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재미없다고요? 그런 편견은 버리세요. 수학만큼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학문은 없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어느 누구나 수학에 빠질 것입니다. 수학은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된 학문으로 누구나 접할 수 있는 아름다운 학문입니다.”
지난 9일 오후 2시 이화여대 삼성교육문화회관 소강당. 일요일인데도 불구하고 강당은 고교생들과 학부모로 가득 찼다. ‘수학사(史)의 거장’으로 런던 미들섹스 대학의 명예 교수인 아이버 그래턴 기네스(Ivor Grattan Guinness) 박사의 강연을 듣기 위해서다.
“여러분들은 수학을 잘 하는 학생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간단한 그림을 충분히 이해할 줄로 압니다. 직각 삼각형의 밑변 BC로 정사각형을 만들었을 때 각A를 이등분하는 선분은 정사각형 BCED의 면적을 이등분합니다. 다 아시죠? 간단하면서도 얼마나 흥미로운 일입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수학은 이처럼 간단합니다. 각A를 이등분하는 선분이 정사각형의 면적을 이등분한다는 것이 신기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사람들은 왜 수학은 재미없다고 하죠? 수학은 여러분이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보다 더 매력이 있습니다.”
기네스 박사는 이외에도 여러 도형과 그림을 보여주면서 수학이 주는 매력과 신비성에 대해 2시간 동안 열띤 강연을 펼쳤다. 물론 새로운 이론이나 정리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그 속에서 학생들에게 새로운 흥미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수학의 출발은 지극히 간단하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너무나 어렵다고만 생각한다.
수학사가 전공인 기네스 박사의 강의는 ‘왜 우리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모르는 수학을 공부하기 위해 고생하는가?’하는 의문점에서 출발한다. 수학의 세부적인 부분이 어렵고, 다른 것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네스 박사는 수학은 원시시대부터 생존과 공동체의 필요성, 오락과 운동, 종교적 사색 등의 이유로 자연스럽게 생겨났으며, 우리 생활과 너무나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세기를 분류하는 분야는 ‘산수’가 됐고, 거리와 공간을 파악하는 데는 ‘기하학’, 추측과 판단에는 ‘확률’, 자리와 위치를 잡는 데는 ‘위상학’, 측량과 각도재기에서는 ‘삼각법’ 등이 생겨났다. 균형과 무게를 잡는 데는 정역학이 있다.
또한 기네스 박사는 훌륭한 피아노 연주자다. 기네스 박사와 동행한 그의 부인 이니드 기네스(Enid Guinness) 여사는 “저 양반은 수학자지만 피아노를 잘 쳐요. 처음 만난 곳이 BBC 방송국입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음악경연대회가 있었는데 나는 성악으로 참가했고 저 양반은 피아노로 참가했습니다. 둘 다 입상은 못했지만 훌륭한 남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지금도 둘이서 노래하고 연주합니다. 자식이 없는데 그게 즐거움입니다.”라고 말했다.
기네스 박사의 초청강연은 영산대학교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주한 영국대사관과 부산일보가 후원했다. 9일 강연에 앞서 부산일보 강당에서 8일 1차 강연이 있었다.
이번 강연을 기획한 영산대학교의 구자현 교수(자유전공학부 과학사 전공)는 “이렇게 저명한 석학을 초청한 것은 학생들에게 어렵게만 느끼고 있는 수학 및 과학 분야에 쉽고 자연스럽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기초학문에 대한 이해를 넓혀 과학문화를 증진시키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기네스 박사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왜 학생들이 수학을 멀리 한다고 생각하는가?
“꼭 꼬집어 말할 수는 없다. 사물에 대한 호기심이나 정열이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그것은 현 세대의 문화나 정서적인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인터넷, 단순성 등이 그것이다. 나는 학생들에게 수학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싶다. 수학이 모든 학문의 기초이고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기 때문이다.
나는 수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에게 수학만을 가르치지 말고 수학의 역사를 자주 가르치길 권한다. 역사는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열심히 들을 것이다. 그러면 자동적으로 수학에 대한 관심도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리고 수학의 역사를 알아야 좀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수학자가 될 수 있고 과학자도 될 수 있다. 수학사를 많이 가르치자.”
▶ 이러한 강의는 자주 하는가? 그리고 수학을 잘 할 수 있는 비결은?
“자주 한다. 그리고 역사에 중점을 많이 둔다. 수학을 잘 하려면 도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도식을 중요시 한다면 수학에 매력을 느낄 수 없다. 우리가 잘 아는 피타고라스의 정리나 만유인력의 뉴턴을 가르치면서 숫자로 가르치지 말고 상황과 역사를 함께 가르치면 재미있을 것이다. 데카르트, 가우스도 수학의 틀에서가 아니라 철학의 틀에서 가르치면 재미있을 것이다. 그래서 선생님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 성(姓)이 기네스다. 기네스북과 관련이 있는가?
“재미있는 질문이다. 관련이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다. 기네스북은 1750년대(1759년) 기네스 맥주를 설립한 아더 기네스(Arthur Guinness)의 이름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아더와 기네스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1951년 이 회사를 맡은 휴 비버(Hugh Beaver)라는 사장이 지금의 기네스북(Guinness Book of Records) 을 만들었다.
아더 기네스는 나의 5대조(代祖) 할아버지가 된다. 그래서 기네스북과 관련이 있기도 하고 없다는 말을 한 것이다. 그 분은 장사를 해서 돈을 많이 번 사람이고 수학이나 과학과는 관련이 없다.”
- 김형근 편집위원
- 저작권자 2005-10-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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