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다.’ ‘2020년 여름 기온은 평년보다 매우 높을 것이다.’ ‘이 상품이 소비자의 성향에 더 적합할 것이다.’
도저히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없는 문장들의 나열이다. 그러나 누군가는 이 문장들이 매우 정교하고도 논리적인 과정의 결과라는 것을 포착하고, 우리 삶에 미치게 될 영향을 예측한다. ‘수학적 언어’를 통해서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진 누군가라면 말이다. 선형적 맥락도 없고,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 그래서 의심의 여지없이 박형주 아주대학교 총장을 만났다.
박형주 아주대학교 총장은 수학자이다. 그래서 수학적 언어로 세상을 보고, 문제에 접근하고, 분석하여, 다양한 가능성 중 최적화된 설루션을 찾는 눈을 가졌다. Ⓒ아주대학교
박형주 총장을 대표하는 말은 단연코 수학자이다. 수학을 전공했고, 수학자로서 연구하고, 수학을 가르치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세계수학자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그의 삶과 이력은 수학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대중들, 특히 학제(學制) 안에서 악명 높은 수학으로부터 가까스로 해방된 대중들에게 다시금 수학을 강연한다. 기술고도화시대, 4차 산업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는 수학에서 비롯된 통합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단호한 눈빛으로 말이다.
기술고도화 시대에 필요한 것, 연계와 통합
사회는 점차 복잡다단해지고, 기술은 ‘혁신’을 전면에 내세워 새로운 세계로의 길을 열고 있는 바로 지금. 기초 학문의 역량은 어디서 발휘될 수 있을까.
그간 우리 사회는 기초 학문의 위기를 논하며, 그것의 가치와 현재의 역할을 고민하면서도 기술과 학문의 간극을 이을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박 총장은 인터뷰내내 ‘연계’, ‘통합’을 반복해 강조했다.
“기초 학문이 실제 세상에 적용되어 가장 말단의 지점에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 산업 기술입니다. 오늘날 기술이 고도화되고, 다양한 영역으로 분화하고 있지만, 사실 같은 근원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죠. 따라서 어떤 분야에서의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인접한 영역들과의 연계를 살피고, 통합적으로 접근하여 해법을 만들어야 합니다.”
박형주 아주대학교 총장은 이미 너무 많은 영역의 기술들이 포화된 현대사회에서 복잡다단한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본질적 접근, 그리고 통합적 사고라고 주장한다. Ⓒ아주대학교
박 총장이 제스처로 그려 보이는 다이어그램의 중심에는 기초 학문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코어에 있는 기초 학문이 수많은 가지로 뻗어나가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불리거나 혹은 다른 기표로 포장된 기술이 된다. 그의 표현대로 ‘기술 포화 시대’는 결국 그 무성한 가지들을 일컬음이었다.
그러니 만약 어느 한 쪽의 가지가 병이 드는 문제가 생기면, 그 인접한 가지들의 상황을 살피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뿌리가 같은 것들을 통합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는 고도로 분화된 모든 영역 하나하나에 개별적으로 방향성을 맞추고 접근할 수 없는 사회”라는 그의 말속에는 시대적 사유와 고민이 묻어났다.
인류의 문제를 과학적 해법으로 전환하는 언어, 수학
박 총장은 특히 4차산업을 견인하는 과학기술의 토대로서 수학을 강조했다. 그는 먼저 “과학과 수학은 공통적으로 ‘반증가능성(Falsifiability)’을 가지지만, 병립하는 속성들로 인해 개별 학문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수학에서 과학적 성격이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추세란다.
“세상의 문제를 과학의 문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특정한 문화에 의존하지 않는 언어, 어떤 문화에도 종속되지 않는 언어가 필요합니다. 수학은 바로 그런 역할을 담당하는 보편어의 성격을 갖습니다.”
수학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를 과학의 문제로 전환하는 보편적 언어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예를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 미세먼지 등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가상실험이 필요하다. 이런 문제들을 과학 영역에서 다루기 위해서는 양쪽에 모두 적용될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수학이라는 것.
“19세기에 수두, 스페인 독감 등이 유행했을 때 수학을 통해 각종 요소들의 상호 관계를 기술했습니다. 다시 말해 갑자기 수학의 역할이 과중해진 것은 아니란 거죠. 하지만 과거에는 어떤 현상의 결과를 분석하는 데 활용되는 수준이었다면, 현재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과를 예측하는 최적화 이론(optimization)이 발현할 수 있는 기술과 상황이 갖춰졌습니다. 그게 바로 4차산업혁명 시대입니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 우리의 선택과 집중은?
“알파고의 알고리즘을 얘기하자면, 알파고는 우주의 원자 수보다 많은 후속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국을 펼쳤습니다. 그 많은 시나리오 중 이기는 경우의 수를 찾아가는 것이 최적화 이론입니다. 인공지능 역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대상자를 위한 활용 섹터를 만들어내는 기술이죠.”
‘수학-과학-기술’이 연결되어 시너지를 내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며, 4차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알고리즘과 AI는 최상의 것 혹은 최고의 것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간결해지는 기술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런 기술로 인해 앞으로의 세상은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데이터를 모으고, 수학적 방식으로 분석하여, 라이프 스타일에 적용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우리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과정이야말로 미래사회의 패러다임이라며 그는 힘주어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박 총장은 우리나라의 의료빅데이터에 대한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오랜 기간 수집된 우리나라 의료 데이터는 새로운 카테고리 속에서 연계·활용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은 공공 섹터에서 활용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지만, 우리나라만의 K-빅데이터 사이언스를 주도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까지 공개된 일부 알고리즘에 의존한다거나, 슈퍼컴퓨터와 같은 하드웨어에 초점을 둔다면 4차산업 시대에 메인 플레이어가 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덧붙였다. 우리가 혁신이라고 말하는 것은 하드웨어의 개발이 아니라 유의미한 데이터들이 적용된 새로운 삶의 채널이기 때문이다.
인터뷰 마지막에 박 총장은 “역동하는 기초 학문으로 수학의 힘”을 믿는다고 했다. 아마도 그는 앞으로 칼럼과 대중강연, 그리고 교육을 통해 이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 얻은 데이터를 통한 합리적 추측이다.
“새로운 카테고리를 생성하여 산재해 있는 데이터를 연결하고, 유의미한 데이터로 만드는 것. 자체적인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것은 복잡다단한 현대사회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문제와 해결, 그리고 인류의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는 기초과학, 특히 수학의 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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