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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조행만 객원기자
2014-06-25

스타플레이어들의 신기의 축구 기술 그 묘기 속엔 축구 과학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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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새벽 광화문 광장에는 약 2만5천명의 거리 응원단이 먼동이 트기 전부터 모여 들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조별리그 2차전 한국 대 알제리의 경기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같은 시각 코엑스 앞 영동대로, 신촌 연세로 등에도 비슷한 숫자의 인파가 몰려 새벽을 밝혔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오직 하나, ‘승리에 대한 염원’이었다.

경기 시작 바로 전까지“대∼한민국, 짝짝짝∼짝짝” 하며 함성과 박수소리가 어우러지며 응원의 열기가 뜨거웠다. 드디어 경기가 시작되고, 3만여 인파의 눈이 일제히 대형 스크린에 꽂힌 가운데 거리는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그러나 얼마 후, 응원 소리는 탄식으로 변하고, 광장의 열기는 급속도로 냉각됐다. 전반 초반에 내리 2골을 내준 우리 대표 팀에 대한 실망과 16강 진출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지면서 비관적인 생각이 거리 응원단에 팽배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전 들어서 신예 손흥민 선수의 발에서 드디어 골이 작렬하자 분위기는 다시 반전됐다. 후반 5분 손흥민은 알제리 골문 정면에서 재치 있게 공을 차넣어 골을 터뜨렸다. 비록 이날 한국은 4:2로 아쉽게 패했지만 손흥민의 골은 향후 벨기에전 승리의 희망의 불씨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이날 손흥민의 경기 모습 만큼은 스타 선수로서 손색이 없었다. 알제리 골문 정면으로 빠르게 침투해 들어간 손 선수는 골 지역에서 두 명의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패스를 받았다. 이어 왼쪽으로 이른바 ‘헛다리’를 짚어서 뒤에 있는 상대 선수의 수비 타이밍을 끊었다. 그리고 정면에서 가로 막고 있는 알제리 골키퍼의 벌어진 가랑이 사이로 공을 밀어 넣은 것이다.

왜 알제리 수비수는 바로 뒤에서도 손흥민을 막지 못했을까? 거기에는 오묘한 과학의 법칙이 숨어 있었다.

공격수는 페인트 기술을 구사해 수비를 따돌린다.  ⓒ 연합뉴스
공격수는 페인트 기술을 구사해 수비수를 따돌린다. ⓒ 연합뉴스

페인트 기술에는 관성의 법칙이

축구경기에서 수비수를 따돌리는 기술은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이 동작을 페인트 기술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면 공격수와 상대방 수비수가 공을 가운데 놓고 마주보고 있다. 공을 키핑하고 있는 공격수는 수비수를 떨쳐내고 상대방 골 지역으로 달려들어가려고 한다.

하지만 쉽게 공간을 허락할 상대방 수비수는 없다. 특히, 수비수와 공격수와의 대결에선 절대로 수비수가 유리하다. 전문가들은 “공격수는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도 계속해서 볼을 키핑해서 자신의 공으로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반면에 상대 수비수는 한 번의 터치로 상대 공격수의 공을 멀리 걷어낼 수 있고, 이로써 자신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불리한 공격수는 어떻게 해야 좋은가? 이를 위한 공격수의 비장의 무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페인트(Feint) 기술이다. 예를 들면, 오른 쪽으로 움직이는 척하다가 왼쪽으로 재빨리 움직여서 수비수의 균형을 깨뜨려 따돌리는 기술인 페인트 기술은. 축구에서 매우 중요한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역대 브라질 최고의 선수 펠레,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 현역인 메시 선수 등도 페인트 기술에 능한 스타 선수들이다.

그렇다면 왜 수비수는 상대 공격수의 페인트 동작에 몸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일까?

모든 물체는 외부에서 힘이 작용하지 않는 한, 정지한 물체는 계속 정지하려고 하고, 운동하던 물체는 계속 운동 상태를 유지하려는 성질을 갖는다. 이것이 바로 관성(慣性)이다.

예를 들면, 축구 경기에서 공격수가 페인트를 걸면 상대 수비수는 이를 막기 위해 본능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때 몸의 체중을 실어서 움직이었다면 그 수비수의 몸은 뉴튼의 운동 제1법칙인 관성의 법칙으로 인해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오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반면에 페인트 기술을 구사한 공격수는 체중을 싣는 척 하지만 사실은 거짓 몸동작으로 상대 수비수를 속이는 것이기 때문에 방향을 바꾸는데 관성의 법칙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공격수는 상대 수비수보다 더 빠르게 원래의 위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임팩트시에 유연한 트래핑 기술은 공의 충격량을 줄인다.   ⓒ 연합뉴스
임팩트시에 유연한 트래핑 기술은 공의 충격량을 줄인다. ⓒ 연합뉴스

유연성이 오히려 강한 트래핑 기술

개막전부터 화려한 경기가 펼쳐진 2014 브라질월드컵. 특히, 14일에 벌어진 오렌지 군단 네덜란드와 전 대회 우승국 무적함대 스페인의 경기는 지구촌을 월드컵의 열기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네덜란드의 스타플레이어 반 페르시(Robin Van Persie)와 로벤(Arjen Robben)은 과거 2010 남아공월드컵의 한을 풀기라도 하듯이 멋진 기술을 합작하며 무적함대를 침몰시켰다. 이 경기에서 두 선수가 보여준 기술은 축구 기술의 진수와도 같았다.

특히, 상대방 문전에서 수비수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가슴이나 발로 날아오는 빠른 공을 ‘뚝’ 떨어뜨려 자신의 공으로 만들어 골로 연결하는 기술은 스타플레이어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묘기에도 엄밀한 과학의 법칙이 숨어 있다. 네덜란드 로벤은 공중에서 날아오는 공을 자신의 발을 이용해, 그 충격량을 약화시키는 묘기를 펼쳤다. 이때 눈에 안보이지만 공을 멈추고 그 속도를 줄이기 위해 선수는 운동량의 변화를 주는 동작을 하는데 이것이 바로 트래핑(trapping) 기술이다.

만약에 가슴으로 트래핑을 할 경우, 선수는 양발을 앞뒤로 벌리고 무릎을 다소 굽혀 유연한 자세를 취한 후에 볼이 가슴에 닿는 순간, 가슴과 무릎을 펴면서 상체를 위로 올리는 동작을 취한다. 이는 공과 가슴의 임팩트 순간에 공의 스피드를 급격하게 죽이고, 결국 자신의 발 앞으로 떨어뜨려 다음 동작으로 연결하기 위해서다.

전문가들은 “공의 속도가 줄어드는 이유는 공의 운동량에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즉, 충격력에 작용시간을 곱한 것이 바로 공의 운동량인데 선수는 유연한 가슴 트래핑 기술을 통해 공과 가슴의 접촉 시간을 늘려준다. 이로써 공의 충격력은 작아지게 된다.

이렇듯 월드컵 축구 경기의 현란한 묘기 속에는 오묘한 과학의 법칙이 숨어 있다. 알고 보면 재미는 두 배로 늘어난다.

조행만 객원기자
chohang3@empal.com
저작권자 2014-06-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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