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일생의 3분의 1을 잠을 자는 데 사용한다. 사람을 포함해 동물들은 왜 잠을 잘까?
파리나 벌레, 심지어 해파리 같은 무척추동물을 비롯한 신경계를 가진 모든 유기체의 진화 과정에서 잠은 보편적이면서 필수적인 요소였다. 동물들이 포식자의 지속적인 위협에도 불구하고 왜 잠을 자는지, 그리고 수면이 뇌와 단일 세포들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등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최근 이스라엘 바-일란(Bar-Ilan)대 연구팀이 제브라피시의 수면 메커니즘을 발견하고 생쥐 연구에서 이를 뒷받침할 일부 증거를 찾아냄으로써 이 미스터리를 풀기 위한 작업에 한 걸음 다가섰다. 이 연구는 생명과학 저널 ‘분자 세포’(Molecular Cell) 18일 자에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바-일란대 생명과학부 및 다학제간 뇌 연구센터의 리오르 아펠바움(Lior Appelbaum) 교수와 데이비드 자다(David Zada) 박사후연구원이 이끌었다.
깨어있는 시간(그림 맨 위) 동안 뉴런에 DNA 손상이 축적되면 피로가 증가한다. 일종의 수면 ‘안테나’ 역할을 하는 PARP1 단백질(노란 헬멧)은 세포의 DNA 파손을 감지해 표시하고, 수면을 유도하는 한편, 복구 시스템(그림 아래의 녹색 및 파란색 헬멧)을 소집한다. 잠자는 동안에 DNA 복구 시스템이 파손 부위를 수리해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림에서 빨간색은 체세포(soma), 파란색은 핵소체, 녹색은 DNA 손상 부위를 나타낸다. © Dr. David Zada
항상성 유지 위한 수면 압력
우리가 깨어있을 때는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homeostatic) 수면 압력(피로)이 몸에 축적된다. 이 압력은 우리가 오래 깨어있을수록 증가하고 잠자는 동안 감소해, 밤에 숙면을 취하고 나면 낮아진다.
그러면 무엇이 잠을 자야 한다고 느낄 정도로 항상성 압력을 증가시키고, 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새날을 시작할 준비가 됐다고 할 정도로 이런 압력이 줄어드는 것일까?
깨어있는 동안에는 DNA 손상이 뉴런에 축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손상은 자외선, 신경 활동, 방사선, 산화 스트레스 및 효소 오류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잠을 자는 동안과 깨어가는 시간에는 각 세포 안에 있는 복구 시스템이 DNA 파손을 교정한다.
그러나 뉴런의 DNA 손상은 깨어있는 동안 계속 축적되고, 뇌의 과도한 DNA 손상은 줄여야 할 만큼 위험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이 연구는 잠을 청하는 DNA 복구 시스템이 하루를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효율적인 수리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비복제 세포(non-replicating cells)의 DNA 손상이 복구되지 않고 축적되면 노화로 이어질 수 있고, 복제되는 세포의 DNA 손상이 복구되지 않으면 세포 사멸이나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 WikiCommons / Bernstein0275
연구팀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 DNA 손상의 축적이 항상성 압력과 그에 따른 수면 상태를 유발하는 ‘동인(driver)’이 될 수 있는지를 결정하고자 했다. 방사선 조사와 약리학, 광유전학을 활용해 제브라피시의 DNA 손상을 유도한 뒤 수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제브리피시는 몸체가 완벽하게 투명하고 밤에 잠을 자는 데다 인간과 비슷한 단순한 뇌를 가지고 있어 이 현상을 연구하기에 완벽한 유기체로 평가됐다.
DNA 손상이 증가함에 따라 수면의 필요성도 또한 늘어났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DNA 손상 누적이 어느 지점에서 최대 한계점에 도달했고, 수면 충동이 촉발될 정도로 수면 압력을 증가시켜 물고기가 잠에 들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뒤이은 수면은 DNA 복구를 촉진해 DNA 손상을 감소시켰다.
충분한 수면은 6시간
잠을 깊이 자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연구팀은 축적된 DNA 손상이 수면 과정을 이끄는 힘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수면 압력과 DNA 손상을 줄이기 위해 제브라피시가 잠을 자야 하는 최소 시간이 얼마인가를 확인하고자 했다.
DNA 손상과 수면을 측정한 결과, 밤에 6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는 것이 DNA 손상을 줄이는데 충분한 것으로 파악됐다. 놀랍게도 6시간 미만을 잔 뒤에는 DNA 손상이 적절하게 줄어들지 않았고, 제브리피시는 대낮에도 계속 잠을 잤다.
“PARP1이 취침 시간을 알리는 안테나”
그러면 효율적인 DNA 복구를 위해 지금 잠을 자야 한다고 촉구하는 뇌의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DNA 손상 복구 시스템에서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단백질 중 하나는 PARP1(Poly [ADP-ribose] polymerase 1) 효소다. PARP1은 세포의 DNA 손상 부위를 표시하고 모든 관련 시스템을 동원해 DNA 손상을 수리한다.
DNA 손상에 따라, DNA 절단 부위의 PARP1 군집(clustering)은 깨어있을 때 증가하고 잠잘 때 줄어든다. 연구팀은 유전자와 약리학적 조작을 통해 PARP1을 과발현시키거나 침묵시키는 실험을 통해 PARP1의 증가가 수면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수면 의존성 DNA 복구를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반대로, PARP1 억제는 DNA 손상 복구 신호를 차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제브라피시는 자신이 피곤하다는 것을 완전히 인식하지 못했고, 잠을 자지 않았으며, 손상된 DNA도 복구되지 않았다.
‘분자 세포’(Molecular Cell) 18일 자에 발표된 논문.
연구팀은 제브라피시에 대한 연구 결과를 재삼 확인하기 위해 텔아비브대 유발 니르(Yuval Nir) 교수와 공동으로 뇌전도(EEG)를 사용해 생쥐의 수면 조절에서 PARP1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시험했다.
제브라피시와 마찬가지로 생쥐에서도 PARP1 활동 억제는 깊은 수면인 비급속 안구운동(NREM) 수면의 지속 시간과 질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펠바움 교수는 “PARP1 경로는 DNA 복구를 하기 위해 잠을 자야 한다는 신호를 뇌에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이전 연구에서 아펠바움 교수팀은 3D 타임랩스 영상을 사용해 수면이 염색체 역학(chromosome dynamics)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낸 바 있다.
잠에 관한 퍼즐에 이번 연구 결과를 추가하면 PARP1이 수면과 염색체 역학을 증가시켜 깨어있는 시간 동안 누적된 DNA 손상을 효율적으로 복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뉴런에서 DNA 유지 프로세스는 깨어있는 시간 동안에는 충분히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으므로, DNA 복구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뇌로의 입력이 감소한 오프라인 수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단일 세포 수준에서 수면을 설명하는 ‘사건의 사슬’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메커니즘은 수면 장애와 노화 그리고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신경 퇴행성 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다.
아펠바움 교수는 앞으로 연구를 계속하면 하등 무척추동물에서부터 궁극적으로는 인간에 이르기까지 이 수면 기능을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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