용해 화석을 연구한다.

이 외에도 미국에는 라만 박사, 버메이 박사와 같은 장애인 과학자가 약 3천 명 정도 등록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처럼 많은 장애인 과학자를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아예 찾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유명한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는 사고로 전신마비의 장애판정을 받았지만 과학에 대한 열정으로 장애를 극복하고 계속해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일반인들도 어려워하는 과학을 신체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해내기는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앞서 소개한 과학자들은 자신들의 장애를 이겨내고 훌륭한 과학자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는 과학자를 꿈꾸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큰 희망과 본보기가 되고 있다.
 
만약 이들이 장애가 있다는 것을 문제 삼아 과학자의 길을 포기 했거나 꿈을 꾸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다면 인류의 발전에 큰 손해가 됐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 중에서도 미래에 우리나라의 이름을 빛내고 인류의 발전에 큰 공헌을 할 인재가 자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각장애 아동들에게 과학자의 꿈을 전달하다

▲ 강혜련 이사장이 이란경 회장에게 기증 도서를 전달하고 있다.
20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맹학교에서 이러한 장애 아동들에게 과학의 꿈을 갖도록 도와주는 행사가 열렸다. 이 행사는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점자, 묵자 우수 과학 도서 기증식’으로,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사장 강혜련), 한국점자도서관(관장 육근해)이 주관했다.

행사에는 강혜련 이사장, 육근해 관장, 시각장애인가족회 이란경 회장과 서울맹학교에 다니는 시각장애 아동 및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본 자리에서 강혜련 이사장은 이란경 회장에게 점․묵자 우수 과학 도서를 직접 기증했다.

시각장애아동을 위한 점․묵자 우수과학도서 기증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진행하고 있는 ‘과학문화 민간 활동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재단은 2008년부터 시각장애 아동들의 과학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창의력을 증진시키기 위해 점․묵자 우수 과학 도서를 시각장애아동에게 보급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기증된 도서는 ‘지구를 숨 쉬게 하는 바람’, ‘우리 겨레는 수학의 달인 - 경주로 떠나는 수학여행’, ‘과학이 재밌어지는 3학년 맞춤과학’ 3종이다. 이 점․묵자 혼용도서 3종 4권과 독음도서 3종 6개(1종 당 2개)가 1세트로 총 14세트가 기증됐다. 기증된 3종의 도서는 우수과학도서로 선정된 것을 점․묵자 혼용도서로 제작한 것이다.

점․묵자 혼용도서로 장애-비장애인 간의 소통 장려

점자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지면에 볼록 튀어나오게 점을 찍어 손가락의 촉각으로 읽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지하철이나 엘리베이터와 같은 공공시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묵자는 인쇄된 일반적인 문자를 말한다. 점․묵자 혼용도서라 함은 인쇄된 문자와 점자가 함께 있는 도서를 말한다. 행사장에는 ‘온 가족이 모두 읽을 수 있는 모두를 위한 우수과학도서 기증식’이라는 제목이 붙었다. 이것이 바로 점․묵자 혼용도서를 제작한 이유다.

▲ 점.묵자 혼용도서

이 도서들에는 점자와 문자뿐만 아니라 그림도 그려져 있고 색도 칠해져 있다. 즉, 시각장애 아동만을 위한 도서가 아니다. 장애아동과 비장애인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도서인 것이다. 이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읽고 공부하면서 격차를 해소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강혜련 이사장은 “지식정보에서 소외된 계층 및 지역을 위한 과학문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여 나눔과 배려의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밝히며 “이 점․묵자 도서가 서로 소통하고 배려하는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이란경 회장은 기증 도서를 전달받고 “점자밖에 읽을 줄 모르는 시각장애 아동들이 비장애 형제 및 아이들과 같이 볼 수 있는 책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며 "앞으로도 이런 점․묵자 혼용 책이 많이 나와서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들이 서로 소통하며 친하게 지낼 수 있는 시대가 오기를 염원한다”고 전했다.

행사에 참가한 시각장애아동들은 그 자리에서 도서를 받아 읽어보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한편, 한국과학창의재단은 이번 기증식을 시작으로 전국의 맹학교와 점자도서관 등 특수학교 260여 곳에 점․묵자 과학 도서를 배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조재형 객원기자
alphard15@nate.com
저작권자 2011-07-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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