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칼럼

스케일업하려면 ‘창의적 시행착오’ 북돋아야

[2020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 '축적과 스케일업 위한 과학기술 역할' 특별강연

“현재 한국의 산업은 2단 로켓을 점화하는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놓여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새로운 개념설계(conception design)와 실행이다. 새로운 개념설계를 실제로 적용해보고 안 되면 다시 개념설계를 개선하고 다시 실행해야 한다. 이런 반복과정을 통해 쌓여가는 꾸준하고 집요한 스케일업 역량이 바로 새로운 추진력이 필요한 우리나라의 당면과제다.”

24일, 2020년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에서 ‘축적과 스케일업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맡은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의 말이다.

그는 “그동안 우리는 선진국의 프론티어 기술을 가져와서 이해하고 변형해서 그 기술을 따라잡는 추격의 기술과 놀라운 실행의 힘으로 지금까지 경제성장을 이뤄왔다. 하지만 이제는 선진국 프론티어 기술이 없을 때, 새로운 개념과 그림에 도전해야 하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24일, 2020년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에서 이정동 경제과학특별보좌관이 ‘축적과 스케일업을 위한 과학기술의 역할’에 대해 특별강연했다. ©2020년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

그런데 문제는 새로운 개념설계가 단 한 번의, 단 한 장의 놀랍고도 창의적인 그림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 새로운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한 개념설계가 실행과 실패를 반복하는 스케일업 과정을 거치면서 세상을 뒤집어놓을 수 있는 새로운 원동력이 된다는 얘기다.

시간도 공간도 충분치 않은 우리나라 스케일업 전략은?

이러한 기술의 축적과 스케일업 과정을 선진국들은 오랜 시간을 통해 이뤄왔고, 중국은 오랜 시간을 압축시킬 수 있는 공간의 힘, 큰 내수시장과 방대한 수출시장을 바탕으로 새로운 개념설계에 도전해 왔다. 그렇다면 시간도, 공간도 충분하지 않은 우리나라 산업에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 것일까.

이정동 특별보좌관은 “어떻게든 우리나라 산업계와 과학기술계 안에서 많은 창의적인 시행착오가 생길 수 있도록, 더 많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고 투자를 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대한민국 전체가 나서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 연구자나 기업인, 젊은 과학자들에게만 맡겨 놓을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서 창의적인 시행착오를 북돋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선진국의 시간과 중국의 공간을 따라잡기 위해서 이정동 특별보좌관은 “창의적인 시행착오를 북돋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20년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

그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시행착오가 되려면 차별적인 아이디어가 묻히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직접 실행해 볼 수 있는 물리적 기반도 필요하다. 시행착오를 쌓아가는 일을 개인이 혼자서 감당하는 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역부족”이라며 “ 조금씩 다른 시행착오를 가진 사람들이 그 과정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면 좀 더 빠르게 새로운 개념설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뿐만 아니라 “시행착오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실패로 간주하지 않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또 하나의 계단 즉 디딤돌로 인정될 수 있는 문화와 리더십이 갖춰진다면 우리나라는 실행에서부터 개념설계로 가는 새로운 2단 로켓을 출발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도전적 시행착오를 쌓아가는 건 언제 떨어질지, 그 과정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누구도 알 수 없는 두렵고 위험한 절벽을 오르는 것과 같다. 더욱 과감하게 절벽을 오르려면 안전핀이나 밧줄 같은 장비가 필요하다. 즉 규제나 인적자원, 금융 등 사회 전반에서 동시에 함께 손뼉을 마주쳐줘야 한다는 것. 그 시발점이 바로 ‘혁신조달정책’이라는 게 이정동 특별보좌관의 주장이다.

혁신조달정책은 혁신성장의 마중물이다

혁신조달정책이란 공공이 필요로 하는 문제를 민간의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과학기술 아이디어로 풀어가자는 것. 그는 “공공의 문제를 풀기 위해 물건과 서비스를 사는 데 필요한 돈을 대는 것을 조달이라고 한다”며 “예를 들어 주민센터에서 필요한 컴퓨터를 구매하는 것이 통상적인 조달”이라고 설명했다.

혁신조달의 의미는 공공의 문제를 민간의 혁신으로 해결하려는데 있다고 이정동 특별보좌관은 강조했다. ©2020년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

나아가, 혁신조달은 공공문제의 해결을 위해 민간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만든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여 ‘조달’하자는 것이다. 단지 싼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기왕이면 민간이 새로운 과학기술적 아이디어로 만든 창의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사는 게 바로 혁신조달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혁신조달을 혁신정책의 핵심 아젠다로 삼고 있다. 이정동 특별보좌관은 “아이폰에 사용된 그 많은 혁신적인 기술들을 애플이 모두 만든 건 아니다. 공공이 필요로 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조달했고, 그것이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해준 덕분에 스케일업된 기술들을 애플이 채택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결과만 보면 애플의 혁신적인 개념설계 같지만, 그것은 공공조달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PPI(Public Procurement Innovation)라는 이름으로 혁신조달정책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의미의 고전적인 산업정책이 더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오늘날 시점에서 혁신조달정책은 새로운 분야를 전략적으로 열어가는 거의 마지막 남은 산업정책의 수단이라는 것이 이정동 특별보좌관의 지적이다.

그는“혁신조달정책을 통해서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 새로운 과학기술의 아이디어를 채택한 제품과 서비스를 사주게 되면 무엇보다 공공서비스가 좋아진다. 또 애플의 예에서 봤듯이 선진국의 많은 기술이 혁신조달로부터 출발했다”며 혁신조달정책이 혁신성장의 마중물이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 혈액으로부터 바이러스 항체가 있는지를 검출하는 시스템이 국립혈액원에 공급되기 어려웠는데 그것을 혁신조달정책으로 조달청이 구매해서 공공기관에 납품하게 됐고, 이것이 그 기업의 레퍼런스가 되어 해외진출에도 도전하게 되었다는 사례를 소개하면서 이정동 특별보좌관은 “혁신적인 과학기술이 새로운 산업의 길을 열어가는 개념설계의 스케일업 과정에 활용되기를 바라고, 거기에 혁신조달정책이 중요한 기여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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