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부 및 과학재단 지원 국가지정연구실사업을 수행중인 서울대 약대 김상건 교수팀은 스테로이드 약물을 남용할 경우 산화적 스트레스에 대한 인체의 저항능력이 약화된다는 새로운 유해작용을 발견하고, 구체적인 분자생물학적 작동 메커니즘까지 밝혀 이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분자세포생물학회지’(Molecular and Cellular Biology) 5월호에 발표했다.
스테로이드 약물은 염증과 면역반응을 억제하는데 효과가 크기 때문에 감기약을 비롯해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알레르기 치료제, 천식 치료제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2004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의원 82%가 감기환자 처방에 스테로이드 약물을 포함시키고 있을 정도다. 스테로이드 약물의 국내 사용량은 연간 6백60억원에 달한다.
스테로이드 약물은 치료 효과가 크지만 부작용도 이에 못지않게 심각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까지 밝혀진 부작용으로는 녹내장, 백내장, 감염 악화, 위궤양과 위염 등 소화기 장해, 고혈당 등 대사 이상, 골다공증, 근육 약화, 정상적인 호르몬 분비 교란 등이다.
김상건 교수는 “지금까지 밝혀진 스테로이드 약물의 부작용들은 임상적으로 알게 된 것들로, 구체적인 메커니즘까지는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김 교수팀은 스테로이드 약물을 자주 복용할 경우 우리 몸에서 특정 단백질(SMRT)이 항산화 기능을 증진하는 단백질(C/EBPβ와 Nrf2)과 결합해 이를 억제함으로써 산화적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능력이 줄어드는 현상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여기서 산화적 스트레스는 우리 몸이 호흡할 때 발생하는 유해 작용을 갖는 활성산소에 의해 생기는 것으로, 인체는 이런 유해 활성 산소를 제거하기 위해 항산화 효소계를 보유하고 있다. 스테로이드 약물이 바로 이 항산화 효소계의 작용을 방해하는 것이다.
산화적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세포와 조직이 손상돼 각종 폐질환과 심혈관계질환, 신경성 질환이 발병된다. 동맥경화증, 심장병, 뇌졸중, 당뇨병, 류마티스성 관절염, 골다공증, 위궤양, 백내장 등이 산화적 스트레스로 악화되는 질환들이다. 노화와 암에도 산화적 스트레스가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간경화, 암과 같은 만성질환과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성인병에 걸리면 체내의 활성산소종이 과도하게 증가하고 산화적 스트레스가 커짐으로 인해 인체의 항산화능력이 감소한다. 그런데 이번 연구를 통해 이들 환자가 스테로이드 약물을 복용하면 체내 항산화능력이 더욱 감소되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스테로이드 약물이 방해하는 단백질(C/EBPβ)은 조직재생에 필요한 핵심인자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가 중요한 이유는 만성질환자나 성인병환자가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을 복용할 경우 면역력이 저하되고, 조직재생과 상처 치유가 지연되는 심각한 유해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다는 점이다”고 밝혔다. 그는 “스테로이드 약물을 사용할 때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만큼 이를 염두에 두고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김홍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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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05-05-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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