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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2003-10-06

'스스로 과학탐구 교육'이 19세기 최강 독일의 초석 김영식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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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명강의 ⑧ 현대적 의미의 ‘과학 연구’는 독일의 대학에서 태동했다. 원래 대학은 13세기에 출범했으나 과학분야는 지식전수 수준에 그쳤다. 그러다 19C 프랑스 나폴레옹이 독일을 점령하면서, 독일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일어났다. 먼저 독일문화의 자긍심을 키우기 위해 대학은 주입식 강의보다 세미나 형식으로 바꿨고, 학생들에게 실험방법을 가르쳐 스스로 지식을 터득토록 했다. 이런 대학 개혁이 19세기 독일 발전의 밑거름이 됐고 이로 인해 현재 미국과 같은 지위를 갖게 됐다. 또 독일의 이런 대학문화는 세계로 퍼져 나갔다.


과학-기술 연결은 독일 염료공업이 최초

과학과 기술이 연결된 것도 19세기 독일이었다. 그 전에는 과학과 기술은 분리돼 있었다. 과학은 지적인 학문 추구가 목적이었고, 기술은 인간 편리 방편을 추구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그래서 과학과 기술은 연결될 수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


이후 17-18세기에 과학과 기술의 연계가 모색되기 시작한다. 즉 기술자들이 기술로 부를 축적해 사회적 지위가 향상되면서 기술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대학 교수들은 고대 아리스토텔레스 학문체제가 공론일 뿐 사회에 유익하지 못하다고 결론짓고 기술의 과학적 근거 등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이를 저술로써 주장했다.


교수들은 과학적 지식이 실용적일 것으로 믿고 연구를 지속했으나 실제 과학적 지식이 기술과 연결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산업혁명의 핵이었던 제임스 왓트의 증기기관은 ‘블랙’이라는 과학자의 잠열 원리를 이용해 개발됐다고 한다. 그런데 실은 제임스 왓트는 원리도 모른 채 증기기관을 개발하고 후에 이것이 잠열 원리임을 터득했다고 한다. 즉 산업혁명의 기술혁신은 경험적 시행착오로 얻어진 것이다.


그러다가 독일에서 과학과 기술이 연결됐다. 당시 독일의 화학공업이 유기화학 원리를 끌어와 발전을 하게 된다. 그리고 19-20세기 초 미국은 전기공업에 전자기학을 응용했다. 그런데 이런 연계는 기존 학문과 기술의 연계가 아니라 새 학문의 지평이 열리면서 기술과 연계가 된 것이다.


정부와 과학기술 연계 뿌리는 ‘1*2차 세계대전’

이런 연계를 통해 기업체는 당시 사상 최초로 연구자를 채용하기 시작했다. 아스피린 제조사 미국 ‘바이어랩’은 염료산업에 과학자를 불러들였다. 그런데 당시 고용된 과학자들은 호기심이 많아 맡겨진 임무 이외에 기초과학도 연구를 병행했다. 이런 과학자들로 인해 기초과학도 발전하게 됐으며, 처음에 산업에 응용이 안 될 것처럼 보였던 기초과학분야도 후에 큰 효용을 발생하기 시작했다. 반도체도 이런 범주에 포함된다.


처음 반도체가 나왔을 때 도체와 부도체의 성질이라는 것 밖에 발견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현대에 들어와 한 나라를 먹여 살리는 첨단분야가 된 것이다. 한편 정부가 과학자들을 정부 일에 참여시킨 것도 최근 일이다. 프랑스 정부는 프랑스 혁명 전부터 과학자를 채용해 행정, 정책, 전쟁 활동 등에 동원했다. 당시 화학자 ‘라브와지에’는 화약개발 임무를 맡고 있었다.


그 후 본격적으로 과학자가 정부에 고용된 계기는 1차 세계대전이다. 1차 대전은 과학의 힘이 전쟁에 영향을 끼친 최초의 전쟁이다. 당시 미국의 과학자들은 화약재료의 초석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를 통해 전쟁에서 큰 역할을 해냈다. 또 2차 세계대전에서는 소위 ‘맨하튼 프로젝트’에 참여해 또다시 대단한 일을 해낸다. 결과적으로 정부와 과학기술의 연계의 뿌리는 1*2차 세계대전이라 할 수 있다.


한국, 과거와 현재 과학기술 상호 단절됐다

이같은 역사적 배경으로 과학이 지금까지 발전했으나 문제점도 양산했다. 먼저 과학기술은 전쟁의 기반이 됐으며, 인간소외 등을 일으켰다. 또 최근에는 과학기술이 문화와 유리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즉 인문문화와 과학문화가 서로 융합되지 못하고 있다. 또 과학자들은 독립적 연구활동을 못하고 큰 집단에 예속된 채 어느 과정의 일부분만 담당하고 있어 전문 기능인이 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과학기술 분야의 문제점으로 과거 전통 과학기술과 현 과학기술과의 단절을 들 수 있다. 현재 과학기술은 100%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다. 과거 우리의 우수한 과학기술은 이제 무의미해졌다. 또 과학기술의 실용성을 강조하다 보니 과학기술의 문화적 가치가 도외시되고 있다. 서양의 과학기술은 서양의 가치관과 문화적 전통이 녹아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런 것을 배제하고 과학기술만 들여왔다. 이런 우리의 시각에는 인력양성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우리가 과학기술 인력을 키울 생각보다 유학 가서 배운 학생들을 데려다 쓰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또 과학자들은 자신의 전문분야 및 전문지식만 치중해 과학기술 관리계층 부재를 부추기고 있다. 과학자들은 어차피 그런 분야는 진입하기도 힘들 뿐더러 다른 사람들이 해줄 것으로 생각하고 연구만 몰두 한다. 이는 조선시대 양반도 상민도 아닌 기술인 중심의 ‘중인계층’의 자세와 같은 것이다.


중인계층은 양반으로 올라갈 길은 막혔으나 대신 자기분야에 독점권이 있어서 나라의 흥망성쇠에 관계없이 열심히 노력하면 부자가 될 수 있었다. 현재도 대부분 과학자들은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폐쇄적 자세를 갖고 있다. 이런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도록 모든 사람들이 노력해야 한다.

<정리=서현교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3-10-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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